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0. 07:48ㆍ07-08' 인디언밥
달 문화에 대한 고찰 - 김헌호 개인전 프리뷰
- 옴브레
- 조회수 653 / 2007.08.05
‘예술’ 이라는 말을 유독 싫어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물론 자신을 예술가라 칭하는 것도 싫어한다. 사실 알고 보면 이들이 싫어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라, ‘예술’이라는 단어가 들쳐 업게 된 짐과 같은 편견들이다. 고상하거나, 괴팍하거나, 어렵거나, 범접하면 곤란할 것 같은 이미지들이 ‘예술’이라는 단어에 씌워진 가면이다. 정규 학교에서 기술을 습득하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 중 많은 이들이 이 단어를 싫어한다. 이들은 꾸준히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면서도 그 것이 생활의 일부일 뿐이며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자신이 완성한 작품들에 대한 포장에도 인색하다.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는 것이 즐거워서 하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을 뿐이라며 자신을 낮춘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것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겸손한 예술가들의 어쩌면 허술해 보일 수도 있는(물론 전혀 허술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작업물들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당신도 할 수 있는 것인데 난 좀 더 많이 열심히 했을 뿐이라는 이 안티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좀 더 많이 열심히 하지 않아 구경만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김헌호도 이 겸손한 부류에 속한다. 그는 지구에 더 많은 흔적들을 남기고 싶어, 연필을 잡은 후론 하루도 빠짐없이 뭔가를 그렸다고 한다. 음악을 만들고, 바디 아트에도 탐닉했다. 제도권의 교육은 창작 활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그렸다. 정해진 잣대가 자신을 잃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 지인들에게 줄곧 선물했다. 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그림은 없음을 깨달았고 그 후로는 자신이 소장하기 위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그림들을 모아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달 문화에 관한 고찰’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달에 얽힌 사연들과 환상을 그린 작품 모음전이다. 자신이 환상에 산다고 말하는 작가가 달에 대한 꿈들을 기록하고, 상상 속의 장면을 그림으로 풀이한 것이다. 먹, 아크릴, 펜, 꽃잎 등의 재료로 만들어낸 그의 그림들은 강렬한 색채가 주를 이룸에도 불구하고 몽롱한 달의 기운을 낸다. 작가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지만 그림 그릴 때만큼은 원초적인 손놀림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생각은 그림이 아니라 설계를 낳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전시의 작품들은 마치 작가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이 정교하면서도 드라마틱하다. 생각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니라 환상을 재현한 작품들이 강렬하고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기법과 형식의 제한 없이 손 가는 대로 만들어냈다고 하니, 전시회장이 조잡스러울지 영감으로 가득 찼을지는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007년 8월 8일-14일
덕원 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5)
02-723-7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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