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9. 12:27ㆍLetter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알쏭달쏭 스마트(하고 무심한) 세상
아이고. 너무 바쁩니다. 바쁜데, 저만 바빠 보이는 건 또 아니라 기분이 좋습니다. 이건 무슨 심보일까요.
코로나가 1단계로 내려간 덕분인지, 밀리고 밀리던 공연들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지난 달 저는 제안서를 3개 쯤 보내고, 지원서를 2개 올리고, PT도 두 번, 미팅은 수 십 번을 했는데요, 그보다 공연을 여섯 편 쯤 보고, 음악감상회도 가고, 글쓰기 모임도 열고, 강연도 몇 개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많이 놓쳤는데도 그래요. 좋아하는 가디건을 자주 입고 다친 발목을 끌면서 많이도 돌아다녔습니다. 바빠서 기분이 좋습니다.
한 숨이 놓일 때 다른 한숨거리를 생각하는 건 오래된 지병 같습니다. 함께 본 작품이 너무 속상해서 친구와 나쁜 말을 한참 뱉기도 했고요, 이제 나는 살만한데 여전히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주말에 봉사활동을 해볼까 싶어 찾아갔던 신도림역 앞 무료급식소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더라고요. 드라마를 보다 숫자처럼 여겨지는 아픈 사람들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에미넴 노래를 들으며 먼 나라의 선거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그게 뭐라고, 그게 나한테 뭐가 중요하다고.
그게 뭐라고, 싶은 것들을 지나치지 못하는 것과 예술을 연결시키는 건 과대해석일까요? 2주 전 참여했던 집회에서 싱어송라이터 미루는 우리 모두 각자 다른 약자성, 소수자성을 가졌다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지 않겠냐고 얘기하고는 노래 불렀습니다. “고래야 이 노래로 나를 지킬 수 있니, 고래야 나는 널 지킬 수 있을까” 같은 노랫말이 주는 힘 같은 게 오래 남았습니다.
이게 무슨 의식의 흐름인가 싶겠지만, 사실 편지라는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알쏭달쏭 스마트 세상을 너머, 알쏭달쏭 무심한 세상 아니면 대충 알쏭달쏭 이상한 레터였던 걸로 마무리 짓습니다.
2020년 11월 09일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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