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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가 없으면 유동식으로, 하지만 : 자유표현집단 20도씨 <Under the Sea>
이가 없으면 유동식으로, 하지만 : 자유표현집단 20도씨 자유표현집단 20도씨 소통3부작 '열띤 토로네' 중 리뷰 @Studio1992 글_김민수 신도림역과 구로역 사이의 주택가에 입술이 크게 그려진 포스터가 골목 사이사이에 붙었다. 아주 작은 연극이 하루 동안 진행된다며 소음에 양해를 부탁하는 글과 함께였다. 포스터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 닿은 곳은 흔한 빨간 벽돌 다세대 주택의 반지하 방이었다. 스튜디오1992라는 이름이 붙은 이 공간에서 자유표현집단 20도씨는 주변의 눈치를 보듯 하루 만에 6회 차의 공연을 올렸다. 세 편의 연극이 대문 안 계단 아래 공간, 반지하 방의 거실, 그 안의 작은 방으로 옮겨가며 조금씩 더 깊고 어두운 곳에서 진행되었다. 그들은 어쩌다 이런 눈치까지 봐가며 극장공연도 거리..
2020.11.04 -
[리뷰] ‘창작집단 미아’의 두 작업, <(주)미아스마트택배>와 <무임승차>를 횡단하기
‘창작집단 미아’의 두 작업, 와 를 횡단하기 글_김민관 비평은 어떤 하나의 예술 작업을 온전한 하나의 작품으로 갈음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는 않다. 분석과 해체의 작업으로써 비평은 작업을 조각내고 파편화하여 그 가능성과 한계를 동전의 양면으로 제시할 수 있다. 그리하여 어떤 작업은 미리 와 있거나 또는 너무 늦게 온다. (2020. 6.27-28)는 (2019. 10.26-27)가 그 전신이다. 그 두 작업은 판이하게 다른데, 작업의 변경은 작업의 형식과 관점 모두의 측면에서 그러하다. 그러니까 는 보다 뒤늦게 도착한다. 서울 광나루역에 일종의 임시 직업 체험 부스를 구성하고 여기서 관객 각자가 지하철 택배의 미션, 곧 하나의 택배를 고객 한 명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공연은 진행된다. 의 이러한 미션을..
2020.07.27 -
[리뷰] 매일의 혁명을 기념하며,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매일의 혁명을 기념하며,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리뷰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글_장소현 가방 옆구리에 텀블러 하나를 욱여넣고, 영화관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잡아탔다. 영화관에 가는 건 대략 5개월 만인 것 같았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울적했는데, 그럼에도 무사히(?) 개막한 인디다큐페스티발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시간이 아슬아슬해 계단을 부리나케 뛰었더니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돋아났다.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쓰고, 이전과 달라진 상황들이 묘한 긴장감을 준다. 상영관 안에서는 커다란 화면이 조그만 의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나는 박경태 감독의 , 지가 베르토프의 , 카이두의 와 , 이화여자대학교 영화패 누에 NOUE의 와 을 관람했다. 크레딧이 올라갈..
2020.07.20 -
[리뷰] 키라라의 그냥하는 단독공연 Final : 거기에 무엇이 있길래
키라라의 그냥하는 단독공연 Final : 거기에 무엇이 있길래 키라라의 그냥하는 단독공연 Final @프리즘홀 글_김민수 딱 1년 전, 전자음악가 키라라가 트위터에 올렸던 글을 기억한다. 음악가가 잘 되기 위해선 공연이 아니라 유튜브의 영상 같은 콘텐츠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시작하는 글이었다. 공연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지금의 관객 수를 모은 것이 아닌 것 같다며, 공연 열심히 한 보상이라 생각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렇게 착각하기 쉬웠다고 고백하는 글이었다. 그녀는 어떤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거기엔 트랜스젠더로서 느끼는 디스포리아에 대한 고민도, 회사 없이 혼자 활동하는 독립음악가로서의 걱정도 섞여있었다. 그러고도 키라라는 이라는 이름의 자체 기획 공연을 20달 째 스..
2020.07.14 -
[리뷰] 나의 자판기에는 영웅이 산다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나의 자판기에는 영웅이 산다 리뷰 @스튜디오SK 글 유혜영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연극은 난세의 영웅들이 힘을 모아 ‘나’에게 자판기 밀크커피 한 모금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자판기 밀크커피는 지금을 사는 힘이자 또 다음을 살아갈 이유이기에, 동전 20원이 부족하다는 보잘 것 없지만, 치명적인 이유로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된 나는 그저 무한한 상념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가지고 있는 오만 원을 깰까도 생각했었는데, 밀크커피를 마시는 일종의 의례에도 적절한 맥락과 정서라는 것이 있어서 그냥 넣어두기로 했다. 그렇게 무작정 뻗어나간 오만 상념과 밀크커피에 대한 욕망이 장면이 되었다. 공연은 자판기와의 소극적인 사투로 시작한다. 동전을 넣을 때마다 바뀌는 디지털 숫자판을 무대 바닥에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
2020.06.11 -
[리뷰] 떠나지 않고 미쳐버린 <겉돌며 맴도는 회전으로서>
떠나지 않고 미쳐버린 리뷰 @삼일로창고극장 글_채 민 잠자리에 누웠는데 낮에 본 김은한의 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잊고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이불을 덮고 있어도 소름이 돋았다. 결국 일어나서 노트북을 켤 수밖에 없었다.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서늘한 이미지를 다른 의미로 치환해야 했다. 그래야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잠든 가운데 혼자 책상에 앉았다. 스탠드 대신 방 전체를 밝히는 불을 켰지만 오싹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아. 이게 밝기와는 관계가 없구나.’ 나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낮에 들었던 괴담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빈 무대 위에서, 밝은 조명 하나를 마주하고 선 김은한은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오만함에 대해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오만함은 ‘창작자가 연극으로 사람을 변화..
202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