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2. 10:27ㆍFeature
고재경의 마임 워크샵 - 두 번째 기록
글| 강말금
*들어가는 말
두 번째 시간. 오늘은 다음과 같은 것을 하였다.
19:00-21:00 몸의 분리
21:00-21:30 공간
21:30-22:00 애벌레 기기
수업 도중 고재경씨가 이렇게 말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마임을 묘사라고 해요.
저는 그 말을 부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마임은 묘사 이전의 것이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움직이고 있다.
1. 몸의 분리
임의의 공간에 점이 있다. 그 점들을 연결시키면 몸이 된다. 우리는 우리의 몸에 다음과 같은 점을 찍어 보았다.
손끝 - 손가락이 시작되는 관절 - 손목 - 팔꿈치 - 어깨
입 - 코 - 눈썹
얼굴(코) - 머리 - 목
어깨 - 가슴 - 윗배 - 골반
골반과 다리의 접점 - 무릎 - 발목 - 발꿈치 - 발가락
(몸통의 중앙에 가로로 막대기가 꽂혀있다고 상상하고) 상체 - 하체
우리는 분리된 몸을 한 가지씩 움직이면서, 그 부분을 하나의 점으로 느껴야했다. 그 ‘몸의 인식’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태도/방법이 필요하다.
- 맞다 틀리다는 없어요. 생각하지 말고 움직이면서 본인이 그 부분을 느끼세요.
- 다른 부분을 움직이지 않게 잡아주세요. 고정하세요. 내꺼 아니예요. 없어.
- 급해요. 하나씩 차례로 하세요.
- 얼굴의 중심은 코예요. 눈에 힘주지 말고 코로 확 찍으세요.
- 공간에 임의의 점을 찍어요. 거기가 시작점, 가슴이 놓인 자리예요. 이 점을 기준으로 앞, 옆, 뒤, 그러니까 동, 서, 남, 북 에 점을 찍으세요. 가슴을 거기에 놓았다가 시작점으로 돌아오세요.
- 인체 해부도 본 적 있죠? 골반에 뚫린 다리 구멍에 다리뼈가 걸려있는 그 부분 상상하면서 다리를 넣었다 뺐다 해보세요.
우리는 고재경씨가 제시해준 다양한 순서로 움직였다. 지난 시간에 들었던 작용점 개념이 등장했다. 작용점을 최초로 인식하면서, 분리된 몸의 점을 따라 움직이니, 어떤 기운이 느껴졌다.
- 작용점이 있어요. 힘의 출발점. 자, 이제 무릎을 들고 발목을 움직일께요. 작용점은 발끝이 아니라 발목이예요. 발목이 움직여서 발끝이 따라 움직이는 거예요. 인식하세요. 모양은 비슷하지만 느낌이 달라요.
-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해봅시다. 왼발 들어! 걸레질하게. 그러면 여러분이 왼발을 들었다가 놓죠? 그런데 이번에는 발 앞에 있는 벌레를 밟아죽이려고 발을 들었다가 놓았다고 합시다. 앞의 것은 드는 데 포인트가 있고, 뒤의 것은 내려서 누르는 데 포인트가 있죠? 두 동작은 목적이 다르고, 따라서 몸의 기운이 달라지는 거예요.
우리는 작용점과 분리된 몸의 점을 따라 움직였다가, 그 기운을 느끼면, 다음에는 기운을 재현하는 쪽에 포인트를 맞추어 동작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동작이 이상해지면, 다시 분리된 몸을 차례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우리가 몸을 움직이면서 느낀 기운들은 다음과 같다.
- 들어온다 / 나간다
EX 1. 손-팔목-팔꿈치-어깨를 차례대로 안쪽으로 비틀기 / 풀기
EX 2. 팔을 펼치고 손끝-손가락 관절들-손목-팔꿈치-어깨를 가슴 쪽으로 감기 / 풀기
- 민다 / 끈다
EX 1. 손끝-손목-팔꿈치를 이용해서 뱀이 기어가는 모양 만들기. 작용점을 팔꿈치에 두고 하기 / 손끝에 두고 하기
- (꽃이) 핀다
EX 1. 입, 콧구멍, 눈썹을 가장 작게, 코를 향해 찡그렸다가, 기쁜 마음으로 바깥으로 최대한 크게 펼치기
- 올라간다 / 내려간다.
