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8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영화제


네이밍, 주체/관객을 가지고 본 영화제

2018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영화제

_김민관

 

영화제 자체가 갖는 매력, 나아가 특유의 흥분은 비단 몇몇 영화의 성격과 내용에 의거하지 않는다. 이는 영화제의 프로그래밍으로부터 스크린과거로부터 온에 기입되는 영화제가 추구하는 미학적 결절점과 태도, 그리고 현재의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화제의 진행 방식과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에 의해 영화제는 특유의 활기를 띠고,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를 전전하는 가운데 주체이자 관객인 영화 관계자들은 저마다의 동류의식 속에 그 해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영화제는 관객() 자체를 비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81221, 22일 양일간 인천의 추억극장미림에서 열린 ‘2018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영화제, 짧게 요약하자면, 한편으로 백승기 감독의 멀티 플레이어로 점철된 영화제였다. 실제 영화관 바깥에서 소시지를 조리해 팔면서 영화제의 구색을 맞추는 것이 익숙한 유머라면, 백승기는 소시지를 뛰어넘는 하나의 캐릭터로 부상했다. 공모 심사를 맡은 데 이어 사회를 보며 자신이 연출하거나 출연한 영화들을 소개하고그중에는 심지어 그의 삶을 반추(?)한 다른 영화감독의 영화도 있었으며마지막에는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상영한, 그의 퍼포먼스 편집 영상 <돛단배>로 인기상을 받으며, 대상 대신에 마지막 작품으로 영화제에 상영되었으니, 영화제는 백승기 감독이 주역을 맡은 원 맨 쇼비엔나소시지보다는 백승기영화제라고 불릴 만한 정도였다라 할 만 했다. 

사실 영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단 그 모든 영화가 가령 어떤 혐오를 내포한다거나 순수 미학주의적으로 흐르지만 않는다면, 영화가 표현하려는 바는 한없이 자유롭고 영화의 완성도를 굳이 논할 필요 역시 없으며, 기존의 사회적 인정 역시 전혀 상관없다.’(아마 거꾸로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안팎의 개체들은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영화는 미학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충족되지 않을 수 있다.’) 아마도 이 정도로 집약이 가능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는 우리의 스타일대로 결정될 뿐이다!’ 곧 소위 B급을 넘어 C급이라는 것을 이 영화들이 가진 하나의 고유한 형식으로 볼 수 있었다. 

영화제에 상영되는 영화들은 대략 30분이 넘지 않는 시간이라는 형식 역시 중요했다. 그것은 하나의 영화가(전혀) 다른 영화와 공존할 수 있는 또는 온전히 상영될 수 있는 하나의 전제였는데, 이를 예산적 제약에 따른 촬영 기간의 제한의 물리적인 부분으로 소급하는 대신, 명확한 하나의 콘셉트에 충실할 수 있는그것이 하나의 반전을 향해 하거나 처음부터 일관된 고유의 스타일을 가져가거나부분으로 해석하고자 한다그리고 이 역시 영화관의 일반적 시간을 충족시킬 필요가 없음에 대한 하나의 자유로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의 수식을 받는 비엔나소시지로 언어 유희적인 점프 컷을 하는 영화제의 이름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가리키는 국제적인 포용적 확장성일종의 상징적 권위에 더 가깝긴 한은 비엔나소시지라는 국제를 표방한 한국적 명칭의 상투적이고 보편적인 상품성으로 수렴한다. 하지만 예컨대 비엔나에 존재하는 국제적인 소시지에 대한 감각을 또한 우리는(다만) 상상할 수는 있다. 여기서 국제적이라는 건 인천이라는 지역성 바깥으로의 상상과 인천이라는 지역 안으로의 전유 사이의 어떤 경계에 있다. 그리고 상상과 전유는 서로 적대하며 손을 잡는데, 그 결과 인천의 틈을 벌리며 인천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오스트리아는 실상 소시지를 경유하면서 가깝고도 오히려 먼 거리를 여전히 보존하는데(우리가 감각하는 건 비엔나의 소시지가 아니라 우리가 알던 비엔나소시지다!)오스트리아는 사실 한국 아니 인천이 아닌 어떤 국제적 심급으로서의 텅 빈 기표이다이를 조금 더 가까운 상징적 장소로 옮겨 보자면, 오히려 근거리 혹은 근미래라는 상상적 심급으로서의 서울을 호출할 수 있지 않을까. 곧 이를 통해 서울을 넘어서인 동시에 서울의 바깥이라는, 인천의 타자적 지역성이 더 명확히 징후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서울은 물론 동경과 욕망의 대상이거나 물리적 지역 자체로 한정되기보다는 인천과의 비교 대상으로서 문화 정치적 역학 아래에 있는 하나의 상징적 이름일 뿐이다. 하지만 비엔나가 아닌, 인천과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유동치는 서울비엔나와 비교하면 인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서울을 다시 괄호 치더라도, 어쨌거나 인천은 에둘러서 표현된다, 또는 표현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영화제를 이끄는 동력은 회전예술이라는 콜렉티브진나래, 김수환, 오석근, 박혜민, 웁쓰양, 백인태, 김재민이 등이 모두 영화제의 스태프로 구성되었다이며 가령 그중 오석근 작가가 평소 언급하는 마계인천과 같이 인천에 대한 언급이 갖는 판타지성은, 곧 실재 자체를 넘어서는(‘사실이라 해도 믿을 수 없는’) 부조리한 행정의 현재성과 지역적 고립에 닿아 있으며, 그리고 이에 대한 정치적 투쟁의 맥락으로 연장된다는 점에서, 인천에서의 유희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로의 점프, 그리고 다시 (비엔나) ‘소시지로의 점프가 필수 불가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중첩되어 연쇄되며 쪼그라드는 국제비엔나소시지’(‘우리 동네 마트에 파는 비엔나소시지!’)를 괄호 치면 곧 이 영화제는 인천영화제인 것이다.   

