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위하여 "기타레전드, 기타노동자를 만나다"

2013. 12. 23. 03:17Review

 

기타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축제,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위하여

"기타레전드, 기타노동자를 만나다"

 

글_나그네

 

 

새로운 꿈을 안고 2013년을 맞이하였던 지난 겨울로부터 시간은 성큼 성큼 흘러와, 어느새 또 다른 시간을 맞이할 준비로 세상은 들썩거리고 있다. 줄줄이 늘어서있는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반짝거리는 조명들이 휘감아지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온통 캐롤이 울려 퍼진다. 갈수록 혹독해지는 겨울 추위와 녹을 새도 없이 자꾸만 쌓여가는 새하얀 눈에, 연신 손을 호호 불어가며 어딘가 따뜻한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평소에는 잘 볼 수 없었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술 한 잔 기울이며, 지나온 날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날들에 대한 꿈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 계절이 결코 싫지 않다. 이렇게 끊임없이 계절은 변해가고 우리들의 일상은 흘러가지만, 늘 같은 곳에 서서 늘 같은 꿈을 그리는 이들도 있다.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전 세계 기타의 30%를 제작 및 유통하고 있는 (주)콜트 악기와 (주)콜텍은 기타 노동자들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현재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2007년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기 위하여 일방적으로 공장을 폐쇄해버렸고 기타 노동자들을 대거 정리해고 시켰다. 이러한 사측의 부당한 처우에 대항하기 위해 기타 노동자들은 현재까지 약 7년 간 투쟁해오고 있고, 작년에는 대법원으로부터 (주)콜트악기의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확정 판결을 받기까지 했으나 여전히 회사는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폐쇄된 공장을 '콜트콜텍기타노동자의집'이라고 이름 짓고 다양한 투쟁 활동을 벌여오고 있으며, 많은 문화예술인들 역시 그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1월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콜트악기와 콜텍이 만든 콜텍문화재단이 주최한 "G6 콘서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그들에게 기타와 음악을 사랑하는 수많은 음악팬들의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기타리스트 신대철 SNS페이지 중 캡쳐

 

이에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SNS를 통해 G6 콘서트 출연 당시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사연에 대해 전혀 알지 못 하였으며, 무겁고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도록 그들을 위한 후원 공연을 기획하겠다고 약속하였고, 바로 지난 12월 15일, 홍대앞 예스24 무브홀 공연장에서 그 약속이 실행에 옮겨졌다.

  

  ▲"기타레전드, 기타노동자를 만나다" 공연홍보 웹페이지 캡쳐

 

공연장은 기타와 음악을 사랑하는 수많은 음악팬들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그의 가족들까지 함께 하여 어린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굉장히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로 꽉 차 있었고, 바깥의 추위가 금세 잊혀질 정도로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였다. 공연에는 수십 년의 기타 인생을 거쳐 현재 한국 기타 레전드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네 명의 기타리스트와 밴드 게이트 플라워즈, 시나위 멤버들이 게스트로 함께 하였다. 5시가 조금 넘어 시작된 공연은 9시가 넘어가도록 이어졌고, 끊임없이 펼쳐지는 수려한 기타 플레이와 다소 과격한 사운드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지치기는 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고조된 열정을 보여주었다.

 

▲"기타레전드, 기타노동자를 만나다" 공연사진

  

놀라웠던 것은, 한팀 한팀 나올 때마다 내가 비가 내리는 외국의 작은 도시의 후미진 골목에 있는 라이브 클럽에 있는 듯도, 황량하고 캄캄한 우주 위를 떠다니는 듯도, 광대와 사자, 코끼리가 화려한 쇼를 펼치는 서커스 공연에 와있는 듯도 느껴졌다는 것이다.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을 위한 공연이었던 만큼, 그들이 멘트를 통해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이야기를 전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크게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공연이 끝나갈 즈음에야 깨달았다. 그들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들이고. 그들이 가장 큰 위로와 격려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타 연주에 온 마음을 담아 선물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이에 그들은 한국 록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히트곡들부터 시작해서 기타를 통해 연주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곡들만을 선곡하여 관객들이 모든 것을 잊고 흥겹게 즐길 수 있는 곡들을 들려주기도, 그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곡들을 들려주기도 하였다.

 

▲"기타레전드, 기타노동자를 만나다" 공연 중 기타리스트 신대철 연주장면

 

 공연이 끝날 즈음에 신대철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음악은 자유로움과 평등함을 표현하는 것이며, 음악은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공연이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도울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언제든 힘을 보태겠다고.

이에 기타 노동자들 역시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기타가 그저 한낱 착취의 도구가 아님을 연주해 주신 아티스트 분들을 비롯한 모든 관객들이 아름다운 영혼으로 증명해주어 고맙다고 화답하였다.

이는 이것이 '기타 노동자들의 부당해고에 대한 투쟁'을 위한 다소 어둡고 무거운 공연이 아니라, 마치 기타와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똘똘 뭉친 축제였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도 우리들의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갈 것이며, 이제 막 시작된 겨울도 언젠가는 따뜻한 햇살에 녹아버리고 새로운 계절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오랜 시간 같은 꿈을 향해 싸워 온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에게도 꼭 그들이 원하는 꿈이 이루어진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함께 응원하고자 한다.

 

  

▲이번 콘서트(좌)의 발단이 되었던 콜트콜텍문화재단에서 개최한, 기타 레전드, G6공연 포스터(우)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웹페이지 >>> http://cafe.daum.net/Cort/

  **콜트콜텍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groups/nocort/

  **콜트콜텍 전시회, 지난 인디언밥 리뷰 바로가기 >>> http://indienbob.tistory.com/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