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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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모멸감을 삼키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만나면 좋은 친구>
모멸감을 삼키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리뷰 글_남하나(불나방) #노동자의 하루 : 엄마로부터 대형마트에 일하는 엄마는 아웃소싱으로 계약한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이 나이 많은 여성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목청을 높여 앞에 진열된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한다. 그녀는 여름, 겨울 상관없이 두꺼운 가디건을 입고 냉동실과 냉장실을 넘나들며 차디찬 얼굴에 억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객을 응대하는데 배테랑이 되었다. 꼬박 8시간을 서서 이리도 열심히 일하는데는 매출 달성의 압박이 존재한다. 대형마트에 위치한 매장들 사이에서는 월매출을 달성하지 못하면 매장이 자동적으로 퇴출된다. 언제든지 내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협 속에 대다수의 중년여성 노동자들은 제대로 쉬지도 않고 일을 한다. 브랜드가 다른 정육코너, 생선코너,..
2022.01.13 -
[리뷰] 부조리하게 연극하기_제6회 단단 페스티벌 <위험한 커브>
부조리하게 연극하기 제6회 단단 페스티벌 〈위험한 커브〉(극단 아트맥) 갈피 연극을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형식의 연극들을 접했다. 그 중엔 고전적인 3막 혹은 5막 구조로 된 연극부터 1막과 2막이 순환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2막 구조의 연극도 있었고, 극 자체를 보아서는 막 사이의 전환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 연극도 있었다. 연극의 서사 구조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가운데에서, ‘단막극’이라는 형식에 집중하기란, ‘단막극을 하기’란 어떤 일일까? 이런 궁금함을 가지고서 제6회 단단 페스티벌 참가작인 극단 아트맥의 연극 〈위험한 커브〉를 관람하러 소극장 혜화당을 찾았다. 연극 〈위험한 커브〉의 이야기는 차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위험천만한 커브길 근처에서 사는 형제의 등장으로 시..
2021.12.22 -
[리뷰] 떠나고 사라지며 발화되는 것들 <46일째 인디여행>
떠나고 사라지며 발화되는 것들 -홍대앞 ‘한잔의 룰루랄라’를 기억하는 공연 - 오재아 죽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것의 근본일까. 사람도, 공연도, 공간도 죽음으로써 그것의 살아있음을 증명해낸다는 사실이 슬펐다. 사라진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으며, 다만 그 시절에 함께 머무르던 사람들의 기억이 지나가버린 시간을 지탱한다. 그러나 사라짐은 사람, 공연, 공간의 유약함을 드러내지만, 사라진 것에 대한 ‘기억’은 그 연약함을 끌어안으며 그럼에도 기억될 수밖에 없었던 대상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홍대앞 공연장이자 카페이고, 음식점이자 만화방이었던 ‘한잔의 룰루랄라’. 많은 아티스트들의 아지트가 되어주고 늦은 밤 지친 사람들이 음악, 그리고 맥주 한 잔과 함께 쉬어가던 곳. 룰루랄라는 이제 사라졌지만, 그곳은 사람들..
2021.12.10 -
[리뷰] 잘 놀 수 있다는 농담 혹은 선언_<그러나 서커스_촬영 중입니다>
잘 놀 수 있다는 농담 혹은 선언 @신촌 글_김민수 팬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 단계가 4단계로 격상한 지 3달이 지났다. 백신 접종이 잘 진행되고 있으니 거리두기 단계가 금방 완화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 기대가 되레 많은 이들을 지치게 했다. 코로나로 예술계가 힘들다는 얘기는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거리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 4단계 방역 조치는 특히 괴로운 일이었다. 정규 공연장으로 등록된 공간이 아닌 곳에서의 공연은 모두 금지되었다. 자연스럽게 많은 축제와 야외 공연 역시 취소되거나 극장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지루하다기보다 지난한 일상이었다. 그런 날들 가운데 불쑥, 그것도 평일 오후 신촌 한복판에 이상한 인파가 모이기 시작했다. 종이 가방에 눈을 뚫어 뒤집어쓰고 신촌 거리를 걷는 이들은..
2021.11.29 -
[리뷰] 사랑하라, 단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_영화 <성덕>
사랑하라, 단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영화 리뷰 글_구슬 2021년 현재, 케이팝은 세계적인 문화 현상으로 보인다. 케이팝과 떼어놓고 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팬덤’. 엄청난 조직력과 결속력을 자랑하는 이들은 언뜻 균질적인 집단인듯 보이지만,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모인 각기 다른 개인의 자발적인 모임이기도 하다. 케이팝의 모태인 한국 가요계에 팬덤 현상이 나타난 지도 어느덧 수십 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팬덤의 성격과, 구성원들의 연령대, 그리고 팬덤이 추종하는 대상 역시 연예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해진 양상이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을 표상하는 사회적 이미지의 원형은 여전히 ‘스타를 열정적으로 쫓아다니는 10대 소녀들’이다. 가왕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과 함께 등장한 ‘오빠부대’를 시작으로 ‘걸크러시..
2021.11.27 -
[리뷰]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기 위한 방식_혜화동1번지 "법rule":관람 모드-있는 방식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기 위한 방식 2021 혜화동1번지 7기동인_가을페스티벌 "법rule" : 관람 모드-있는 방식 리뷰 글_유경 ‘있는 방식’, 무언가 빠진 것 같은 제목이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이 ‘관람모드’가 기존에 존재해왔던 어떤 규칙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혹은 어떻게 있었던 방식인가. 은 축제를 이렇게 소개한다. “나를 돌아보고, 너를 확인한 뒤, 우리 사회를 바라보다. 법과 규범(rule)을 점검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 법을 다시 구성함으로써 아직 마주하지 못한 정의의 자리를 모색한다.” 규범은 “있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우리는 다시 구성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아직 마주하지 못한 정의의 자리를 모색할 수 있을까. “있는 방식”이 달라지기 위해..
202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