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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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의 사랑하는 너>@신촌극장
배우 김신록의 누군가 할 때까지 일단 나라도 한다 연기비평해방된 배우강서희, 류경인, 황순미 출연 / 설유진 작연출글_김신록연기가 ‘표현’의 일종이라면, 이 표현, 즉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언어나 몸짓 따위의 형상으로 드러내어 나타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드러내어 나타냄’이라는 부분이 순전히 보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경험하는 것’은 오롯이 배우의 몫이다. 배우는 이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경험함’과 ‘드러내어 나타냄’ 사이에서 아슬 한 줄타기를 하는 사람이다. ‘경험함’에 치우칠 경우 관객과 소통하지 못하는 배우, ‘드러내어 나타냄’만 두드러질 경우 진정성 없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짧은 연습 기간, 관객의 이해력에 대한 불신, 주제를 전달해야 한다는 ..
2019.01.13 -
[리뷰] 2018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영화제
‘네이밍, 주체/관객’을 가지고 본 영화제2018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영화제글_김민관 영화제 자체가 갖는 매력, 나아가 특유의 흥분은 비단 몇몇 영화의 성격과 내용에 의거하지 않는다. 이는 영화제의 프로그래밍으로부터 스크린―과거로부터 온―에 기입되는 영화제가 추구하는 미학적 결절점과 태도, 그리고 현재의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화제의 진행 방식과 영화제를 찾은 사람들에 의해 영화제는 특유의 활기를 띠고,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를 전전하는 가운데 주체이자 관객인 영화 관계자들은 저마다의 동류의식 속에 그 해의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영화제는 관객(성) 자체를 비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12월 21, 22일 양일간 인천의 추억극장미림에서 열린 ‘2018 인천국제비엔나소시지..
2019.01.13 -
[리뷰] 다큐멘터리 영화<어른이 되면>
당신이 충분히 늙을 때까지다큐멘터리 영화 장혜영 감독글_김민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면 세계는 사라진다. 까만 세상이 온다. 그러나 막지 못한 소리는 여전하다. 수많은 요구가 세어 들어온다. 간단히 자취를 감출 수는 없다. 중증발달장애인 혜정은 가끔 숨고 싶다. 사회는 잠시를 허락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시설로 보내졌다가 18년 만에 사회로 돌아온 혜정은 알아가야 할 것도, 증명해야 할 것도 많다. 어떤 날에는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 또 다른 날에는 할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한다. 은 혜정과 혜영 그리고 친구들이 함께 살아낸 얼마간의 기록이다. 혜정은 좋아하는 게 많다. 트로트와 디즈니의 OST를 좋아한다. 음악이 있다면 어디든 무대가 된다. 매일 한 잔씩 아메리카노도 마셔야 한다. 커피를 많이 마..
2019.01.04 -
[리뷰] 감히 한 연극 올리니<삼일로창고극장 봉헌예배>
감히 한 연극 올리니쿵짝프로젝트 글_권혜린라니, 제목과 주보 형식의 티켓(이자 팸플릿)만 본다면 연극이 아니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희생제의’에서 시작하여 ‘축복기도’로 끝나는 11개의 예배 순서도 얼핏 보기에는 평범해 보인다. (물론 전복적인 부제가 바로 옆에 있어 함께 읽어야 즐거울 것이다.) 그럴싸한 패러디는 다소 도발적이고 불온할 연극을 마주하게 될 긴장감을 누그러뜨린다. 공연 안내에서 ‘공연 중 혐오 발언이나 공연 방해 행동 시 즉각 퇴장 조치합니다.’라는 문구를 보았던 터라 ‘설마’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다행히 기우로 끝났다. 입장하면 벽에 “하나님이 영이시니 예배하는 자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할지니라”(요 4:24)가 적혀 있고, 붉은색과 초록색 옷이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다만 ..
2019.01.04 -
[리뷰] 김민영 개인전 <The night was young>
Silent night, holy night. All is calm, all is bright.김민영 개인전 @플레이스막 글_예쁜사람 그 밤이 어째서 어렸을까? 이런 질문은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린 데에 이유가 있을 리 없잖아요. 산 지 얼마 안 되었으면 어린 것이죠. 어쩌다 어려질 수는 없습니다. 그 밤은 어렸습니다. 전시장은 유독 조용했습니다. 영상들에도 소리가 없었거든요. ‘동화 같다’나 ‘기괴하다’ 모두 이곳의 이미지들에 붙일 수 있는 말들이겠지만, 이들은 동화의 원래 버전이라고들 말하는 어른동화 같은 잔인한 종류는 아닙니다. 심지어 그 움직이는 그림들과 삽화들은 정열적이지도, 아주 침울하지도 않아요. 그런 삽화들이 모여있는 전시장은 차분하고 약간은 명랑하기도 한, 그저 고요한 밤 같아요...
2019.01.04 -
[리뷰] 한 줌 또는 한 움큼의 윤리 <혼마라비해?>
한 줌 또는 한 움큼의 윤리 극단 실한 글_권혜린 극단 실한의 는 뜻을 알 수 없는 제목이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제목의 의미가 결말 부분에서 밝혀진다는 점에서 수수께끼 같지만 전체적인 의미를 잘 담았다. 미리 말하자면 ‘혼마’는 ‘진짜’라는 일본말, ‘라비’는 ‘좋다’는 라트비아어, ‘해’는 한국말로서 삼국의 언어가 섞인 것이다. ‘진짜 좋아해.’ 또는 ‘진짜 좋아해!’가 아닌 ‘진짜 좋아해?’가 제목이라는 것은, 즉 마침표나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가 붙어 있다는 것은 자이니치 문제의 해결이 아닌 유보 상태로 결말을 남겨 두었다는 것이며, 가능한 것은 현실적인 해결이 아닌 감정적인 해결뿐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게다가 감정적인 해결조차 쉽지 않음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이는 그만큼 자이니치에 대..
2018.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