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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변방을 모험하기 : 관객 1인의 2023 서울변방연극제 극장 밖 정주행 일기 <2023변방연극제>
변방을 모험하기 : 관객 1인의 2023 서울변방연극제 극장 밖 정주행 일기 리뷰 김기일 *필자는 어떤 계기로 2023년 7월 7일부터 7월 23일까지 진행된 ‘2023 서울변방연극제’의 모든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보았던 모든 공연이 인상 깊었지만, 정주행한 관객의 입장에서 특별히 오래 마음에 남았고, 또 내 안에서 나만의 특별한 서사가 그려졌던 극장 밖 작업들의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어쩌면 이 글은 비평보다는 기행문, 리뷰보다는 관객 1인의 체험 혹은 모험담이다. #1 2023년 7월 8일, 변방농장 @고양찬우물농장 내 텃밭 ‘마요문명’ “자연 환경으로부터 인간이 완벽히 보호되지 않습니다. 가령, 모기, 벌레, 더위 등이 공존합니다.” 비가 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사실 나는 공연 예매 확인 문자..
2023.10.05 -
[리뷰] 베리어 컨셔스 연극 <국가공인안마사>
우리에게 연극이란 가능성 입니다. 누가 그렇게 free 할까 : 배리어 컨셔스 “배리어컨셔스연극_”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한 유보직종인 ‘국가공인안마사’를 다룬 작품으로, 시각장애 당사자인 극작가 겸 연출가와 배우, 비장애인 배우, 연주자 스텝들이 기획에서부터 제작, 홍보, 현장까지 호흡을 맞추며 진행한 공연이기도 합니다. 세 국가공인안마사와 각자의 일터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마치 옴니버스 활극처럼 경쾌하게 엮어 선보였죠. 그리고 작품의 제목 앞에는 ‘배리어컨셔스’라는 말이 뗄 수 없는 수식어처럼 붙어있습니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요즘입니다, 라고 시작하려다 말을 멈춥니다. 마을의 활동가로, 관계 집단의 기획인력으로, 개인 창작자로 지내면서, 종종 가..
2023.07.05 -
[리뷰] 제0회 어린이연극축제연습 <천사동심파괴>
지인으로부터 다짜고짜 공연예매 링크가 도착했다. 라니. 자고로 동심이란 지켜져야 하는 것이거늘. ‘제0회 어린이연극축제연습’의 타이틀이었다. SNS에 접속 후 ‘천사동심파괴’를 검색했다. 몇 가지 피드가 눈에 띄었다. 공개된 포스터에는 잔뜩 성나 보이는 날개 달린 토끼가 꽉 쥔 주먹으로 당근을 두 동강 내고, 그 옆엔 벌레 먹은 듯 듬성듬성 구멍 난 잎사귀 한 장을 들고 있는 개구리가 황망한 표정으로 눈물을 떨구며 앉아있었다. 강렬한 색감까지 더해져 긴장감이 돌았다. ‘힙하다!’라고 생각했다. 축제를 만든 사람들은 ‘칠더하기’ 라는 팀이었다. 그 팀의 계정으로 들어가 가장 첫 번째 피드를 읽었다. 칠더하기 7+ 는 어린이 연극을 연구하고 어린이를 위한 새로운 공연예술축제를 준비하는 창작자들의 신생 모임이..
2023.07.05 -
[리뷰]못 보낸 편지_민들레에게: 민수민정 <방안의 맘모스>
못 보낸 편지_민들레에게 민수민정 글_자림 당신의 이름을 보았습니다. 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을 열면, 꼭 당신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문은 굳게 닫혀 있었어요. 차마 손을 뻗기도 전에, 나는 그것을 예감했습니다. 이상하죠.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로 당신을 둘러싼 소문들을 짐작할 수 있었을 뿐, 난 당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 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을 찾으러 가야 한다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요. 기묘하게도, 내가 밟고 서 있는 이곳이 당신으로 만들어져 있는 것만 같습니다. 여기에서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는 '맘모스백화점'으로 문을 열었던 청주 중앙시장 상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시다. 1970년대 구 청주역 인근의 집창..
2023.01.08 -
[리뷰]헝거스톤, 눈물이 맺힌 렌즈 사이로: 콜렉티브 뒹굴 <꿈의 방주:Hunger Stone>
헝거스톤, 눈물이 맺힌 렌즈 사이로 콜렉티브 뒹굴 글_윤석 9월 24일을 하루 앞두고 본 연극 헝거스톤은 내가 삼 년에 걸쳐 열심히 잠재워놓은 어떤 심기를 심히 거슬렀다. 다음날 전국에서 3만 5,000명이 모인 924기후정의행진 사이에서 그 마음을 살펴야 했다. 답을 찾아서 열심히도 걸었다. 헝거스톤은 일종의 사기극이다. 팜플렛에 적혀있는 수 명의 배우들은 온데간데없고, 객석 안내자(지나고 보니 연기를 하던) 김정은 배우 혼자 독백을 이어가더니 마지막에는 춤도 추고 랩도 하며 짱 멋있게 퇴장한다. 허탕하고 충격에 휩싸인 채 나오는 길에 이 모든 것을 기획한 성지수 연출가가 “오보요. 오보.”하며 정정된 다른 팜플렛을 쥐여준다. 고양이가 그려진 짱아찌도 줘서 잘 먹었다. 같이 본 친구는 끝날 때까지 연극..
2022.12.18 -
[리뷰]존재론적 회색지대를 마주할 때: 오헬렌, <Recording Room Concert>
존재론적 회색지대를 마주할 때 오헬렌 글_전대한 ‘음악 작품’이란 무엇일까? 혹은 우리는 ‘음악 작품’이라는 표현을 통해 무엇을 지칭하는가? 이는 너무 당연한 것을 묻는 것만 같아서, 왠지 바보 같아 보이는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당연히 그 답은 ‘지금 들려오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러한 답변에도 여전히 동일한 물음이 남는다. 그렇다면 ‘지금 들려오는 것’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이에 대한 전통적인 답변은 ‘연주’일 것이다. 라이브로 연주되어 실시간으로 청자에게 생생하게 포착되는 소리 사건과 음악 작품을 동일시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인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어떤 곡의 연주가 불완전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수차례 시도된 연주(들) 중에서 음악가 스스로 가장 완전하다..
2022.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