EX 1. 몸을 수직으로 막대기처럼 세우고, 윗배 - 가슴 - 목 - 머리 차례대로 원을 그리면, (스프링처럼 휘감으면) 올라가는 느낌이 듦.
EX 2. 막대기 끝부분(우리의 머리)을 누가 손가락으로 튕군다고 생각하고, 튕겨서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움직이면, 아래로 버티는 힘을 느낄 수 있음.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감.
마지막으로 우리는 작은 점프를 반복했다. 뜨는 데 포인트를 맞춘 점프 (발레리나의 것), 누르는 데 포인트를 맞춘 점프 (무당의 것)를 구분해서 했다. 어떻게 보였는지는 모르나 두 느낌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었다.
흠. 내 느낌이 맞는 거겠지.
2. 공간
- 마임은 대사의 영역까지를 증폭해서 몸으로 공간을 보여줘야 되죠? 예를 들어,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몸이 열리죠. 내가 품은 공간이 커져요. 그러다가, 어떤 나무가 멋있어서 들여다봐요. 공간이 작아졌죠?
- 자 각자 충분히 사이를 두고 서세요. 머리, 가슴, 골반 인식하면서 움직이세요.
- SF 영화의 보호막 있죠? 그게 작게 몸을 둘러싸고 있다가 점점 커지는 겁니다.
- 애벌레처럼 작게. 하지만 정서 아니예요. 나는 애벌레다.. 갇혀있어.. 아니예요.
- 보호막은 눈에 안 보여요. 보지 마세요. 동작의 크기가 아니예요. 호흡의 크기예요.
- 유선, 곡선, 부드럽게. 끊지 마세요. 골반 빠지면 안 되요.
우리는 한 십 분 설명 들으면서 동작 하다가 오 분 간 침묵 속에서 이를 행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오 분이 끝나자 고재경씨가 좋았던 사람 손 들으라고 했다. 열 몇 명 있었는데 세 명이 손을 들었고, 나는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했다고 대답했다.
이건 내가 찾아야한다. 뭔가 딱 떨어지는 생각의 지점이 있을 것이다.
3. 애벌레 기기
애벌레 기기를 위해서는 얼굴 - 머리 - 목 - 척추의 어느 지점 - 골반 을 분리해야한다.
- 준비자세 ; 코를 박고 엎드린다. 손은 가슴 옆에 둔다. 팔을 옆구리에 붙인다.
- 무릎을 당겨 골반을 솟아오르게 한다.
- 골반에서 척추, 척추에서 목, 목에서 머리, 머리에서 얼굴 순으로 솟았다가 바닥으로 내려간다.
- 앞으로 전진한 상태에서 첫 준비자세로 돌아가게 된다.
- 역순으로 진행해본다 ; 후진
하나를 움직일 때 다른 것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어느 순간 (골반에서 척추로 옮겨갈 때쯤)에 팔에 힘이 들어간다. 팔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힘이 들어온다. 들어오는 순간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이 성공하면 웨이브가 된다.
<10:00 - > 나의 느낌
나는 올겨울 별 작업이 없어서 내가 뭐하고 살았나 생각을 자주 했다. 두 번째 수업을 듣고 떠오르는 것은, 내가 뭘 하면서 살았는지 알겠다는 것이다.
걸으면서, 내가 골반으로 걷고 있는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지, 내 중심은 공간의 어디쯤 놓여있는지 생각했고,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을 가지면서, 내가 좁게 들여다보고 있는지, 넓게 공간을 느끼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발레를 배우면서는, 몸을 팽팽하게 펴면서도 굳어있지 않으려면 어떤 호흡/자세이어야 하는지 생각했다. 너무 생각하지 말고, 시키는대로 그냥 하고, 떠오르는 것을 믿고 가는 쪽으로 살았다. 나름대로는.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이 내 배우 공부였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고재경씨가 준 exercise를 연습을 통해서 익히고 상위의 인식을 발견하는 것이 앞으로의 내 몫이다. 재미있게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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