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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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청맥의 <overtones 당신은 어때?>
홍상수, 그리고 [overtones 당신은 어때?] 데자뷰 극단 청맥의 [overtones 당신은 어때?]를 보는 내내 입가엔 야릇한 미소가, 참지 못한 ‘킥킥’소리가 튀어나왔다. 한참을 그러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웃고 있는 이 웃음과 미소가 왠지 익숙했던 것이다. ‘어디에서 이렇게 웃은 적이 있었는데.’ 분명히 이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미소를 지었던 때가 있었다.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떠올랐다. 나는 [overtones]를 보기 전, 총 여덟 번 이런 기분으로 웃었다. 여덟, 8. 그것은 내가 본 홍상수 영화의 편수이다. 홍상수의 영화 vs [overtones] 홍상수의 영화를 좋아하시는지? 그는 매우 짓궂은 사람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뭣한, 이해할 수도 없는, 그러나 누구나 가지고 있을..
2009.08.28 -
[리뷰]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overtones, 당신은 어때?>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산다는 건 선택의 연속, 이라고들 말한다. 살고 있다면 누구나 체감하는 말이다. 오늘 하루 만도 얼마나 많은 선택을 했는가. 인생의 방향이 걸린 선택에서부터 사소하게는 지하철을 타고 갈지 버스를 타고 갈지 하는 문제까지. 나 역시 방금 ‘사소한 문제의 예’로 식사 정하는 일을 쓸까 교통수단 이용하는 것을 쓸까 고민했다. 물론 글이야 쓰고 지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만. 여하튼 일상을 잘게 부순다면 선택 아닌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지독하게 자신을 괴롭히는 선택의 문제를 맞는다. 밥 먹는 일이야 잠깐 후회하고 말지만 내가 어떤 직업을 선택 하느냐는 몇 배나 더 강하고 오래 지속될 후회를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선택 앞에서 나는 어떤가. 먼저 내 이야기를..
2009.08.28 -
[리뷰] 본질과 자의식의 괴리 - 극단 <목요일 오후 한시>의 공동창작극 ‘거울’
본질과 자의식의 괴리 극단 의 공동창작극 ‘거울’ 조용히 불이 꺼지고 의자에 앉은 여자는 거울을 꺼내본다. ‘맑은 거울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여자. 거울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대사를 내뱉는 여자의 뒤로 같은 옷을 입은 여자가 똑같이 거울을 들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등을 맞대고 앉은 그녀는 거울에 비친 한 여자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거울속의 나를 해방하라” 면접과제는 거울 속에 비친 또 다른 내 모습을 해방시키는 것이다. 의 거울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세수하기 전 부스스한 모습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울, 출근길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속 쇼윈도에 비치는 모습. 늦은 오후 즈음 집으로 가는 길ㅡ 핸드백 속에서 꺼내보는 거울 속의 나. 일상에서 마주하는 또 다른 나는 늘 그렇듯 낯설지 않..
2009.08.28 -
[리뷰]바나나가 맛있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_<2009 뮈토스 퍼포먼스 프로젝트>
글 개쏭 바나나가 맛있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 어떤 이름이 붙여질 수 있는 공연을 생산하기 보다는 그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공연을 발견하는 썸머 퍼포먼스 클럽 바나나다. 물감이 좀 묻긴 했지만, 먹는 거다. 여러 의미로 말하건대, 바나나만 먹는 것은 아니다. 우린 참 많은 것을 먹는다고 말한다. 청국장이나 팥빙수도 먹고, 욕도 먹고, 나이도 먹는다. 왜 이렇게 연관성 없는 것들을 전부 ‘먹는다’고 표현했을까. 실제로 먹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먹는다는 것에는 무언가, 자신에게 채워넣는다는 느낌을 갖는 것 아닐까. 하나하나 자기 속에 깃들어, 자신의 살이나 뼈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게, 자기를 이루어가는 것, 그것이 먹는다는 표현이 갖는 의미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날 바나나를 먹었고,..
2009.08.15 -
[리뷰] 2009 아시테지 여름축제 <서프라이즈>, <놋쇠병정>
글_ 정진삼 1. 교육이냐, 예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교육이냐, 예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이를 둔 어머니들은 햄릿처럼 고민한다. 아이들한테 교육적이면서 동시에 미적 체험도 있었으면 하는, 그 복잡한 마음. 우리네 연극 풍경 중 재미있는 것 하나는, 고민 끝에 찾아간 아동극 공연에서 대체로 아이들은 딴 짓하고, 엄마들이 몰입해서 보다가 각각 지루한/감동어린 얼굴로 극장 문을 나가는 기묘한 장면이다. 마음이란 것은 참으로 이중적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수용자뿐만 아니라 창작자에게도 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교육이냐, 예술이냐. 공연을 보고 판단하고 권하는 비평가의 고민도 비슷한 갈림길의 모양새다. 교육적이냐, 예술적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우리 마음대로 할 문제일까? 2. 아시테..
2009.08.07 -
[리뷰] [Afouruim 전시와 이소영의 퍼포먼스] ‘A4에서 툭 튀어나오는 이야기의 홍수’
[Afouruim 전시와 이소영의 퍼포먼스] ‘A4에서 툭 튀어나오는 이야기의 홍수’ 조충연 작가의 「Utterance 어터런스 - 발언, 유포, 죽음(고어)」하늘 위로 쓰인 검은색의 끝없는 프레임들, 이는 창살로 투명한 세상을 보는 창문의 존재를 가정한 듯하지만 곧 바깥과 안의 경계가 무색해진다. 하나의 프레임이 뒤집어지면서 검은색을 띠고 거기서부터 흰 A4 종이들이 마치 축제처럼 뿌려지면서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검은색 프레임의 안으로 들어가며 구름들과 운구를 맞추지만 한편으로 그 바깥으로 천천히 옮겨가기도 한다. 이 모든 프레임이 사실 용지들이 놓여 있던 자리는 아니었을까?, 구름을 보여주는 투명한 프레임이 뒤집히면서 불투명한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어..
200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