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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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3월 레터] 재밌는 일은 꼭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하지요
재밌는 일은 꼭 사람들이 연결되는 것에서 시작하지요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로 여는 레터가 몇 편이나 있을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첫 문장이 무조건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문예창작 교수님께 들어왔던 것 같은데, 이렇게 뻔하고 당연한 인사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에 새로이 함께 하게 된 김민수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참 오랜만의 레터입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일원으로 만나던 인디언밥에 발을 담그게 되면서 이렇게 인사하는 글을 쓰는 게 수줍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만날 수 있을 거란 약속까지는 아니고, 그냥 그러면 좋겠다는 바람만 전해요. 많은 사람들이 아픈 시절입니다. 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공포에 질려있는 시기라지요. 병보다 병든 자들을 미워하는 세상이 ..
2020.03.15 -
[인디언밥 4월 레터] 올바른 애도의 방법
올바른 애도의 방법 몰타에 다녀왔습니다. 지중해의 작열하는 태양을 기대했지만 꽤 추웠고요, 일교차가 커서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우중충한 하늘 아래 푸른 셔츠와 흰 바지를 입고 있는 제가 머쓱했습니다. (아.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는데…) 유럽 축제 연합 (EFA)에서 주최하는 아틀리에가 올해는 몰타에서 열렸습니다. 일주일동안 전 세계의 축제 전문가들과 만나 서로의 작업을 소개하고, 각자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미래의 협력을 도모하는 자리였습니다. 아틀리에의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의 화두를 반영하여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축제의 역할, 축제의 지속성, 표현의 자유, 이민자와 난민, 기후변화 등이 그것이었습니다. 제가 아틀리에에 가져간 화두는 ‘재난의 앞에 선 축제’ 이었..
2019.04.22 -
[인디언밥 3월 레터] 냉소와 상상력
냉소와 상상력 잠시 지난해 겨울에 보았던 극단Y의 공연 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연극계의 위계, (성)폭력, 편협한 젠더 의식 등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아직도 문득 문득 떠오릅니다. 연습실에 ‘권리장전’을 붙여놓고 현실과 부딪히는 프로덕션 막내이자 조연출, 권위로 누르려는 연출, ‘원래 그런거야, 피곤하니까 연출 좀 건들지 마’라고(냉소)하는 선배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창작자들의 공통의 기억을 자극했던 이 작업은 매우 사실적이었고, 표현 방식은 섬세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작업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이들이 권리장전을 준수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토론을 지켜보며 그들이 주체적으로 발언해 왔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극..
2019.03.17 -
[인디언밥 2월 레터] 첫 인사
첫인사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헤어짐 말고 만남의 인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인디언밥에 종종 리뷰를 기고했던 필자 채 민 입니다. 저의 때늦은 리뷰가 인디언밥의 1111번째의 게시물이 되었다는 소식에(이유는 알 수 없으나) 소박한 기쁨을 느끼고 있던 차에, 인디언밥의 새 해 첫 레터를 쓰는 행운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새해에 대한 저의 감각은 점점 무뎌지고 있다고 고백해야겠습니다. ‘2018’이라는 숫자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2019’년이 되었고, 지나간 해와 무관하게 정리되지 않은 일들ㅃ이 여전히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여전하기 때문일까요. 순환되지 않는, 익숙하고 답답한 대기 속에서 전광판의 낯선 숫자를 바라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그러던 차에 연극비평집단 시선 평론집 ..
2019.02.17 -
[인디언밥 12월 레터] 올해가 가기 전에
올해가 가기 전에 그새 12월이라니요. 하루하루는 느릿느릿 흘러가면서 일주일 한 달 일 년은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만 같습니다. 실감을 거부할래도 하기가 어려웠는데, 11월부터 12월의 초입인 지금까지 매주 거의 한 번씩 크리스마스 마켓에 갔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크리스마스 장식물에 사람들의 이름을 써주는 일을 했지요.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려니 연말이구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제가 지내는 도시는 겨울이 좀 늦게 왔습니다. 언제 가 버릴까 애면글면 가을의 꽁지깃을 붙들고, 얇은 옷 주머니에 환절기 기침을 대비한 사탕 두어 알을 넣은 채로 공연을 보러 다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학교에서 를 봤는데요, 해외에서 연출을 초빙해 만든 공연이었습니다. 부조리극의 장치로 쓰인 유머가 문화적 차이에 의해..
2018.12.11 -
[인디언밥 11월 레터] 이번 달의 편지
이번 달의 편지 안녕하세요? 편지라고 하면서 언제나 뭉툭한 감상문 같은 것만 적어보낸 것 같아서 이번에는 정말 편지를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날씨가 추워졌지요? 공기는 탁해졌고요. 바라던 바쁜 일은 찾아왔나요? 아니면, 끝났으면 했던 바쁜 일이 한숨 돌릴 만큼 마무리되었나요?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요. 우선 최근에 어떤 말을 들었는지 또 어떤 글을 읽었는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엔 친구가 마라톤 대회에 나갔는데 구호를 '걸스 캔 두 애니띵'으로 정했다고, 그러니까 완주를 못해도 포기 역시 여자가 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을 했습니다. 정말로 맞는 말이어서 정말로 재미가 있었어요. 읽은 것 중에 생각나는 것은 그보다 더 전에 읽은 케이트 디카밀로의 에 있던 '엄마를 생..
2018.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