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아티스트창작워크숍spark | 7인의 스파커-2

 

7인의 스파커 ②

부제-내일 무얼할 지 고민하지 말자고 하는 즐거움 


 


지난 꼭지에 약속 꼬옥 한대로 이번 호에는 프린지의 예술가 창작 워크샵인 SPARK스파크 기간 동안 영재와 천재가 뒤섞인 7인의 스파커들이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간결하게 정리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런....지난 연재에 강하고 막무가내로 써내려갔던 “7인의 스파커①”의 어조와는 다르게, 무언가 말랑하고 소박하고 아련하고 투명하고 파스텔톤으로 글이 써지다니...

이유가...... 있다.

나는 지금...<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을 들으며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것이다!!!!!!!!!!

아아...이런...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방인데도 어디선가 봄바람스런 간질함이 내 볼을 스치는 것 같다........아....‘플리즈 웨이트 포 미’...부디 나를 기다려 달라는 가사까지 합세하며 내 깊은 곳에 자리한 소녀스러움을 부추긴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음악을 끄고 건조한 나의 이성을 되찾을 것인가. 아니면 밖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볼륨의 매미소리를 뒤덮을, 봄바람 효과의 이 감미로움에 나의 이성을 잠시 내어 줄 것인가.

 내어줍시다...내어줍시다... 이렇게 비이성적이고 일기스러운 말 줄임표‘....’를 남발해도 좋을 듯한 이 기분 이대로 주욱 가봅시다.......아아...



그럼 다시 스파크로 돌아오면(벌써 7월말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6월말을 향해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면) 6월 25일부터 6월 30일까지 6일간 7인의 스파커들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프린지 스튜디오에 모였다.

 오후 2시부터 차 끊기기 전까지(그 중 이틀은 아침까지 같이 있었다.)무얼하든 모여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얼하든 모여 있었다.”는 것.

공연을 하겠다고 모인 것이 아니라 여러 장르의 젊은(마음과 정신이 젊은)작업자들이 모이면 무엇이 일어날까, 무엇을 하게 될까가 목적 이었으므로 과정중심이 확실했다.

 -학창시절에 어른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책가방, 도시락 들고 왔다 갔다 뭘 하는지..쯧”

학교에서 무얼하는지, 고 시간에 나가서 고 시간에 들어오는 터에 뭐라 할 순 없지만 왠지  못미더워하시곤 했고 우린 실제로 학교에서는 공부와 수업보단 심하게 놀고 떠들었었다. 그리고 도시락을 점심시간 말고 꼭 수업시간에 먹었다. “학창시절”은 그렇게 김치국물과 멸치조림양념이 묻은 추억의 교과서로 완성되곤 했다. -

이런 학창시절로 돌아온 듯이, 스파크 기간 동안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모여 참 잘 떠들었다. 제 갈 길로 떠났던 친구들이 다시 모여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들을 선물보따리처럼 펼쳐놓듯이... 학창시절 처럼 유난히 배가 자주 고팠다. 허기는 젊음의 상징인가.


첫째날, 모두가 모였을 때, 사전모임을 여러차례 가졌던 터라 별로 어색할 것 없는 7인들은 각자 자신을 제대로 소개했다. 더불어 영상자료를 가지고 말이다. 각자가 참여했던, 혹은 연출했던 작업들의 영상을 프로젝션하며 상영회를 가졌다.





스파크 기간 동안 몇 개의 노트북과 스크린, 빔프로젝터와 스피커, 콘솔 등이 스튜디오 안에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7인은 테크놀로지에 마음껏 노출되어 있었고 공간적 시간적으로 여유로웠다. 게다가 여러 장르의 유연한 사람들이 함께 있었으므로 모든 것이 라이브가 가능한 시스템이었다고나 할까. 진원씨는 준비해온 파워포인트로 공간성을 제시하고, 지현씨는 원하는 영상과 인터렉션을 자유로이 하고, 홍연출님은 텍스트와 장르를 연결시켜 이런저런 제안을 하고, 나는 그것을 움직임으로 전환하고 또 다른 제안을 하고, 재명씨는 어느새 거기에 맞는 음악을 연주하고 변형하는 식이었다.



 


많은 DVD가 여기저기 깔렸고, 기존작업들을 상영하면서 서로에 대해 많이들 놀라워했다.

우선 자신과 다른 장르의 작업을 관람하는 데서 오는 경외심, 존경심과 더불어 서로 멋진 사람들이라고 속으로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사실은 이 시간, 끊임없이 웃는 속에서도 상당한 자극과 영감을 받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렇게 영상을 통해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작업을 객관적으로 다시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의미가 되어 왔다. 동시에 홍연출님과 나는 작업을 정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가지런히 올려놓는, 가령 지현씨 같은 사람들을 부러워라 하며 조만간에 꼭 블로그를 가질 것을 다짐했다. 마음속으로는 ‘조만간’이란 별로 구체적이진 않은 시간성에 스스로 못미더워하며 말이다.


