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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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로젝트 이리 <단 하루>
단 하루-프로젝트 이리 전화벨이 울린다. 새벽, 잠 못들고 뒤척이던 몇시간이 마치 영원과 같은 힘을 갖고 아내와 남편, 그 둘에게 다가온다. 사건은 생각지 못하게 맞은 쓰리쿠션 마냥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온다. 이른 새벽, 잘못 걸려온 전화에 깬 한 여자와 한 남자, 다르게 말하면 아내와 남편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아내의 꿈에서부터 시작되는 수다에 남편은 짜증을 내고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이런 저런 대화가 이어지던 중 아내는 생명유지장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내가 죽게 될 상황이라면, 당신이 내 생명유지장치의 스위치를 꺼줬으면 좋겠어. 약속해줄래?’, ‘당신이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울고, 화내고 하는 사이에 날이 밝고 그들은 대화를 멈추고 출근한다. 해결되지 않은..
2009.08.28 -
[리뷰] USD 현대무용단 <아름다운 인생>
USD 현대무용단 경남에서 연극하시는 분 몇을 뵌 적이 있다. 그 분들은 나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나는 그 분들을 짧고 깊게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지방에서 연극을 하며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나는 내가 오랫동안 팬이었던 팀, 부산의 ‘열린무대’를 생각하곤 했다. 나는 ‘열린무대’를 존경했지만, 극단에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움직인 곳은 서울이었다. ‘USD현대무용단’의 최동석 씨는 경남 연극인의 한 분이다. 무용공연에 그 분이 나온다는 정보를 듣고 깜짝 놀랐다. 예전에 우리가 통성명을 나누었을 때 그 분은 경남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입담으로 자리를 휘어잡았었다. 일찍 결혼을 했고, (부인이 공연 쪽 분이시라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연극하는 사람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워..
2009.08.28 -
[리뷰] 극단 청맥의 <overtones 당신은 어때?>
홍상수, 그리고 [overtones 당신은 어때?] 데자뷰 극단 청맥의 [overtones 당신은 어때?]를 보는 내내 입가엔 야릇한 미소가, 참지 못한 ‘킥킥’소리가 튀어나왔다. 한참을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웃고 있는 이 웃음과 미소가 왠지 익숙했던 것이다. ‘어디에서 이렇게 웃은 적이 있었는데.’ 분명히 이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미소를 지었던 때가 있었다.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떠올랐다. 나는 [overtones]를 보기 전, 총 여덟 번 이런 기분으로 웃었다. 여덟, 8. 그것은 내가 본 홍상수 영화의 편수이다. 홍상수의 영화 vs [overtones] 홍상수의 영화를 좋아하시는지? 그는 매우 짓궂은 사람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뭣한, 이해할 수도 없는, 그러나 누구나 가지고 있을..
2009.08.28 -
[리뷰]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overtones, 당신은 어때?>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산다는 건 선택의 연속, 이라고들 말한다. 살고 있다면 누구나 체감하는 말이다. 오늘 하루 만도 얼마나 많은 선택을 했는가. 인생의 방향이 걸린 선택에서부터 사소하게는 지하철을 타고 갈지 버스를 타고 갈지 하는 문제까지. 나 역시 방금 ‘사소한 문제의 예’로 식사 정하는 일을 쓸까 교통수단 이용하는 것을 쓸까 고민했다. 물론 글이야 쓰고 지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만. 여하튼 일상을 잘게 부순다면 선택 아닌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선택의 문제를 맞는다. 밥 먹는 일이야 잠깐 후회하고 말지만 내가 어떤 직업을 선택 하느냐는 몇 배나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될 후회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선택 앞에서 나는 어떤가. 먼저 내 이야기를..
2009.08.28 -
[리뷰] 본질과 자의식의 괴리 - 극단 <목요일 오후 한시>의 공동창작극 ‘거울’
본질과 자의식의 괴리 극단 의 공동창작극 ‘거울’ 조용히 불이 꺼지고 의자에 앉은 여자는 거울을 꺼내본다. ‘맑은 거울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여자. 거울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대사를 내뱉는 여자의 뒤로 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똑같이 거울을 들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등을 맞대고 앉은 그녀는 거울에 비친 한 여자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거울속의 나를 해방하라” 면접과제는 거울 속에 비친 또 다른 내 모습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의 거울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세수하기 전 부스스한 모습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울, 출근길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속 쇼윈도에 비치는 모습. 늦은 오후 즈음 집으로 가는 길ㅡ 핸드백 속에서 꺼내보는 거울 속의 나. 일상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나는 늘 그렇듯 낯설지 않..
2009.08.28 -
[리뷰]바나나가 맛있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_<2009 뮈토스 퍼포먼스 프로젝트>
글 개쏭 바나나가 맛있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 어떤 이름이 붙여질 수 있는 공연을 생산하기 보다는 그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공연을 발견하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 바나나다. 물감이 좀 묻긴 했지만, 먹는 거다. 여러 의미로 말하건대, 바나나만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린 참 많은 것을 먹는다고 말한다. 청국장이나 팥빙수도 먹고, 욕도 먹고, 나이도 먹는다. 왜 이렇게 연관성 없는 것들을 전부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실제로 먹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먹는다는 것에는 무언가, 자신에게 채워넣는다는 느낌을 갖는 것 아닐까. 하나하나 자기 속에 깃들어, 자신의 살이나 뼈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게, 자기를 이루어가는 것, 그것이 먹는다는 표현이 갖는 의미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날 바나나를 먹었고,..
2009.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