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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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 - ① 서툰 몸짓의 시작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 - ① 서툰 몸짓의 시작 글_ 김혜정 32살, 하고 싶은 걸 할 테야 무용을 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데는 여자들 밖에 없잖아. 남자들 많은 모임을 하지. 인라인 스케이트나 산악 자전거 모임 같은…”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덧붙이셨다. “올해는 시집을 가야 할 텐데.” 어머니는 모른다. 남자가 많은 동호회라고 꼭 좋은 남자가 나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서른이 넘어서 결혼을 못하는 것보다 서른이 넘어도 하고 싶은 걸 못하는 게 더 문제야.” 그렇다. 나는 하고 싶은 건 해 본다. 아니,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야 맞는 편이겠다. 스물 아홉이 끝날 무렵, 나는 열병 같은 사랑을 겨우 끊어내고 서른이 되었..
2011.07.28 -
[리뷰] 이 연극 꼭 보세요 7월 31일까지 - 극단 다리「없는 사람들」
이 연극 꼭 보세요 7월 31일까지 - 극단 다리「없는 사람들」 글_ 강말금 공연이 끝나고 극장에서 인디언밥의 아아시를 만났다. 리뷰를 써도 되냐고 물었다. 아아시는 흔쾌히 수락했다. 고마웠다. 공연을 보면서 내내 그 생각했다. 빨리 리뷰를 쓰자. 좋은 리뷰를 써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몇 명이라도 연극을 더 봤으면 좋겠다. 내 하찮은 글이 그런 힘을 가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 공연은 참 드물다. 아침에 팥빙수를 먹으면서 공연을 본 날 아침, 친구랑 팥빙수를 먹었다. 우리는 만나면 발가락부터 하느님까지 떠오르는 대로 수다를 떤다. 그 아침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연극평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얘길 했던 것 같다. 좋으면 좋아서 할 말 없고. 싫으면 싫..
2011.07.23 -
[리뷰] "저들 각자의 삶을 살게 하는 자는 우리다" - 극단 다리「없는 사람들」
"저들 각자의 삶을 살게 하는 자는 우리다" - 극단 다리「없는 사람들」 글_ 정영감 조세희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는 접속사가 없다. 문장과 문장 사이가 허허롭다. 조세희는 열락과 행복, 고통과 슬픔의 마음 풍경을 드러내는 추상명사를 탈탈 털어서 버리고 주어와 동사가 가까이 붙은 단문으로 인물들의 행동만을 엄정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이 ‘없는 접속사’에 담기는데, ‘없는 접속사’를 지금 이곳으로 불러내 읽지 못할 때 마음은 ‘없는 마음’이 되고 소설집은 ‘없는 집[宇]’이 된다. 극단 ‘다리’의 「없는 사람들」은 조세희가 쓰지 않은 마음-접속사를 무대 위에 펼쳐 놓는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세상 가장 낮고 거친 바닥을 제 몸으로 끌어당기며 움직이던 앉은뱅이와 꼽추는 ..
2011.07.22 -
[리뷰] 단편소설극장전 : 코끼리 - "남자는 홀로 있었다"라고 말했다
“남자는 홀로 있었다” 라고 말했다 - 단편소설극장전 마지막 작품 : 극단 청년단 「코끼리」 글_ 정영경 남자는 홀로 무대에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홀로 이야기한다. 그의 이야기 속에는 여러 사람이 들어있다. 동생 경모, 어머니, 딸, 아들, 전처 그리고 만동. 그렇지만 그들은 남자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할 뿐 등장인물은 여전히 그 혼자뿐이다. 무대는 소파와 그 옆에 편지가 들어있는 몇 개의 서랍이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는 전화기가 있다. 그의 존재가 전화와 편지로만 소통하고 있는 상태라는 게 드러난다. 암전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조명이 들어오면 남자는 소파에 앉은 상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어진다. 모든 이야기는 과거형이다. 그가 자신에게..
2011.07.15 -
[리뷰] 단편소설극장전 : 개는 맹수다 - 나와 배우들의 이야기
나와 배우들의 이야기 - 단편소설극장전 두번째 작품 : 양손프로젝트 「개는 맹수다」 글_ 정진삼 나리. 그때 거기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해서 말하려고 해. 무대는 그동안 봐왔던 가득 찬 공간과는 뭔가가 달랐지. 딱히 꾸밈이 없었으니까. 소극장의 벽돌 뒷벽이 그대로 보였어. 오른쪽 기둥에 기대어진 나무 의자가 있었는데 어떤 배우가 나와서는 뭔가 분풀이를 하듯 나뭇가지 회초리로 의자를 휘갈겨 댔어. 초반부터 감정을 분출하고자 하는 모습이 뭔가 색다른 듯 했어. 나리. 지금 하는 이야기는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가 될 거야. 누가 누군지 혼동할 수도 있을거야. 그들은 극중에서 딱히 이름이 없거든. 이 연극은 원작 소설을 무대로 옮겨온 작품이야. 일본의 유명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세 개를 엮었다고 해...
2011.07.15 -
[리뷰] 단편소설극장전 : 서울, 1964년 겨울 vs. 서울, 2011년 여름
서울, 1964년 겨울 vs. 서울, 2011년 여름 - 단편소설극장전 첫번째 작품 :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서울, 1964년 겨울」 글_ 김수진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으로 시작되는 김승옥의 소설 . 그러나 내가 을 만난 2011년 6월 9일 산울림 소극장에는 1964년 겨울을 서울에서 지낸 사람은 거의 없어 보였다. 그러니 2011년 여름,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 은 더 이상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1964년의 스물 다섯 살과 2011년의 스물 다섯 살. 소설 속 인물과 무대 위에 있는 배우들. 내가 극장에서 만난 배우들은 아직 학생 티를 완전히 벗기 전의 활력 있고 발랄한 청춘이었다. 이번 작품이 데뷔무대인 젊은 연출과 배우들은 즐겁게 작업..
201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