둘째날, 7인은 스파크 기간 동안 잡고나갈 하나의 공기, 하나의 줄기로서의 텍스트를 가져왔다. 홍연출님은 “~ 싶다.”라고 끝나는 백 개의 문장을, 그리고 나(춤추는 김정현입니다)는 “벙어리 시인 이야기”라는, 4,5년 전에 썼던 단편소설을 가져왔다.

 홍연출님은 “~싶다”를 쓴 일본책에서 영감 받아 친구들과 시험 삼아 써 보았는데 100개의 소망 리스트 작성이 생각보다 어렵더란다.


 우리는 즉석에서 이 텍스트를 읽어보기로 했다. 낭송은 김정현, 음악은 도재명.

누군가의 100가지 소망을 읽는 일은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고 오히려 편안하고 따뜻했는데 그건 곧 “~싶다”가 품는 에너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의 그것인양 동의하기도 하다가 너의 그것이 이루어지길 비는 마음이기도 했다가 하는. 마지막 맨 오른쪽 사진은 다른 이가 읽어주는 자신의 소망을 들으며 웃는 홍연출님. 재명씨의 건반 멜로디와 함께 참 아름다웠던 순간이다.




아래는 홍연출님이 쓴 백개의 <~싶다>리스트 전문.

(몇 가지만 옮기려다 ‘백’이 주는 감동과 무게를 같이 나누고 싶어서 다 올린다)


 



 

<~싶다>를 읽는동안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본 듯한 미안함과 비밀을 공유한데서 오는 친밀감이 뒤섞여 다 읽고 난 뒤 괜시리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던 것 같다.

동시에 나도 한번 백가지<~싶다>를 완성해보고 싶다는 결연한 의지와 호기심이 솟아났으나 아직까지 못하고 있다. 역시 실천은 ‘바로’라는 길로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 바로!


즉석 낭송회로 말미암아 드디어 스파크의 시동이 걸린 셈이 되었는데, 무언가 우리를 자극하고 작동시켰으며 각자 따로, 그리고 함께 무엇을 진행한 첫 번째 시도였다.


이 시도를 정리하고 이번엔 나의 텍스트인<벙어리 이야기>를 읽을 차례가 되었다.

(작은 지면에 이렇게나 텍스트 이야기를 자세히 싣는 것은 사전모임을 통해서 이번 창작워크샵은 텍스트에서 출발하자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벙어리 이야기>는 역할을 바꾸어 홍연출님이 읽고, 낭독 후에는 소설을 이용한 신나는 판이 열렸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번 <7인의 스파커③>에서 계속 하겠다.


연재의 긴장감을 살리고 읽는 이의 호흡을 고려한 조치라 여겨달라.

다만 이 연재가 몇 회로 마무리 될 지는 나도,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 되었다는 것.

5회를 넘기지 않도록 애쓰겠다는 다짐 하나 해보며.


이번 호의 부제, <내일 무얼할 지 고민하지 말자고 하는 즐거움>은 7인의 스파커가 암묵적으로 공유했던 이번 워크샵의 스타일이었음을 말해둔다.

물론 전 날이 발전되어 그 다음날을 맞았지만, 심리적인 압박이나 고통스런 고민보다는 보물찾기 놀이하는 심정으로 그 순간에 발견되는 반짝거림에 집중했다.

그것은 즐거움이었고, 아이의 놀이였다.

이 놀이에 대해서 다음 호에 들려주겠다는 약속을 꼬옥 하며.

그럼 안녕.

Please wait for me~♪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덕분에 여름의 봄날에 글을 마친다. 감사합니다)



예술가들의 도전과 모험에 대한 권리,
아티스트 창작워크숍
SPARK 1st 


전시나 공연 등의 결과물 지향적 성과가 아닌 창작 과정에 집중 다양한 전개와 소통방식을 집중적으로 개발한다 특정 장르를 구심점에 둔 원근법적 창작이 아닌, 개별 장르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다초점적 시도 중심적 장르를 위해 결합하는 공동작업 방식에서 예상되는 귀결점이 아니라 다른 관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규정된 답이 아닌 다양한 질문을 유도한다
막연한 답보다는 명쾌한 질문들을 서로에게 던짐으로써 발상의 전환점을 만든다 하나의 완성품이 아닌 다양한 시도를 통한 예술적 도전과 모험에 기반을 둔다 참가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매칭되어 환경과 조건을 변화시킴으로써 여러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개별적 고립적 창작활동이 아닌 총체적 경험을 우선시한다 공동 창작 워크숍은 창작자들의 교류와 확장을 매개하는 공간이므로 총체적 경험을 통한 표현 언어 개발을 다각적으로 시도하도록 한다

공개 쇼케이스
* 2009년 8월 24일(월) 20:00 까페 빵(예정)
* 김정현, 김지현, 도재명, 박진원, 홍은지



김정현  /   imthinking@hanmail.net

공연을 연출하고 안무한다. 

즉흥그룹<임프로드 바닥>의 일꾼이자  춤꾼이다.

춤추고 노래하고 글쓰고 무언가를 만들며

사람으로의 진화를 꾀하는 중이다.



  1. 쌉싸름한 <벙어리 시인 이야기>를 떠올리며, "~하고 싶다" 내 버전을 써보고자 합니다.
    글 재밌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