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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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꾹 눌러 담은 트렁크의 흔적을 들추며 <케샤, 레로, 케샤>
꾹 눌러 담은 트렁크의 흔적을 들추며 리뷰 글_김은한 좋아하는 일본 아티스트의 곡 중에 ‘어차피 내일이 계속된다면 / 추억은 필요 없어 / 이 발을 무겁게 하는 슬픔은 / 시궁창에 흘려보냈다’라는 대목을 흥얼거리곤 했다. 이번에 관람한 공연은 이 대목을 떠오르게 했다. 조바심을 내느라 어디로도 내디딜 수 없는 막막한 현실.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가 보는 마음을 일깨워준 를 돌이켜본다. 코로나가 주춤하며 공연예술계에도 다시 활기가 돌아오는 듯하다. 여러 축제와 행사가 조심스럽게 다시 시작되었고, 많은 참여자가 그간의 시간을 떨쳐 보내듯 즐기고 있다. 꽉 찬 극장은 이제 한 칸 띄어 앉기보다는 비좁아졌지만, 생기가 돈다. 물론 힘든 시절이 완전히 지났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공연예술을 둘러싼 삶은 늘 만만치 않..
2022.06.10 -
[리뷰] 정해져 있지 않은 거주지: 오드라데크
잊혀진, 튀어 나오는, 이해 불가능한 그리고 묘사 불가능한 것 혹은 곳. 하마(하재용)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예견할 수 없이 행동하는, 어떠한 어원을 가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그리고 어떻게 생겼는지 완벽하게 묘사할 수 없는 심지어는 죽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그 이름은 오드라데크이며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소설 ‘가장의 근심’(Die Sorge des Hausvaters)에서 화자인 가장을 괴롭히는 아주 곤란한 존재로 보인다. 위에서 열거한 이 존재의 속성들 역시 그것을 완전히 설명해주지 못한다. 모든 설명들과 분석들은 이 존재를 비껴간다. 그리고 이 존재의 이름을 빌린 한 전시가 ‘아마도 예술공간’에서 열렸다. 흥미롭게도 하나의 객체를 묘사하는 듯한 카프카의 소설 속의 오드라..
2022.05.16 -
[리뷰] 감춰두고 아껴보고 싶었던 빨강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감춰두고 아껴보고 싶었던 빨강 리뷰 글_정혜진 리뷰에 앞서 필자는 시각예술에서 나아가 다원예술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며 작업을 하고 있는 창작자이자 기획자임을 밝힌다. 연극이라는 특정 장르보다 무대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실험들을 관람하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뷰에서는 을 하나의 텍스트로서 주체적으로 해체하고 읽고자 한다. 2015년에 초연된 극단 돌파구의 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2022년 오늘날 다시금 무대에 오른 극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한국 사회에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과 함께 극단 내부적으로 필연적이었을 젠더, 여성, 노동, 소수자를 키워드로 한 스터디를 진행하여 극에 변화를 줬다. 2015년 작품의 경우 자본의 원리에 의해 생겨나는 청소년들 사이 보이..
2022.04.06 -
[리뷰]일상은 어떻게 가시화 될 수 있는가 <DIOS EX MACHINA>
일상은 어떻게 가시화될 수 있는가 리뷰 글_김민관 사물-이미지의 생산양식 ‘냉장고’의 어떤 형상과 감각 들이 관객을 에워싸는 는, 배우의 자리를 대리하는 설치를 통해, 일반적인 극장의 시간성을 관객에게 전적으로 이전하는 전시로 보인다. 실시간 모션 그래픽, 푸티지 영상, 영수증 용지로 프린트되어 나오는 텍스트 등에 더해지는 사운드와 조명의 변화는, 공간 전체를 둘러싸면서 앞선 이미지들을 시간적인 질서 안에 위치시킨다—사운드가 공간에서 수평적인 차원에서 가장자리를 차지한다면, 조명은 수직적인 차원에서 그러하다. 이러한 입체적인 연출은 공연으로서의 문법과 구조를 가시화하며, 하나의 공간을 조형하는 동시에 관객에게 그 공간의 흐름과 좌표를 제시한다. 는 일반적인 공연은 아니지만, 일정한 시간의 흐름을 분별할 ..
2022.03.31 -
[리뷰]법과 함께 춤추는 몸들 <혜화동1번지 2021가을페스티벌 “법rule”>
법과 함께 춤추는 몸들 리뷰 글_갈피 이야기 하나. 지난 2021년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청소년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피선거권연령의 기준을 만 25세 이상에서 만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비록 실질적 청소년 참정권의 보장을 위해 정당법, 민법 등의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로써 선거권은 부여받았으나 피선거권을 보장받지 못해 실질적인 참정권에 커다란 제약을 받고 있던 18세부터 24세까지의 시민들이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게 되었다. 이야기 둘. 대법원은 2021년 8월 19일 판결 1) 을 통해 약 20년 전 발생한 성폭력 범죄 피해생존자이며 ‘체육계 미투 1호’로 체육계 성폭력 문제를 고발한 테니스 코치 김 ..
2022.03.31 -
[리뷰] 탐사대원A의 회고록 <환영으로 채운 굴과 조각보로 기운 장벽 탐사대>
탐사대원A의 회고록 : 분단이미지센터 전시 《환영으로 채운 굴과 조각보로 기운 장벽 탐사대》 글 한혜수 0. 전시 리뷰를 청탁 받았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게 됐다. 2021년 11월 7일, 분단이미지센터와 더블데크웍스에서 주최한 《분단, 사물, 리듬》 워크숍의 여운이 채 가시지 못한 일주일 뒤, 할머니께서 위독하다는 소식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아니다. 사실은 언제고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평소에도, 아니 수년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던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친할머니까지 돌아가시면 가족 중에 북한이라는 장소를 구체적인 현실로써 경험한 사람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겠구나. 다시 만나면 옛 이야기를 꼭 들어드리고 싶었다. 뒤숭숭한 마음을 뒤로하고 몰아치는 업무와..
202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