Letter(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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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6월 레터] 더 많이 갖고 싶어요
더 많이 갖고 싶습니다. 아주아주 부자가 되고, 장비든 공간이든 필요한 건 다 있는 데다, 친구도 많고 인기와 영향력도 있고, 이게 다 내 거여서 아무도 안 주고 혼자만 갖고 싶습니다. 울면서 떼쓰거나 사람들을 설득할 필요도 없이 이미 제게 있는 게 당연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이 갖고 싶습니다. 축제 하나를 마치고 4월 레터를 쓰고, 다른 축제 하나를 더 마치고 6월 레터를 씁니다. 아마 8월 레터도 마찬가지겠죠. 일상적인 공간에 스며들어야 하는 작업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가 관리하는 공간을 빌려서 쓰는 작업도 있었습니다. 남의 공간을 빌려 쓰다 보니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점심시간에 잠깐만 공간을 보고 가겠다는 요청에도 단호하게 거절하는 모습엔 화가 났어요. 심지어 같은 문화재단의 다른 부..
2022.06.07 -
[인디언밥 4월 레터] 걸작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
[인디언밥 4월 레터]걸작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 행사 전날 리플렛을 디자인해 당일에 뽑는 곳을 본 적 있으십니까? 행사 중에 원고를 추가로 요청 받는다던지 뭐 그런 일도요. 저는 있습니다. 오늘은 걸작을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작품을 하다보면 언제나 대단한 결과물로 보여주겠다는 욕심으로 시작합니다. 아무 변수없이 짜여진 계획 속에서 그 욕심은 때로 해롭습니다. 삶이 RPG게임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열심히 하면 그에 비례하는 보상, 레벨업, 멋진 나의 캐릭터, 그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성장하는 관계 뭐 그런 차원에서 말이죠. 하지만 어째선지 늘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감각을 받습니다.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작업을 위협하면, MP와는 달리 쉽게 휘청이는 마음과..
2022.04.11 -
[인디언밥 2월 레터] 세 편집위원의 인사
안녕하세요. 2022년입니다. 12월 레터가 지난 해를 마무리 짓고 새해 인사를 건네는 자리가 된 탓에 1월 레터는 자연스럽게 건너 뛰었네요. 2월이 되어서야 세 편집위원의 인사를 엮어 편지를 보냅니다. 2022.02는 보기 좋은 숫자네요. 지난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비평연구활성화지원 사업 덕분에 조금 따뜻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편집위원들의 기부금으로 고료를 마련했어요. 열심히 말고 느슨히 오래 걸어가 봅시다. 불나방입니다. 벌써 2022년, 2월하고도 10일 이상이 지났습니다. 일찌감치 새로운 계획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주저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올해는 조금은 천천히 새해를 맞이해보려고 합니다. 인디언밥은 앞으로도 느슨하지만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필자와 함께 우리가 ..
2022.02.17 -
[인디언밥12월 레터] Happy new year와 Best Regards의 번역어
[인디언밤12월 레터]Happy new year와 Best Regards의 번역어 2021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다들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딱 1년 전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과 코로나 없는 해를 바라는 인사를 나눴던 것 같은데, 같은 인사를 또 건네도 되나 싶은 연말입니다. 요즘 전 내년 사업을 준비하며 ai번역 서비스 파파고와 친해졌습니다. 그 가운데 ‘Happy new year’를 번역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나오는 게 전 재밌더라고요. 새해가 행복하라고 하지 않고 갑자기 ‘복’같은 개념이 등장하더니 갑자기 이걸 ‘받으라’니! 복과 업은 어떤 게 다르고 왜 제가 주체적이어야 하는거죠? 내가 받지 않아도 Happy 함이 알아서 찾아와야죠! 항의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인디언밥..
2021.12.31 -
[인디언밥 11월 레터] 용서를 가불해주세요
[인디언밥11월 레터] 용서를 가불해주세요 언젠가 신이 나타나서, 미래의 것을 미리 당겨쓸 기회를 하나 준다면 아주 비굴하게 말할 겁니다. “저…그…사장님…제가 요즘 형편이 안 좋아서 그런데 용서를 좀 가불 받을 수 있을까요?” 역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비극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언젠가 인디언밥 레터가 참 특이하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건 아주 가늘고 느슨하게 지속되는 매체의 특수성 같은 거겠죠. 보통 그 달에 발행될 글을 갈무리하며 소개하는 글을 쓰거나, 어떤 주제나 방향성을 제시하는 레터를 쓰고 그에 맞는 기사를 발행할 텐데, 인디언밥 레터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래서 레터를 독자와의 관계 맺기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인디언밥 운영진이 이렇게 지낸다고 인사를 건네고 ..
2021.11.23 -
[인디언밥 9월 레터]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연서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연서 안녕하세요! 어쩐지 격월로 찾아오고마는 인디언밥 레터입니다. 죽지도 않고 또 왔다기엔 저는 조금 죽어가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아직 다 죽진 않았다니 기쁜 일일까요? 지난 달엔 이랑 작가의 3집 를 오래 들었습니다. ‘내 친구들은 모두 가난합니다. 이 가난에 대해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하는 노래는 강렬했습니다. 문 밖의 사람들을 외칠 땐 무키무키만만수의 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포도주를 만들고 그 찌꺼기를 먹을 뿐'이라며 소리치면 에서 만난 ‘내가 가난하지 않았다면 너도 부자되지 않았을텐데'같은 문구도 생각났어요. 그녀는 ‘우리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는 얘기를 남기고 우화를 빌려 이 노래들을 ‘잘 듣고 있’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고는 ‘동시에 다 죽어버리자’고 외쳐요. 그..
202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