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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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NEWStage 선정작 <9월> 9월이여, 가라
9월이여, 가라 설유진 작, 연출 글_권혜린 이라는 간결한 제목의 작품은 극단 907의 2018 유망예술지원 NEWStage 선정작으로서 9월 14일부터 20일까지 공연했다. 9라는 숫자가 여기저기에서 등장하지만 작품 속에서 9월의 의미는 다소 모호하다. 과거의 사건이 9월에 일어났으며 현재의 배경도 9월일 거라는 연장선에서의 추측, 9월이라는 시간적인 배경이 8월까지의 폭염을 무사히 이겨 내고 겨우 한숨 돌리는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계절이므로 과거의 엄청난 사건에서 한 걸음 비껴 나가 이야기를 들려주기 좋은 계절이라는 앞서나간 짐작으로만 가늠할 뿐이다. 그만큼 결말과 제목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을 자유롭게 열어 두기 때문에 생각할 틈을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사람과 이야기의 교차점, 기차역 ..
2018.10.01 -
[리뷰] 페미니즘의 재점화인가, 여성의 타자적 위치의 재현인가<노라이즘>
페미니즘의 재점화인가, 여성의 타자적 위치의 재현인가 극단 불한당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글_김민관 방송을 매개하는 연극? 연극을 매개하는 방송! 공연의 통주조음을 이루는 ‘리얼 와이프 서바이벌’이라는 방송 포맷은, 노르웨이 출신 극작가 헨릭 입센(1828-1906)의 고전 『인형의 집』을 당대의 현재로 매개한다. 노라(박이슬 배우)가 억압적인 가부장적 집에 갇힌 것이 카메라로 송출되고 있다는 것은, (극단 불한당, 연출 이수림)의 주요한 모티브이다. 비계 구조로 구획된 무대는 노라의 갇힌 삶을 실재화하는 반면, 이는 카메라가 켜져 있을 때만 단지 유효하다. 방송을 통해 ‘라이브’로 누군가의 삶을 브라운관으로 끌어오고, 이에 대해 직접 관객을 향해 말하는 것은 일견 착각을 주는 부분이지만, 결코 제4의..
2018.08.07 -
[리뷰] <이방연애> 창작집단 3355 @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
진솔한 이야기로의 초대창작집단 3355 @제 1회 페미니즘 연극제 글_권혜린 ‘제1회 페미니즘 연극제’ 참가작인 는 지난 ‘2017 프린지페스티벌’ 때의 작품을 확장한 것이다. ‘방’과 ‘연애’를 주제로 세 명의 퀴어 여성 예술가들이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서울, 여성, 주거 문제로 연극을 만들자고 했던 ‘소문’은 실체 없는 특성답게 말로만 언급될 뿐 무대에 등장하지는 않고, 한 다리 건너는 소문 대신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직접 연극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이야기한다. MC 없는 토크쇼처럼 분위기는 자연스럽고 편하다. 중간중간 무엇을 이야기할지 글씨로 지시하는 것을 화면으로 보여 주는 것도 마치 코너의 제목을 소개하는 듯하다. 다큐멘터리 연극으로서 이 작품은 솔직하고 담백하게 자신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
2018.07.27 -
[리뷰] 빨간 피터들 <러시아판소리-어느 학술원에의 보고>
빨간 피터들 인간을 향한 누군가의 냉소와 연민, 그리고 고통에 대한 보고최용진 출연 / 적극 연출 글_이예은 프란츠 카프카의 . 이 소설은 인간다운 원숭이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빨간 피터’(이렇게 명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렇게 명명하는 순간 그의 존재를 폭력적으로 정의하는 일에 가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 라는 이름의 존재가 자신이 어떻게 인간다워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학술원의 고매한 신사”들에게 독백으로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인간에게 포획된 원숭이가 살아남을 길을 찾기 위해서는 오로지 인간을 모방하는 것뿐이었기에 그에게 주어진 것이란 ‘자유’가 아닌 ‘출구’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 프란츠 카프카, , 『변신 (외)』, 전영애 역, 민음사, 2013, pp.110-111. “저는 일부러..
2018.07.25 -
[리뷰] ‘변신하지않음’ 매머드 머메이드
변신하지 못한 자의 슬픔 ‘변신하지않음’ 매머드 머메이드(원작 카프카의 ‘변신’) 글_채 민 잔뜩 긴장한 듯이 보이는 배우 김은한은 자신을 ‘그레고르 잠자’라고 소개 한다. 그의 움츠린 어깨와 부산스러운 손놀림은 보는 사람마저 어색하고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는 그 와중에도 공연을 보며 음식을 먹어도 되고,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된다고 서분거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금요일 오후, 애매한 시간에 대체 몇 명이나 이곳을 찾을까 하며 초조하게 관객을 기다리던 그가, 이제는 자신이 앞으로 들려줄 이야기로 관객을 지루하거나 우울하게 만들까봐 두렵다. 그래서 관객에게 공연 중간에 언제든지 나가도 된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모습이 그레고르를 떠오르게 한다. 아침에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그레고르. 몸을 어..
2018.07.02 -
[리뷰] 그리고 흰 공책 가득 그것들이 씌어지는 밤이 왔다 @신촌극장
계속되는 ‘그리고’의 세계전진모 연출 / 신촌극장 글_권혜린 부산한 소음들을 지나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선다. 쏟아지는 사람들을 갑자기 차단하기라도 한 듯이 주택가는 고요하다. 다른 공기가 느껴진다. 고요를 뚫고 조금 걸어가다 보니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한 극장이 불쑥 튀어나온다. 가 상연될 신촌극장이다. 제목과 어울리는 분위기의 극장을 향해 긴 계단을 올라간다. 하늘과 가까운 극장에 들어가 앉는다. 작품 속에서 기다리던 연극이 지연되는 것처럼, 이 작품의 시작도 지연된다. 친절하게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단 한 명의 관객을 기다리기 위해서이다. 보통은 공연 위주로 생각하는 편이지만 부드러운 분위기 덕분에 너그러워진다. 첫 줄이 아닌 자리에 앉는 바람에 무대 전체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앞에 앉은 관객들의 틈..
2018.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