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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5분연극제 단상: 지역에서 지역으로 <제8회 15분연극제>
15분연극제 단상: 지역에서 지역으로 리뷰 김민관(과정 관찰자) 연극제를 기획, 총괄하는 권근영 PD에게서 ‘과정 관찰자’라는 호명을 받고, 결과에 해당하는 공연만을 보고 글을 쓰는 대신, 공연 전 과정을 살피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공연을 취소하고, 내부 촬영을 위한, 공연과 관객 없는 한 번의 공연으로 축제를 갈음하기로 결정되기까지는 예의 팬데믹 상황 속 신중함의 공적 태도가 작용했다. 그럼에도 공연 8팀과 진행팀, 공간 운영자들까지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에서 그 내부 인원은 외부를 고스란히 시뮬레이션했다. 사실 관객이란 존재를 상정하지 않는 연극은 없다. 동시에 공연을 둘러싼 이들―객석을 점유한 이들―은 언제나 관객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의 15분 연극제는 해..
2021.09.24 -
[리뷰] ‘콜렉티브-되기’와 ‘계속 말하기’ _콜렉티브 꼼<공간자화 시리즈>
‘콜렉티브-되기’와 ‘계속 말하기’ 콜렉티브 꼼 글_임기택 작업자가 하나의 주제에 깊이 탐구하여 연작을 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공연 예술계에서는 피나 바우쉬의 나 안은미의 과 같이 기록적인 연작이 떠오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하나의 작업에 매달리는 공연 예술의 특성상 이런 연작의 시도는 시각 예술이나 다른 장르에 비해 드문 것이 사실이다. 시대의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다채롭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 나서는 작업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을 생산하고 더 많은 시각을 사회에 제공한다면 하나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 끈질기게 늘어지는 작업자들은 쉽게 완결되었다고 믿거나 합의해버린 이야기의 깊고 좁은 지점을 발굴해 내고야 만다. 이런 작업자와 작업은 드문 만큼 각각의 시도가 귀..
2021.09.06 -
[리뷰]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관람기 (상편)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관람기 (상편) 김민조 (프리랜서 비평가) 페미니즘 연극, 연대에서 연결로 2018년 연극계 미투 해시태그 운동의 해에 시작된 페미니즘 연극제가 어느덧 4회를 맞았다. 4년 동안 페미니즘 연극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와 연극계의 지형은 숨가쁘게 바뀌어 왔다. 그 변화란 감히 페미니즘의 이름을 걸고 연극을 올리는 것이 점차 당연해져 가는 과정, 페미니즘 연극이 새로운 관극의 모드와 모럴을 갖춘 장르로서 정착되어가는 과정, 나아가 이 플랫폼이 배태시킨 양분이 연극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이었다. 대학로의 한가운데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며(제1회) 호기롭게 시작했던 연극제는 관객과 연극인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더 많은 연대를 상상하는(제2회) 방향으로 확장해 나간 것이다. 그러나 지난 4..
2021.08.26 -
[리뷰]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 리뷰 : 비/인간의 윤리학을 탐사하기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 리뷰 : 비/인간의 윤리학을 탐사하기 갈피 *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 프로그램 중 ‘〈Connections〉(장지아), 〈재주는 곰이 부리고〉(원의 안과 밖), 〈요정의 문제〉(이치하라 사토코 X 김보경), 〈재난일기_어느 연극제작자의 죽음〉(이하 〈재난일기〉)(홍사빈), 〈I'm the church〉(정세영),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 창출을 위한 연출과 연기술 연구 - 코로나 바이러스를 中心으로〉(이하 〈베르톨트...〉)(극단 성북동비둘기)’를 관람하고서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좌우로 늘어선 건물들이 오가는 이들을 향해 환하게 열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다. 매끈하고 건강한 얼굴들이 혹은 또렷한 글씨가 ..
2021.08.17 -
[리뷰] 어떤 (좋은)거리감 <sonans:오이디푸스왕과 함께>
어떤 (좋은) 거리감 리뷰 @삼일로창고극장 글_김송요 왜냐면, 예전에 나는 공연을 보는 날, 어쩌다 이른 시간에 삼일로창고극장에 도착했다. 얼마나 이른 시간이었냐면 아직 티켓 배부도 시작되지 않았을 때다. 아 아직 티켓을 받을 수 없군요, 중얼거리고 머쓱하게 웃으면서 극장을 빠져나와 잠시 명동성당엘 갔다. 나는 불교지만 스무살 때 기독교미술 수업을 들으면서 마리아님을 좋아하게 되어서 명동을 지날 때마다 마리아님을 보고 간다. 그전까지만 해도 가톨릭 신자가 아닌 내게 마리아는 ‘예수님 엄마’였는데, 스무살에야 처음 수태고지 그림들을 보며 임신의 경위(?)를 알게 되었다. 젊은 여자가 대체 어떤 미래 무슨 상황이 펼쳐질 줄 알고 대뜸 저더러 애를 배라는 말에 ‘당신 뜻대로 되게 하소서’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2021.08.09 -
[리뷰] 세계를 도는 회전문_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세계를 도는 회전문 : 나의 세계가 위협되지 않는다면, 운명은 흔들리지 않는다. 글_강정아 시대가 불온할 때, 신비주의가 성행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정확한 출처는 기억나지 않으나, 왠지 그럴듯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은 세기말이 도래할 때 음모론은 출몰하기 때문이다. 인류세-자본세1, 기후 위기, 감염병으로 인한 거리두기는 우리의 일상을 마비시켰고 혐오와 폭력의 얼굴은 그림자로 숨지 않게 되었다. 기존에 믿었던 가치와 신념이 한순간에 절망으로 휩싸일 때 기존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그 이야기의 사실, 바탕, 출처를 알기보다는 그럴듯한 상황으로 넘기려는 경우도 많다. 왠지 하나부터 열까지 알아가기에는 피로하고 그것들을 다 알 필요도 없다는 생각도 하기에 세상 도..
2021.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