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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연희하는 여자들과 연희하기: <연희하는 여자들>
연희하는 여자들과 연희하기 공연 리뷰 글_김재훈 드넓은 하늘 아래, 탁 트인 공터에서 상모를 쓴 채 연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각자의 악기를 신명 나게 연주하며 빙 둘러앉은 관객들과 노랫가락으로 소통한다. 상모를 돌리고 온 공터를 누비면서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한다. 연희하는 그들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짐작컨대 그들에게 연희는 삶의 이유인 듯 하다. 연희가 끝나고 열기가 가라앉은 무대 뒤편에서 그들은 이 자리를 떠난 다른 연희자를 떠올린다. 함께 있었으면 더 즐겁게 뛰어놀았을, 누구보다 연희를 아꼈던 그들. 임신과 출산으로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성 연희자들을 떠올리며 그들은 관객들이 떠나고 텅 빈 공연장을 초연히 바라본다. 공연 은 그렇게 떠나간 연희자, 혹여나 떠날지도 모를 연희..
2022.10.06 -
[리뷰]브레히트의 명으로 폭주하는 우주선: 프로젝트 뉴 플래닛 <Let’s Go To My Star 시즌1>
브레히트의 명으로 폭주하는 우주선 프로젝트 뉴 플래닛 글_김민수 “와와? 와와와??” 우스꽝스러운 복장에 과장된 몸짓으로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세 연기자는 “와”로 대화하더니 이정현 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의식의 흐름인가 싶겠지만 이런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멈출 생각이 없다. 브레히트의 명으로, 프로젝트 뉴플래닛이 그리는 포스트 서사극은 세 배우의 엄청난 에너지를 바탕으로 끝 모르고 달려간다. 지난 8월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통해 발표된 삼부작 연극 시즌1은, 본 공연의 작가 겸 배우인 최아련의 결혼 퍼포먼스(2021, 스페이스 다온)에서 시작한다. ‘연극과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퍼포먼스적으로 풀어낸 작업으로, 연극을 의인화하여 결혼식의 의례들을 밟아가며 연극에 대한 창..
2022.10.06 -
[리뷰]결핍의 감각들을 경유하며: Shi-ne, <HOLE>
결핍의 감각들을 경유하며: Shi-ne 리뷰 글_성혜인 “내가 인생에 있어서 흥미롭다고 발견하는 것은 바로 그것, 때로는 극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한, 인생에 뚫린 구멍들, 공백들이다. (중략) 운동이 일어나는 것은 어쩌면 그러한 구멍들 속에서 이다.” - 질 들뢰즈(김종호 역), 中 - 일반적으로 결핍은 채워야 할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며, 결핍을 해소해야만 완전해질 것이라는 착각은 정서적 결핍을 더욱 심화시킨다. (2022년 8월 5일·김희수아트센터 SPACE1)은 “없음-결핍-구멍”의 부정적 도식에 의문을 갖고 내면의 결핍을 긍정하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공연의 핵심을 서두에 일목요연하게 제시하는 건 여러 가지 위험을 수반하지만 그럼에도 서둘러 확언하는 이유가 있..
2022.09.11 -
[리뷰]끓는 소리들과 가동하는 현장 <닻올림 연주회_147>
끓는 소리들과 가동하는 현장 리뷰 글_윤태균 2010년 이후 한국 전자음악계의 모든 흐름들을 이 지면에서 한 데 엮어내는 것은 분명 큰 무리이다. 그렇기에 나는 여기서 몇몇의 현상들만을 엮어 한국 실험/전자음악 현장으로 맥락짓고, 이 미약한 단문의 말미에는 실험/전자음악의 형식과 감상을 서술하고자 한다. ‘씬’이라 통칭되는 예술에서의 현장은 사람, 공간, 관계, 작업, 기관, 조직이 서로 얽혀 각자를 침범하는 느슨한 경계 내부로 정의된다. 각 요소들은 서로에게 우위를 가지지 않지만, 현장의 여러 궤도를 가능케 하는 강력한 중력장들을 거론할 수는 있다. 2010년 이후 한국의 실험/전자음악 현장의 중력장들은 기관과 공간이다. 물론 이전부터 지속된 산발적인 행사들과 공연들에 실험/전자음악 작업들이 등장하기는..
2022.08.17 -
[리뷰]인류세의 한복판에서 푸른 지구를 외치는 세 명의 카나리아 <블루 플래닛 – 바다> @보안1942
인류세의 한복판에서 푸른 지구를 외치는 세 명의 카나리아 @ 보안1942 리뷰 조아라 나에게 있어 바다는 여러 이야기가 쌓여있는 메타포적인 공간이자 모든 것을 품고 있으면서도 비어있는 空의 공간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푸른 지구,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우주의 무수히 많은 별과 존재 속에서 작은 점에 불과하다는 점을 종종 환기하곤 한다. 인간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적인 세계를 넘어서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회복하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인간은 인간중심의 사고의 틀을 넘어서 공생의 삶을 살 수 있을까? 2013년 ‘공연창작집단 뛰다’와 인도 아티삭티에서 레지던시를 할 당시 나는, 연습실 공간이 순간 고래 뱃속처럼 느껴졌던 기억을 바탕으로 라는 희곡을 썼다. 의 첫 문..
2022.07.25 -
[리뷰] 결정하지 않는 것도 당신이기에<비둘기처럼 걷기>@TINC
결정하지 않는 것도 당신이기에 음이온 리뷰 글_임다영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길에서 비둘기를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구우- 구우- 소리를 내면서 목을 까딱거리며 걷거나, 이따금씩 공중을 푸드덕거리며 날아다니는 존재를 말이다. 음이온의 는 우리의 일상에서 친밀한 존재인 비둘기에게 50대 남성이 한쪽 눈을 쪼아 먹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본인은 이 글을 통해 의 경계 넘나들기와 열린 결말의 함의를 살펴보려 한다. 주인공인 남자는 쪼아 먹힌 한 쪽 눈으로 비둘기가 보는 세상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런 남자의 말에 의사, 가족, 행인 등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의사는 정신과를 권하며 믿지 않는 눈치고, 도를 믿냐는 행인은 남자가 새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와중에, 가족은 그래도 그의 말을 믿어..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