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밴드 콜밴, 10주년 앨범 리뷰

2017. 12. 30. 13:52Review

 

거리에서 쓰여진 음악에 대하여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밴드 콜밴,

10주년 앨범 리뷰

글_시티약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사람이 살기에 얼마나 좋은 나라일까? 조건과 환경에 따라서 살기 좋음의 정도가 크게 달라지는 나라라면, 평균적으로 ‘살기 좋다’ 라는 평가를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물론 현재의 인류가 선사시대의 조상들보다 훨씬 더 많은 기술과 생활양식의 혜택을 누리고 살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 사실이 ‘우리가 충분히 행복한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되지는 못한다. 특히 자본주의라는 역사의 흐름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충분조건인 ‘노동' 이라는 영역의 미래는 안타깝게도 여러모로 그다지 희망 차 보이지 않는다.

 

▲ 콜텍밴드, (사진출처 : 텀블벅 후원페이지 https://www.tumblbug.com/nocort)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에 맞서 십년이라는 시간을 쉬지 않고 싸워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4,000일이 넘는 싸움의 시간동안 ‘콜트콜텍’이라는 기타회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 때쯤 다시 기억되고 또 다시 잊혀질 때쯤 기억되었다. 지금도 영하 10도의 추위 속에서 천막 농성장을 지키는 4명의 사람들이 연주를 하고 노래를 부르고 앨범까지 냈다. 이름하여 “투쟁 10주년 기념음반" 이다. 텀블벅을 통해 앨범 제작에 필요한 금액에 182% 달하는 성공적인 펀딩을 통해 발매 되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로 구성된 ‘콜밴’의 앨범은 5개의 곡과 시 낭독인 마지막 트랙으로,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콜트콜텍은 2007년 3월 인천 부평 공장의 노동자 해고를 시작으로 국내 공장의 폐업과정을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8년 8월에는 인천과 대전에 있는 공장이 모두 폐쇄되었다. 그 사이 기타 노동자들은 처절한 싸움을 했고, 2009년 콜트콜텍의 노동자 해고가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작은 숨통을 트여주는 듯 보였지만 사측은 이 판결에 항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법원의 판결이 엇갈리기 시작했고, 2014년 1월에 해고노동자 24명의 해고무효 확인소송 파기 환송심에서 노동자들의 패소로 다시 한번 큰 절망을 맞이해야만 했다. 지속적으로 흑자를 냈던 회사에 “미래에 다가올 경영상의 이유” 로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은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얼마나 정의에서 멀어져 있는지 확인케 했다. 첫번째 앨범 트랙인 ‘서초동 점집’ 은 법원을 점집에 비유하며 부당한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했다.

 

 

두번째에서 네번째 트랙으로 이어지는 ‘주문’ - ‘고공’ - ‘꿈이 있던가’ 이 세 곡은 긴 싸움에서 남은 그들의 아픔과 고민을 가슴 저리게 느낄 수 있다. 김경봉, 방종운, 이인근, 임재춘. 이 네 명의 사람들이 10년 동안 겪어온 일은 그 어떤 산보다도 높은 추위와, 그 어떤 강보다도 깊은 어둠을 헤쳐 나가는 고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에겐 내일이 있다고, 우리에게 희망을 달라고 주문을 걸고,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하늘이 말하는 꿈, 사람이 하늘이라고 말하는 용기가 그들에게는 있다. 또한 어쩔 수 없이 그래서 배가 고프고, 맘이 아프고, 삶이 서럽다.

 

노동에 있어서 고용인으로서 사는 일은, 누구에게나 편치 않은 일이다. 당장 이번 달에 빠져나갈 대출이자와 대출금원금상환 그리고 각종 공과금을 위해서 조용히 월급날을 기다리는 것이 보통의 우리가 사는 모습이다. 그렇게 참고 살아온 많은 날들이 쌓여 내게 생긴 부당한 일과 미처 인정받지 못한 권리에 대해서 말하는 법을 잊을 수 도 있다. 얼마 전 나의 엄마는 임금체불로 다니던 공장을 그만 뒀다. 공장 측은 줄 돈이 없다고 반년에 달하는 월급을 매일 미뤄갔고, 결국 자녀들이 나서서 노동청에 신고를 했다. 밀린 월급과 퇴직금까지 청구했으나, 공장 측은 퇴직금을 주기로 한 적이 없다며 주지 않겠다고 했고 나의 엄마 또한 퇴직금은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노동청 직원의 도움 끝에 퇴직금과 밀린 월급을 지불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노동청에 처음으로 가본 엄마는 퇴직금을 정말 받을 수 있는 거냐고 직원에게 재차 물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나서 들어간 다른 공장에서는, 3년 동안 150만원으로 입금을 동결하고, 퇴직금 없이 나간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고 한다. 엄마는 그 공장에서도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비단 엄마의 이야기 뿐 아니라 더한 법의 폭력과 부당함 앞에서 싸워야 했던 콜트콜텍의 노동자들을 비롯한 우리 주변의 모든 노동자들에게, 내 권리를 안다해도 현실은 훨씬 더 냉혹하다.

 

싸우지 않고 살면 더 편할까? 그러면 무난하고,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걸까? 싸우지 않으면 계속 억울하게 살게 되고, 무난하고 평범하게 사는 일은 켜켜이 쌓인 억울함과 울분 속에서 결코 가능하지 않다. ‘콜밴' 의 방종운 지회장이 지은 시 낭독인 마지막 트랙 ‘싸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내일이 아니라고 처절하게 맞고 끌려갈 때

방관하고 모른척했던 사람 한 명을 바꿔가기에

그래서 우리는 지는 것 같아도

이겨왔던 거다”

 

새해가 다가왔다. 이기든, 지든 싸워야한다면 제대로 싸우는 한 해가 되자. 콜밴의 치열한 용기가 사람들에 마음에 커다란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필자_시티약국

 소개_결혼과 함께 기획자생활을 접고 주재원 아내 생활을 미국에서 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매일 게으름 속에서 깨닫고 있는 중. 미우나 고우나 한국이 그립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 <투쟁 10주년 기념음반> (2017)

 

Track List

 

1. 서초동 점집

2. 주문

3. 고공

4. 꿈이 있던가

5.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6. 싸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내용출처_https://www.tumblbug.com/noc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