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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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골목길 「아침드라마」 - 무심하면 죽는다
극단 골목길「아침드라마」 - 무심하면 죽는다 글_ 강여사 “무심하면 죽는다.” 이 말은 누구를 향하는가. 극의 끝 부분, 죽은 아들은 아비에게 “사방이 불타고 있어요! 여기 이 불길이 보이지 않아요? 아버지!”라고 묻는다. 아비는 내가 뭘 모른 척 하느냐며, 불길이 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절규한다. 그리고서 극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술집에 주저앉아 취한 채로 잠이 들어버린 아비는 잠이 깬 후 다시 친구—서로 친구로 착각해 친구가 되어버린 친구—를 만난다. 친구는 첫 장면에서 방화범이 했던 말을 이제 자신이 내뱉는다. “무심하면 죽는다고 했지.” 아비의 몸에 친구의 칼이 꽂히고 마룻바닥과 친구의 얼굴은 이내 피로 물든다. 친구는 아비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성냥불을 킨다. 그리고 암전. 극이 시작할 ..
2011.01.04 -
[리뷰] 인간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 「제 15회 인천인권영화제」
인간을 위한 영상, 자유를 향한 연대 - 「제 15회 인천인권영화제」 글_ 조형석 수수께끼 하나.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그 존재마저 잊고 사는 이들도 있다. 또는 자신에게 조금만 피해가 와도 곧잘 이 말을 내뱉곤 한다. 수수께끼 둘. 12월 10일은 이것을 기념으로 한 날이다. 수수께끼 셋. 우리주변에 이것을 보장받지 못한 채로 사는 사람이 무척 많다. 이주 노동자, 성적 소수자, 강제 이주자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불편한 진실에 우리는 얼마나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얼마만큼 인지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인권[人權, human rights]' 사전적 정의로 인간이 인간답게 존재하기 위한 보편적인 인간의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권리 및..
2011.01.03 -
[리뷰] 술 맛 나는 인터뷰 - 극단 '낭만유랑단'「달은 알고 있다」
극단 낭만유랑단 -「달은 알고 있다」 뜬금없이 풀어나가는 논리와 감동의 술 맛 나는 인터뷰 #1 글_ 조형석 흠!흠! 간만이네!? 잘 지냈나?(진주 사투리) 오호 그러네요. 잘 지내셨지요. 마 이번 연극이 극공작소 마방진이라는 곳에서 했다매!? 가는데 안 어렵드나? 뭐 좀 어려웠습니다. 나중에 보니 코앞에서 못 찾겠다고 하고 블록을 빙 돌아서 가까스로 찾아갔더군요. 그래~!? 어떤 작품 이였는~데? 제가 이번에 보고 온 연극은 라는 '극단 낭만 유랑단'의 두 번째 작품 이였는데요, 경상남도 진주의 대각리라는 한 시골 집성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요. 그 곳에 도문이라는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객사를 하게 되요. 그리고 마을 경찰은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객사와 함께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보따리의 행방에 대해..
2010.12.23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관련성을 만들어 가야 할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관련성을 만들어 가야 할까 - 화천-뛰다와 호주-스너프 퍼펫의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⑤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결과물은 지난 토요일 화천산천어축제점등식행사 식전 공연으로 발표의 자리를 가졌다. ‘강물의 꿈, 대지의 기억’이란 제목의 20여분 가량의 퍼포먼스이다. 우리의 발표물에 대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접속’이란 틀을 사용하면 유용하다. 우리의 퍼포먼스는 ‘서로 다른 것을 맞대어 잇기’, 즉 ‘어떻게 관련성을 만들어 갈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퍼포먼스 직전에 우리의 과정이 소개된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음악팀은 영상화면 앞에 무대 상단에 자리해서 라이브 연주를 했다. 같이 자고, 먹고, 일하면, 즉 일상을..
2010.12.22 -
[리뷰] 얼라이브아츠 코모 「벙어리 시인」 - 그는 내 안에 서있었다
얼라이브아츠 코모 「벙어리 시인」 - 그는 내 안에 서있었다 글_ MJ 1993년 6월 15일,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보다 더 가까운 날로 와서, 2010년 8월 13일에는? 누군가의 생일이라든지 자신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야 매일매일을 모두 자신의 머리 속에 담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어제 11시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조차 기억하기 힘든 요즘, 어떤 날에 있었던 일, 언젠가 내 머리 속에서 순간순간 흘러가는 생각들은 흘러가는 구름처럼 바람처럼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채 증발해버리곤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흘러가버리는 시간들 사이에서 길을 잃고 서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수많은 생각의 흐름 속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쓰는 행위이다.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들을 다시 붙잡..
2010.12.17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예술가가 포기하지 않는 것
예술가가 포기하지 않는 것 - 화천-뛰다와 호주-스너프 퍼펫의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④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워크숍 과정의 기록의 네 번째 순까지 왔으니, 당신도 이제 의 핵심 성격이 예술의 생산과 소비의 대립적 관계를 무너뜨리는 데에 있다는 것을 짐작할 것이다. 이야기도 워크숍의 참여자들에게서 나오고, 인형 제작의 전과정도 참여자들 손으로 이뤄짐으로써 참여자들은 예술의 생비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사실 블로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웹 3.0 시대에, 누구나 일상에서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을 실험 중인 지금에, 이 같은 구도는 전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예술가는? 이야기도 참여자들이 구성하고, 제작도 그러하다면, 예술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존재..
201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