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가 기획한 실험극의 의미

아르코가 기획한 실험극의 의미

  • 신현진
  • 조회수 608 / 2007.07.09

외부 퍼포먼스



내부 퍼포먼스


아르코가 기획한 실험극이라는 의미

 

아르코가 변했다고 한다. 미술계 사람의 입장에서 아르코의 미술분과만 바라보더라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위원회 체계로 바뀌는 것과 함께 한 변화라고도 하는데 이는 미술계 전반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 흐름이란 이전에는 예술형식의 실험은 항상 2-30대 젊은 예술가 개인이나 그룹에 의해 행하여졌었는데 대안공간이 생기면서 이러한 실험적인 예술활동에도 예술단체들 또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전반적인 예술계의 추세가 이들 2-30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어서 현재 주목을 받는 작가 군의 통계학적 성향이 그러하고 유수의 미술관과 큰 화랑들은 이러한 젊은 작가를 위주로 전시를 기획한다. 그러한 이유로 중견작가가 발 디딜 틈이 없어졌다는 말을 자주 듣곤 하였다. 그 만큼 요즘에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걸어지는 기대가 무척 큰데 이는 좋은 일일까? 아니면 젊은 작가들을 향한 저주일까? 어찌되었거나 90년대 전반까지 만 하더라도 현대예술이라고는 하나 약간 제도권이나 실험성에 의문이 드는 중견작가들의 전시 그리고 반드시 실험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작업들이 아르코 미술관을 통해서 소개 되고는 했는데 연극도 이러한 방향을 유지해왔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드디어는 범국가적 기관인 아르코도 이러한 젊은 실험적인 기획 활동에 적극 한몫을 하고자 하는 듯하다.

 

기획의도는 실험, 실험!

 

그리고 지금 변신의 일환으로서 대관으로 운영되던 아르코예술극장이 직접 기획한 <몸짓 콘서트>가 준비 되고 있고 본인은 이 행사에 대한 프리뷰를 의뢰 받았다. 그리고 공연분야에 무식한 필자는 갤러리라는 단어가 쓰인 7월 8일, 14일, 15일 주말에만 공연되는 <몸짓 콘서트>의 하부 행사인 <움직이는 갤러리>에 대한 생각을 아르코 기획자가 만든 보도자료와 짧은 전화통화 그리고 리허설 참관을 통해 얻은 정보에 기대 몇 자 적고자 한다. <움직이는 갤러리>에서는 40여명의 젊은 안무가와 무용수, 연극배우, 그리고 영상, 음악, 설치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각자 개인별로, 팀 별로 서로 모여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가능성을 검토해보는 등의 공동 논의를 거쳐 <움직이는 갤러리>라는 작품이 만들어졌다. 흥미로웠던 점 기대되는 점은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이러한 행사가 치러진 과정인 듯싶었는데 기획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기를 이런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이 네트워크와 공동 작업의 일종의 레지던시 경험을 토대로 자신들의 예술세계를 자신 있게 펼쳐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극장을 중심으로 한 젊은 예술가들의 네트워크와 공동작업의 경험은 우리 공연예술계에 신선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를 묻는 내게 몇 번 만나지도 못한 바쁜 연습일정을 조심스레 털어 놓으신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연습을 하고 토의를 하는 것은 레지던시가 아니다. 대신 일인 기획이 아닌 협의 체제의 기획이라고 함이 옳다. 특히 소통을 기본 컨셉으로 잡은 이 행사가 유행어를 남용한 것으로 보여 아쉽다.

 

리허설

 