그런 특이한 이름을 지닌 영화제의 특이한 순간을 꼽자면, 다시 백승기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영화제에서 단연 두각(!)을 드러낸 백승기 감독의 <돛단배>(2004)는 출품작 중 가장 오래된 작업으로, 영화제 진행자 역할로서 그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이 영상은 그가 미술대학교 학생이었던 당시, 잭슨 폴락의 액션페인팅을 A4 종이에 구현하라는 교수의 과제에 저항 정신을 품고 A4가 아닌 거대한 천 위에 액션페인팅을 구현하려던 것사실 이 작업은 하나의 과제였던 것이다!이 퍼포먼스를 한다는 소문으로 학교에 퍼지면서 즉석에서 상의 탈의를 한 채 추운 야외에서 준비된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던 것을 찍은 것이다. 관객들은 이 진지한 영상을, 곧 행위에서부터 마지막에 인터뷰를 하며 인생은 돛단배라는 비유라든지 자의적인 행위를 그럴싸하게(사실은 얼떨결에) 포장하는 비유의 언어에 이르는 전 과정을, 예술이 생산되고 수용되는 프로세스에 대한 풍자적 알레고리로 읽으며 관람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예상하기 힘든 엄청난 뜨거운 호응의 원인은, 아마도 첫째 백승기를 관객들은 이미 사적으로 다 아는 사람들인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백승기 감독의 현란한 사회는 관객과 스크린 사이를 매개했고, 동시에 현장 자체를 구성하는 감독들이 아닌 그 스스로가 일종의 주인공이 되게 하기에 충분했는데, 그 반대편 곧 영화라는 스크린에서 비로소 백승기라는 주체는 관객에 의해 대상화된다고도 볼 수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백승기가 서 있는 스크린은 <돛단배>를 경유하며 영화 바깥의 관객으로 온전히 전이된다고도 볼 수 있었다. <돛단배>는 관객이 백승기를 하나의 스크린으로 사유하는 채널인 동시에, 백승기라는 현장의 스크린과 스크린 속 백승기를 통합하는 채널이 되었다. 어쩌면 그 간극 속에 관객은 환호에 가까운 야유를 쏟아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둘째 백승기의 행위는 사실상 어떤 적확한 몸짓이 아니라 현장에서 하다 보니 만들어지는 자의적인 변화의 과정 속에 있다는 점에서, 몸짓 하나하나를 구성되어 가는 현장의 언어로 관객들이 읽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은 이미 예술이고 따라서 예술로 수용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아직 예술()로 인준 받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있으며, 당시에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가(그것은 가령 심연의 의미를 가진 예술 행위였다!) 이제야 비로소 평가의 대상이 된다. 오래 전 영상이지만, 인터뷰에서 드러나듯 예술을 의도주의적으로 해석하는 미디어적인 속성은 지금과 크게 상이하지 않는데, 그에 대해 얼떨결에 튀어나온 듯한 그의 대답은 50년대 서구 회화 운동이라는 제도적 레이어의 차용을 점프하고, ‘헐벗은인생과 파도치는세계에 대한 상투적인 알레고리로 환원되며 실소를 직조한다.

 백승기가 홍삼수라는 이름을 전용해 만든 <지금은 맥북이고 그때는 홍삼이다>(2013)는 잠깐 신호 대기 중에 옆에 차의 운전자의 말에 속아 넘어가 그 차를 따라가고 결국 ATM기에서 돈을 인출해 홍삼을 대량 구입하게 된 과정의 블랙박스 영상이다이는 홍삼 판매 사기자를 잡는 데 있어 경찰에게 증거물로 제출되기도 했다. 이것이 작품임을 구성하는 건 사회를 보던 그 자신의 현장 해설이다. 곧 영상은 남아 있던 블랙박스 영상 그 자체(의 컷)이고, 그의 말의 배경 화면으로 영상은 기능하기 시작한다가령 이 영상은 단지 블랙박스 자료(화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돛단배>와 같이, 이 두 영상은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만, 현재의 백승기를 경유하며 현재의 의미를 생성한다 

이 영화제의 대상 수상자인 김찬년 감독의 영화들은 그 내용과 형식이 매우 다양했다. 장르 영화의 클리셰를 허접한 C.G.로 전유한 <시각효과>(2008)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이들을 좀비로 치환해 24개월 약정 일반 폰을 쓰는 주인공의 위험한 외출을 그린, 그렇지만 마지막은 마치 독창적인 스마트폰 요금제 선전 영상처럼 끝나는 <24개월 후>(2013)와 같이 적은 예산으로 장르물의 서사를 전유하고 변주한 재기발랄한 작업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었다.

