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85)
-
[리뷰] 메타모포시스 <광염소나타>구원 없는 세상, 지루해지지 않기 위하여
메타모포시스 구원 없는 세상, 지루해지지 않기 위하여 글_정진삼 1. 무엇을/누구를 볼 것인가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김동인의 가 연극으로 변신했다. 1930년대의 소설-시공간이 2010년대의 연극-시공간으로 넘어오면서, 내용과 형식뿐만 아니라 의미까지도 ‘트랜스폼(transform)’ 했다. 음악/소설의 무용/연극화라는 도전적인 ‘컨셉’ 을 제시한 이들은 무늬만 입체가 아닌, 속속들이 입체적인 장면으로 ‘차원 확장’ 을 도모한 것이다. 소극장 예의 반원형 무대는 설치미술을 방불케 하는 세트가 채우고 있다. 육중함이 느껴지는 철제 사각형 공간은 '무대 위 무대' 로 기능한다. 각각의 면은 마치 하나의 건반처럼 바닥에 눕혀져 상하로 움직인다. (건반 무대가 주저앉을 때 '쿵' 하는 굉음은 관객을 ..
2012.10.04 -
[리뷰]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미인> 그 때 그 말이 다시 피어날 때
제 12언어 연극스튜디오 그 때 그 말이 다시 피어날 때 글_김송요 가끔씩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반말로 하는 대화에 익숙해졌을 때, 불쑥 비밀스러운 속마음을 말하게 되었을 때, 걸으면서 손을 잡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때, 바로 그 때 불쑥 다른 기억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면 어김없이 소스라치게 놀라게 돼요. 그 다른 기억은 언제나 같은 기억이에요. 첫 만남의 기억, 누군가와의 첫 만남을 생각하는 때엔 항상 그래요. 항상 그렇게나 잔뜩 놀라곤 해요. 은 추억의 화분에 물을 주는 연극이에요. 연극이라기보다는 기억의 재생이라고 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어요. 은 소중한 날 받은 꽃다발마냥 말려두었던 기억, 혹은 일상에 치여 내버려두었던 기억을 ‘말’로 적시는 소생(蘇生)의 현장이며, 우습게도 ..
2012.09.29 -
[리뷰] 거리는 육체다 _ 과천축제 <변신>
거리는 육체다 과천축제 _ 배낭속사람들 리경 아파트 상가단지 벤치에 사람들이 앉아있습니다.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립니다. 얼굴에 분칠을 한 남자가 들 것에 무언가를 싣고 나타납니다. 그가 이동하는 길을 따라 사람들이 이동합니다. 그는 누구이고, 무엇을 끌고 온 걸까요. 궁금한 듯 주위를 맴도는 당신에게 그는 명함을 내밉니다. 명함을 확인하기도 전에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싣고 온 ‘무엇’ 이 움직이기 시작하니까요. 당신은 한 발 물러나거나 혹은 가까이 갑니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알기를 기대하면서. 형체를 확인하고는 재빨리 명함을 확인합니다. 아직 명함을 받지 못했다면 얼른 남자에게 다가가 명함을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명함에는 ‘그레고리 잠자’라는 이름이 써 있습니다. 카프카 원작..
2012.09.28 -
[리뷰] 제8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책, 청춘을 껴안다"
- 제8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책, 청춘을 껴안다" 글_이시욱 와우북페스티벌에 가는 길,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책에 관련된 이런저런 일들을 하고 있어서 항상 많은 책에 둘러싸여 지내는 터이지만, 그게 꼭 좋은 건 아니다.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책 더미가 의식되면 어느새 초조해지고 만다. 초조함의 정체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언제 다 읽지?” 초조함의 강도는 책의 양에 비례한다. 북페스티벌을 꺼리는 이유다. 곧 죄책감이 될 것들을 한 무더기 끌어안고 돌아올 게 뻔하니까. 북페스티벌, 그러니까 ‘책이 주인공인 축제’니 만큼, 활기 어린 분위기 속에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책은 읽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
2012.09.26 -
[리뷰] NIGHTMARE ep.2 야야와 잠비나이
YAYA NIGHT SERIES vol. 2 / NIGHTMARE ep.2 야야와 잠비나이 다시 한 번 꾸고 싶은 아름다운 ‘악몽(惡夢)’ 글_나그네 "밤의 양면적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야야. 형식적인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잠비나이. 실험적 색채가 강한 음악을 선보이는 두 팀의 신비로운 매력 속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음악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하며 화제를 낳았던 지난 2월 조인트 공연에 이어 깨어날 수 없는, 깨어나고 싶지 않은 두 번째 악몽의 밤이 펼쳐진다." Nightmare. '악몽'이라는 컨셉으로 자신들만의 공연을 기획하여 선보이고 있는 야야. 허클베리핀과 함께한 첫 번째 기획 공연에 이어 이번 두 번째 공연은 잠비나이와 함께 하였다. 대체로 밝음보단 어둠을. 발랄하고 명랑한 분위기보단 음울하고 ..
2012.09.25 -
[리뷰] 아비뇽페스티벌 2 _ 거리여행의 기록
아비뇽 페스티벌 2 거리여행의 기록 _ 극장 밖에 드라마가 있다,하니 리경 아비뇽 페스티벌. 축제에 머무는 이 마음, 여행을 즐겨요. 극장을 거점으로 한 페스티벌이 아닌 어느 특정한 공간에 터를 잡고 축제가 벌어지는 경우, 그 공간 전체가 극장이 된다. 일상과 일상에서 벗어난 것들이 혼재하는 또 다른 드라마의 장소를 걷는다는 것만으로, 공연의 산책자이며 여행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교황청 공연은 그리 지나가고, 밤이 지나고, 해가 뜨면, 나는 다시, 거리로 나선다. 조금은 익숙해진 거리에 도착하여 어제 걸었던 길부터 걸어본다. 지나며 봤던 그 공연과 박수소리가 들린다. 발걸음이 오래 멈추지는 않지만, 어제의 기분을 되살리기에는 충분하다. 들뜬 마음에 두리번거리며 봐두었던 포스터들도 눈에 띈다. 조금..
2012.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