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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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타맨과의 세 번째 만남 - 극단 풍경「기타맨」
기타맨과의 세 번째 만남 - 극단 풍경 「기타맨」 글_ 최숭기 내가 처음 기타맨을 만난 것은 4, 5년 전쯤의 일이었다. 그 때 나는 틈틈이 회현지하상가에 들러 천원이나 이천원에 파는 중고 LP판을 사곤 했다. LP라는 매체는 특히 시각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나를 비롯한 많은 매니아들은 그 커버의 그림이나 사진 때문에 음반을 구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오년 전의 그 날 내가 우연히 발견했던 앨범 커버에는 밴드 멤버들의 그림과 함께 ‘Guitarman’이라는 영어 제목이 적혀 있었다.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던 밴드의 앨범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기타맨이라는 제목과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는지, 나는 덜컥 그 음반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음악도 나쁘지 않았다. 음악으로 돈을 조금은 ..
2011.01.26 -
[리뷰] 문화창작집단 날 「반도체소녀」- '당신들만의 정의(正義)'
문화창작집단 날 「반도체소녀」 - 당신들만의 정의(正義) 글_ 강여사 1. 삼성을 생각한다. 1월 11일, 삼성전자 LCD 사업부 천안공장에서 일하던 김주현(26)씨가 회사 기숙사에서 투신자살했다. 이에 앞서 3일에는 같은 사업부 탕정공장의 박모(23)씨가 투신자살했다. 지난 해 2010년 11월 26일엔 삼성 사내 전산망에 노동조합을 만들자는 글을 올린 박종태 대리가 해고됐다. 그 전 11월 14일엔 삼성반도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였던 주교철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고, 그보다 이른 봄 3월엔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하던 박지연(23)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주교철씨의 사망으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는 총 10명이 되었으며,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에 따르면, ..
2011.01.17 -
[리뷰] 고통 ∴ 세 개의 날개 - 박은주 「Earthrise & Earthset」
고통 ∴ 세 개의 날개 박은주 - Earthrise & Earthset 글_ 박비봉 #1. 2010년 12월 31일. 추운 날씨였다. 그녀는 늙은 마녀의 형체로 눈앞에 나타났다. 그것을 느낀 제 1의 초점은 표정이었다. 몸은 무거웠고 감정은 더뎠다. 잘근잘근, 조근조근. 나는 거기서 어린시절의 자아를 그리는 어떤 무용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는 곧 그 곳에서 벗어나는 듯 했다. 여전히 늙은 마녀의 형체다. 하지만 무언가 젊어진 느낌. 감각? 무엇일까? 반짝이는 눈? 아니면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동작은 아직 어딘가 모르게 고통스럽다. 그런 그녀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늙은 마녀가 숲에서 의식을 치르는 모습. 그 의식은 아름답다. 빛과 소리가 형체를 만드는 시간. ..
2011.01.12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인형이라는 몸을 통해 만나다
인형이라는 몸을 통해 만나다. - 화천-뛰다와 호주-스너프 퍼펫의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⑤ 글_ 배요섭(공연창작집단 뛰다 연출가) 1 스너프 퍼펫의 인형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인형 스너프 퍼펫과 뛰다가 함께 만나 무엇인가를 해보자고 결심한 것은 2009년 가을이다. 그 후로 수 차례의 회의와 직간접적인 만남을 통해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 Snuff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들이 만들어낸 그로테스크하고 거친 인형의 이미지와는 달리, 그들은 수수하고 순진해 보였고, 그들의 작업은 건전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논의한 것은 그들에게 인형은 어떤 의미이고 왜 우리와 공동작업을 하고 싶어하는 가였다. 그 질문은 우리에게 돌아와 다시 묻는다. 왜 스너프 퍼펫인가...
2011.01.07 -
[리뷰] 「마마상 - Remember Me This Way」 - ‘아는 만큼’이 아닌 ‘보는 만큼’의 깊이
페미니즘비디오액티비스트비엔날레2010 아시아페미니즘그룹핑전 국내아티비스트전 상영작 마마상 - Remember Me This Way ‘아는 만큼’이 아닌 ‘보는 만큼’의 깊이 글_ 아키꼬 조혜영, 김일란 | 2005 | 65' | 한국 | 다큐멘터리 빨간 립스틱을 바른 양공주의 ‘아름다운 시절’ 송탄에 위치한 기지촌 클럽에서 ‘마마상’으로 살아가는 ‘양희이모’는 과거 ‘양공주’라 불리며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했던 이다. 그녀는 젊은 시절 양공주로 생활하며 어미가 혹은 아비가 다른 삼형제의 생계를 책임져왔다.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비의 얼굴을 사진으로, 심장으로 기억하며, 미군들을 상대해 왔고 세상의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미군과의 결혼을 꿈꾸며 청춘을 보냈다. 청춘이었다. 형형색색의 네온사인과 화려한 화..
2011.01.06 -
[리뷰] 출구는 없다 - 극단 작은신화 「두더지의 태양」
"출구는 없다" 극단 작은신화 28th 공연 최원종 작, 신동인 연출「두더지의 태양」 글_ 정진삼 1. 칼이어야 한다. 상대에게 내가 당한만큼의 고통을 주기위해서는. 왕따와 몰매와 주먹다짐에 시달린 중학생이 쉽게 더할 수 있는 힘. 칼로 급우를 찔렀다는 엽기적인 사연이 소설과 영화가 아닌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극단 작은 신화의 스물 여덟 번째 레퍼토리 은 무대에 피를 낭자하게 흩뿌리는 그간의(?) 방식 대신 번뜩이는 칼날의 날카로움을 보여준다. 희생자의 윤리 보다는 폭력 주체의 불가피성에 초점을 맞췄다. 2009년 신작희곡 페스티벌 선정작인 이 작품은 현 한국사회의 고등학생 이야기를 다룬다. 학원물이라, 산뜻하고 발랄한 면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무대 위 실상은 암울하고 전혀 유쾌하지 않다. 프로그램에서..
201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