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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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리뷰 : 권력의 이중성
혜화동 1번지 동인이 ‘연출가 동인제 페스티벌’을 열었다. ‘마피아 게임을 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권력과 힘의 세계 속에 살고 있는 사회를 얘기한다고 한다. 5편의 연극이 상연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오이디푸스’다. 이 연극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원작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운명에 맞선 인간의 자유 의지와 그로 인한 비극을 큰 줄기로 삼고 있다면 박 정석 연출의 ‘오이디푸스’는 운명에 맞선 오이디푸스의 자유 의지와 자신의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타인의 자유 의지는 허락하지 않는 오이디푸스의 이중성을 큰 줄기로 삼고 있다. 이러한 이중성을 드러내기 위해 각색을 한 연극이다. 이 연극은 ‘운명’을 통해 ‘권력’을 얘기하고 있는데 그 방식이 단순하다. 촛불집회가 등장하고, 대통령..
2009.05.11 -
'불가사리' 컬렉션 No. 1 : '홍대에서 넓은 미술관 광장으로 나오다'
지난 25일 합정역에서 백남준 아트센터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오버뮤직’이라고 하는 명을 달고 넓은 미술관이 홍대의 실험 뮤지션들을 갑작스레 소환했다. 그들의 아지트를 고스란히 옮겨 와 공연하도록 하루 살림의 장소를 내준 것. 개인적으로는 아트센터가 대절한 차를 타고 이날은 홍대가 목적지가 아닌 출발지로 조금 다른 노선을 따르고 있었다. 합정역과 홍대입구역의 중간쯤에 위치한 표현 갤러리 요기가에서 라이브 즉흥 실험음악 연주회 ‘불가사리’의 불가사의한 공연을 익숙하게 마주했던 사람이라면 이번 공연 역시 그다지 큰 의미가 주어지진 않는다. 적어도 낯설기보단 친숙한 문체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불가사리는 사토 유키에에 의해 집단보다는 장으로서 정체불분명의 아티스트를 부르는 소집령이 내려진 가운데, 그에 반응..
2009.05.08 -
선물 같은 시간, <F+놀이터프로젝트_'말없는라디오'편>
"당신들이 빼앗긴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이 나에겐 축복의 봄이라오!" -4월 26일 일요일, 스케치 날씨가 하수상하여 굳이 집에 들러 두터운 겨울 점퍼를 입고 나섰습니다. 하나도 봄 같지 않은 날에, 가을처럼 바삭_서걱한 말없는 라디오의 음악이 작은 마당에 내려앉습니다. 연주가 멈추자 새가 지저귀더니, 신나는 (!) 음악이 나올 땐 아이들이 마당을 가로질러 뛰어놀았어요. 모두들 듣고 있었습니다. 함께 들어서 좋았어요. 좀 추우면 어때요. 야채트럭이 지나가도 충분히 괜찮고요. 좋은 음악, 봄기운 가득한 비빔밥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들. 요상하게 편안한 공간에서 정말 잘 쉰 기분이랄까요... -노미- 말없는 라디오... 라디오에서 말이 흘러나오지 않는다면?! 뭔가 어색한 결합이다. 이름에서부터 말이 없다니 ..
2009.04.29 -
이오네스코의 의무적 희생자들 - 이오네스코의 부조리
1. 부조리극을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을까? 「 ‘조리가 없다’라는 뜻의 ‘부조리’라는 말은 불어 압쉬르디테(absurdit)를 번역한 일본식 조어입니다. 이를 우리말로 옮기면 ‘엉뚱함’, ‘당혹스러움’ 쯤 됩니다. -중략 - 부조리극은 조리가 없는 극입니다. 이를 조리 있게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주간지 한겨레21에 실린 홍기빈 연구위원이 기고한 “밀리면 죽는다”라는 기고문을 팸플릿에서 재인용. 엉뚱하고 당혹스러운 이 연극을 타인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조리 있게 이해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면 조리 있게 전달하는 것도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 된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카뮈에게 도움을 청했다.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 인간’은 ‘부조리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인간..
2009.04.29 -
감포 사는 분이,덕이,열수 - 이야기가 있는 마을, 이야기처럼 사는 사람들
1.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 연극의 배경은 ‘감포’라는 작은 마을이다. 허구의 지명이 아니라 경북 경주시에 있는 마을이며 연극은 그 마을을 그대로 가져왔다. 마을 앞바다에 문무대왕릉이 있고 문무왕의 전설이 아직 살아있는 마을이 감포다. 고유지명을 배경으로 하는 연극은 흔하지 않다. 아마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구촌’이라는 말이 있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구가 마을처럼 가까워졌다는 말일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교통수단의 발달은 마을을 해체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마을은 점점 커져서 도시가 되었다. 도시가 되면서 마을이 가지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도 사라졌다. 사라진 것들 중 하나가 ‘이야기’다. 사람들의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감포 사는 분이, 덕이, 열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이..
2009.04.26 -
발전의 궤도에 위치한 눈에 띄는 창작의 세 가지 방법
정금형의 일곱 가지 방법을 오마주해서 글의 제목을 정해 봤다. 가령 ‘동시대의 젊은 작가들은 어디에서부터 창작의 아이디어를 얻는가?’ 페스티벌 봄의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발전의 영역’에 있는 ‘커팅 에지’ 프로그램 안에는 신인 작가 세 작품이 들어왔고, 페스티벌 기간 중 연달아 열렸다. 이바 메이어-켈러의 『Death Is Certain』, 크리스티나 블랑코의 『네모_화살표_달리는 사람』, 정금형의 『7가지 방법』이 그것이다. 이 작품을 어떤 식으로 설명해야 할지, 어떤 범주에 집어넣을 수 있을지 약간 난감한 측면이 없잖다. 『네모_화살표_달리는 사람』 : 기호를 해독하는 방법 Photo © Maria Jerez 기호를 해독함은 언어를 가지고 사회에 속한 인간의 보편적 작용에 가깝다. 신호등의 빨간 불을..
2009.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