 백승기 감독의 작업을 포함해 모든 작업이 인기상과 대상의 후보에 오른 가운데, 백승기 감독은 그것들이 하드디스크에 녹 쓸고 있는 자료들을 꺼낸 것들이고, 여기서 수상하지 않으면 바로 삭제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농담에 가까운 말이겠지만, 이 영화제 자체가 기존 작업들의 재활용이거나 부활이거나 했다. 곧 버려졌고 또 사라질지 모를 영화들. “세상을 너무 앞서간 C급 영화, 전시장에서 보기 싫고 극장에서 보고 싶은 아트필름, 스마트폰, 블랙박스 등과 같이, 영화제는 어디서나 볼 수 없던 영화들이 주를 이뤘고, 이는 결과적으로 분절된 과거의 시간들을 파편적으로 펼쳐놓는 것이기도 했다. 곧 영화의 태도로서 공통감은 있지만, 주제나 내용은 종잡기 어려웠다.

 가령 2004년의 추상적인 행위예술(<돛단배>)에서 2013년의 좀비 서사를 거쳐 2018년 기괴한 성기(‘성스러운 기운’)소년의 무대 현현(<성기소년의 탄생_쇼케이스>; 실제 쇼케이스 형태의 연극을 촬영한 영상이다)에 이르기까지공식 스크리닝이 끝나고 폐막 행사로 디제잉 파티가 진행되었는데, 디제이는 오대리, 모과, 오석근이었다. ‘줄줄이이어지는 영화와 디제잉까지, 곧 끝없는 기표의 연쇄 작용이 곧 유일한 기의가 되는 영화제는, 인천과 비엔나 어딘가를 오가며 정위되지 못하는 자유로움의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다, 마치 어디로 가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잭슨 폴락 화풍을 경유한 돛단배처럼.


*사진제공_오석근 사진작가

**제1회 인천비엔나소시지영화제(2015) 리뷰 바로가기 >>> http://indienbob.tistory.com/961


 필자_김민관

 소개_아트신(artscene.co.kr) 편집장. 예술을 체험하고 기록한다. 다양한 예술 아카이브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고자 한다. 좋은 예술이란 무엇일까라는 탐문과 함께 비평적 관점으로 동시대 예술의 계보를 재구성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한편으로 예술(계)이 더 좋아질 수 있는 환경과 이를 위한 개인적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다.

 [2018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영화제 개요]

 

일시: 2018.12.21-12.22, 18:00-22:00

장소추억극장 미림

주최추억극장 미림

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그루터기리스펙창조예술공간 더율해울아트컴퍼니꾸러기스튜디오회전예술복숭아꽃

진행진나래박가인김수환백승기오석근

디자인김수환

도움박혜민웁쓰양백인태

번역김재민이

<상영 및 행사 순서>

 12월 21일 상영작

 

18:00-18:30

박혜민, <만국거리를 지나 출구>(2017)

이정식, <요코하마에서의 춤>(2015)

백승기, <돛단배>(2014)

 

19:00-19:30

날필름, <수시로 히어로>(2018)

 

20:00-20:30

백승기, <지금은 맥북이고 그때는 홍삼이다>(2013)

Cahyo Prayogo, <Windswept>(2017)

김찬년, <냥이들>(2018)

인이, <감독 백승기그의 삶그리고 영화>(2018)

 

21:00-21:30

김수형, <시대가 어느 시댄데>(2008)

박준범, <해변의 가족>(2008)

이지규, <피운 오리 새끼>(2018)

 

1222일 상영작

 

18:00-18:30

김통일, <배달대행>(2018)

이윤민, <쫓긴 이야기>(2018)

이관희, <당신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습니다!>(2018)

송원재, <숨은그림찾기>(2018)

 

19:00-19:30

서채훈, <슬로우모션>(2011)

이상진, <미러볼은 문제없어>(2014)

유소영, <천일동안>(2016)

 

20:00-20:30

극단 신야, <성기소년의 탄생_쇼케이스>(2018)

 

21:00-21:30

김찬년, <운동 권하는 선배>(2014)

김찬년, <iGO>(2014)

김찬년, <시각효과>(2008)

김찬년, <삼선스캔들>(2016)

김찬년, <24개월 후>(2013)

 

폐막행사(22일 22:00)

Djing Party 줄줄이 소시지파티 

오대리 모과 오석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