리허설은 공연장 앞의 길가에서의 힙합댄스로 시작되었다. 한 곡이 채 끝났을까? 갑자기 멈추고 춤을 추던 이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인처럼 행세한다. 이어서 소극장 앞마당의 가면 무언극 + 댄스 공연이 펼쳐지고 나는 공연비평을 할 능력이 없다고 자신하며 이건 전시가 아니네…  라고 뇌아린다. 입장하라는 말과 함께 줄을 서서 들어가면서 생각하기를 “보도자료에는 야외에서 관객을 유도한다고 하는데. 이 공연의 이 부분은 관객들이 입장하기 전에 극장 밖에서부터 관람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표를 미리 산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면 굳이 관객을 공연장건물 밖에서부터 공연을 관람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인이 추는 이 무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전시에서처럼 제목이라도 던져 주었으면 얼마나 속이 시원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계단에서 지하 공연장을 들어갈 때까지 네 다섯의 다른 그룹이 서로 떨어져서 저마다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있다.  공연장 건물의 구조를 이용하여 문이나 아치 등을 페인팅의 프레임처럼 사용하여 공연자들이 그 안쪽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검은색 파티드레스를 입은 한 여자가 워크맨을 듣다가 간간이 제자리에서 달리기를 한다. talk and running… 고독을 표현하려 한다는 안내문이 옆에 붙여져 있다. 그리고 다른 그룹은 서로의 주머니를 뒤지는 5명의 무용수 중에서 한 명이 잠깐 멈춰 서서 씹던 껌의 한쪽을 찌~익 길게 잡아당겼다가 손 가락에 돌돌 말아서 다시 입에 집어 넣는다. 알 수 없다. 그리고 보도자료에 의하면 수상한 큐레이터가 기획의도를 말해준다고 했는데 과연 큐레이터가 공연자와 관객의 중간위치쯤에 서서 “보라 그리고 느끼라”고 울부짖는다.  간간이 방글방글 웃어주며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더라도 노여워하지 말라”는 코믹한 코멘트를 날리며 관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움직이는 갤러리>는 아마도 전시가 아니라 공연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 아마도 각각 다른 여러 개의 작업을 감상한다는 의미를 미술과 공연의 접목을 기대한 나의 오해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갤러리는 서로 거리가 먼 다른 부분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기 위한 형식의 차용이었나 보다. 이제 공연장에 들어서라고 하여 공연장에서 현대 무용을 감상했다. 그리고 이어서 바람을 피워 여자의 가슴에 못을 박은 커플의 이야기 그리고 못을 빼어 낸 후에도 못자리가 남는다는 교훈적인 내용의 에피소드를 친절히 변사를 이용해서 설명하는 마임을 보여주고는 흰색 대형의 고무밴드를 이용한 또 다른 마임공연을 발표한다. 그 내용은 어느 여자의 일상인 듯하다.  흰색 초대형 고무밴드는 네다섯 명이 모서리를 이용하여 늘이고 꺾고 할 때 마다 아파트의 문이 되고 승강기가 되었다가 그림이 되고 파도와 요트 그리고 상대배우가 된다.  몸짓자체의 아름다움, 그리고 마임기술의 탁월함, 무용수들의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과 안무는 참여자들의 우수한 이력사항만큼이나 문외한 인 나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이었다.

 

무엇이 실험이고 무엇이 그 실험을 정당한 실험으로 만드는가?

 

그러나 전체는 흠…무엇을 표현하려고 하는 것일까? 각각의 부분들이 서로 다른 소재와 주제를 갖는 이 공연의 의도가 무엇인가?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뭔가요? 예술은 난해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원할 한 예술의 소통을 위한 몸짓언어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표현하고픈 내용이 잘 전달되는 것인 소통은 모든 예술가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원할 한 소통을 위해서 무엇을 주제로 삼고 어떤 방법의 소통을 실험할 것인가가 분명한 것이 이 공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그러나 이 공연이 그것을 이루어 냈다고 볼 수 없다. 못이 박힌 가슴에는 못 자국인 상처가 남는다는 주제를 나레이터가 그대로 코믹하게 말해주기 때문이다. 못이 박힌 가슴에는 못 자국인 상처가 남는다는 주제를 그대로 말해주면 그것을 예술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공연이 주제를 표현한다 라기보다 주제를 그대로 주입시켜준다면 그것은 원할 한 소통임에는 틀림없다. 아니다 그것은 원활한 교육이다. 그렇다면 소통할 수 없어야 예술일까? 딜레마 딜레마… 현대 예술이 일반관객에게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현실이다. 예술이 난해하지 않다는 것은 반드시 코미디를 간간이 섞어주는 것과는 차별화되어야 한다. 개그를 섞는 것은 실험이 아니다. 이러한 난해한 작업들 사이의 개그는 오히려 예술은 난해하다는 편견을 강화해준다. 대학로를 하나 가득 메운 아마추어 힙합댄서의 춤과 수준이 다르지 않은 한 장면을 공연의 삐끼로 사용하면서 예술의 가치자체를 우습게 보게 하기보다 그 예술작업 안에서 더 나은 언어를 찾는 것이지 주제를 그대로 말로 내뱉거나 우스갯소리를 넣는다고 정작 코미디 사이사이에 위치해 넣은 예술자체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여기서 웃긴 것, 해학적인 것과 예술적 감흥을 일으키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차차 더 나은 실험을 하겠다는 약속은 충분하지 않다. 현재의 자신들이 행하는 실험의 위치 만이라도 분명해야 하므로.

 

필자소개

필자는 쌈지스페이스 큐레이터로 한국의 인터넷문화를 시각예술로 소개한 <ㅋㅋㅋ^^;> 사운드 아트의 기본적 지식을 소개한 <사운드 아트 101>등을 기획하였다. 대안공간,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주제로 발표를 해오고 있으며 현재 싱가폴 ica가 9월에 개최하는 “예술단체의 역할: 대안공간과 사립미술관의 최근 10년 활동을 중심으로”이라는 주제논문 발제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