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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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런닝머신 위의 아버지 - 극단 성북동 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런닝머신 위의 아버지 - 극단 성북동 비둘기 「세일즈맨의 죽음」 글_조형석 다소 연극무대로 보기 어려운 장소. 사방이 노출시멘트로 되어있고 말이 텅텅 울리는 지하. 관객들 사이에 단지 런닝머신과 마이크와 조명이 놓여져 있을 뿐이다. 무언가 빠르게 진행된다. 숨 가쁘고 정신없다. 한 남자가 런닝머신 위에서 계속 뛴다. 무척이나 답답하고 빠른 비트의 음악이 반복된다. 그 뒤에는 밤의 도시를 달리는 차량들, 고층 아파트, 럭비 경기 모습, 많은 시계들 그리고 TV가 영상을 통해 반복 재생된다. 그 남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족들이 나온다. 런닝머신 위에서 달리는 그 앞에서 그들은 제각각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하소연을 한다. 아버지로 보이는 그 남자는 다소 무덤덤한 표정이나 흐뭇하게 미소도 지었다가 인상도 ..
2010.12.15 -
[리뷰] 공통의 기억, 따돌림 - 파사 무용단 「서랍속의 시간」
공통의 기억, 따돌림 파사 무용단 글_가재 0 대형커튼이 걷히자, 책상이 반듯하게 줄 서있었다. 익숙한 교실의 모습. 1분단 세 번째 줄에 앉은 그가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는 교복을 입고, 책상에 앉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혼자인 채, 아무 말도 않고. 이리저리 따로 움직이던 팔다리는 결국 말 한마디를 빚어낸다. 점점 들려오는, 아니 내 살결에 닿아오는 몸의 소리. “나…, 왕따예요…….” 그렇게 침묵, 이 들리기 시작했다. 1 공연 은 내가 본 다섯 번째 무용 공연이다. ‘청소년 감성 프로젝트’란 부제가 달린 이 공연은 학교를 무대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누구나 가진 학창시절의 공통의 기억들을 되짚어가지만, 그 사이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이질적인 기억 하나를 ..
2010.12.13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우리의 사소한 순간들에 대해
우리의 사소한 순간들에 대해 - 화천-뛰다와 호주-스너프 퍼펫의 거대 인형 야외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③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의 중간 과정은 참 들여다볼수록 별 것 아닌 단순한 일들로 채워져 있다. 자르고, 붙이고, 아니다 싶으면 떼어내고, 다시 생각해서 그려보고, 또 다시 톱질 가위질 쓱싹쓱싹…. 옆에서 우리의 작업을 바라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왜 이 서른 명 남짓한 사람들(작업의 중반쯤에는 나를 비롯한 스테프 뿐 아니라, 그냥 흥미로워하는 사람들까지 무작정 인형 만들기에 뛰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이 여기에서 온종일 스티로폼 조각들을 날리며 글루건에 범벅이 된 채 본드로 붓질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곧 다다르게 될 거대하고 기이한 모습의 인형극..
2010.12.10 -
[리뷰] 2010한국마임 극장공연 리뷰 - 「감옥」세번째 이야기
2010한국마임 극장공연 리뷰 「감옥」 세번째 이야기 마임극단 동심 - 숨 그리고 숨 상상바람 - 집과 나 고재경 - 선Ⅲ 글_ 조원석 우석레퍼토리극장 앞, 원석과 동이가 만났다. 둘은, 둘 다 잠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 눈인사도 하지 않았고, 악수도 하지 않았다. “오늘만 보면 돼.” 원석은 동이의 표정을 보았다. “그래.” 동이는 웃었다. “아쉽지?” 원석은 웃으며 말했다. “아니, 전혀.” 동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렸다면, 는 그보단 작고 소중한 일상 이야기를 그리고 있었고, 는 섬세하고 내밀한 내면을 그리고 있었다.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공연들이 다 비슷하게 보여.” 원석은 극장을 나서며 기지개를 켰다. “다 마임이잖아. 저기 포스터에 씌어 있잖아. 한..
2010.12.08 -
[연재] 화천 뛰다와 호주 스너프 퍼펫의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 - 나와 너의 구분이 무너지는 순간에
나와 너의 구분이 무너지는 순간에 - 화천의 뛰다와 호주의 스너프 퍼펫이 여는 대형 야외 인형 퍼포먼스 「사람과 인형 프로젝트」② 글_ 엄현희(공연창작집단 뛰다 드라마터그) 연극은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구분이 가장 쉽게 무너지는 장르이다. 예쁘게 보일 수 있는 기술을 소지한 사람이 예술가라면, 즉 형식화의 기술을 가진 이가 예술가라면, 연극은 협업의 특성 상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 그 특수한 기술을 나누는 순간을 반드시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서로 소통하는 가운데에서, 누구의 아이디어 혹은 누구의 기술이었는지 잊어버리는 가운데에서, 갑자기 나의 것 혹은 너의 것도 아니며, 동시에 나와 너의 것이기도 한, 작품이란 '녀석'이 솟아오르는 것이 연극이다. 뛰어난 앙상블은 때때로 나와 너의 구분이 완전히 무너지는 ..
2010.12.06 -
[리뷰] 남산예술센터 공동연작프로젝트 - 용감하지도, 선명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은「너의 왼손」
2010 남산예술센터 공동연작 프로젝트 용감하지도, 선명하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너의 왼손」 글_ 아키꼬 아마도, 조금 과장해서, 10년 전쯤 봤던 만화책이었을 거다. ‘세계 3차 대전이 발발한다면 그것은 종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종교는 단지 보기 좋은 명분일 뿐이다. 모든 역사를 통틀어 전쟁은 경제적인 이유에서 발발된다’는 명쾌한 정의를 보았던 것은.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였다. 합법적 학살을 자행하는 ‘전쟁’의 기저에는 인간의 ‘탐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화책에서 다룰 만큼 속보이는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단발마의 비명과 고함과 함께 은 서울 명동역에서 벌어지는 한 여인의 권총 인질극으로 시작된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대물’의 여주인공 ‘서혜림’처럼 연극의 여주인..
2010.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