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 22. 12:51ㆍLetter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어느새 한 해가 훌쩍 지나가고 새로운 해가 밝았습니다.” 이런 식상한 말은 접어두죠. 그러니까, 2014라는 낯선, 처음 보는 시간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사실에는 많은 것들이 뒤따라 나옵니다. 2013이라는 옛 것, 헌 것은 끝났습니다. 그것과 함께 했던 많은 것들도 끝났습니다. 예를 들어, 2013년을 살던 나의 세포들은 신년맞이 때밀이목욕으로 생을 마감했고, 365일 중 겨우 삼 일동안만 지켰던 2013년의 다짐들도 끝났습니다. 혹은 어떤 사람의 학교 생활이 끝이 났을 것이고, 어떤 사람의 직장 생활도 끝이 났을 것입니다. 이제 새 해가 되었으니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하라고들 하더군요. 참으로, ‘새로운 해’라는 것은 끝난 것들을 잘도 잊을 수 있게 해 주네요.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다릅니다. 옛 것, 헌 것이 지독히도 끝나지 않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 인디언밥 편집위원들이 그렇습니다. 2013년에 벌린 일들은 끝나기는커녕 우리의 발목을 잡고 점점 더 무거워져만 가고, 2013년에 보았던 것들은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직도 내 컴퓨터의 문서 폴더에는 2013년에 끝나야 했을 것들이 종료되지 않은 채 남아 깜박거립니다.
인디언밥도 그렇습니다. 새로운 해, 새로운 달이 되었건만 인디언밥이 다룰 것들은 모두 끝나지 않은 것들입니다. 또는 끝나지 않아야만 하는데 누군가가 억지로 끝내려고 하는 것들입니다. 2013년의 연장선상에서 <젊은예술생태보고서>가 출간될 것이고, 지난 해에 나타난 ‘미술생산자모임’, 연극 <미사여구없이>, 그리고 서적 <도시기획자들>에 대한 리뷰들이 올라갈 것입니다. 리뷰 <익살 광대극 – 레드 채플린>은 끝난 2013년을 또 다시 이야기합니다. 축소 위기에 처한 EBS 음악 프로그램 <공감>에 대한 리뷰는 종료와 연장의 대립을 담습니다. 그 외에 많은 것들이 2013년을 잊지 못한 채 쓰여질 것입니다.
더 넓은 곳으로 눈을 돌려 볼까요. 우리를 둘러싼 이 공간은 어떠한가요. 지난 달 내내 송년회며 망년회로 한 해를 갈무리하려 했지만, 차마 끝내지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철도와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들, 외침들, 그리고 몇 년 째 계속되는 움직임들이 그것입니다. 하도 많아서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원예술에 대한 논의, 재능교육과 콜트콜텍의 부당한 행태, 예술가들의 가난, 그리고, 그리고. 나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 개인적인 업무들이라면, 이 이야기들의 발목을 붙잡아야 하는 것은 우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들의 시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억지로 만든 시간의 경계와 그 새로운 시작에 대한 환영(Happy New Year!!)이 무색해집니다. 세상에는 끝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붙잡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만 하는 것들입니다.
인디언밥의 2013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2014년 1월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위원
성지은
* 사진_송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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