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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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되는 오류, 관망의 자세_ 2021 인디포럼 기획전 <인디나우 2: 기억의 업데이트>
영화되는 오류, 관망의 자세 2021 인디포럼 기획전 리뷰 글_정혜진 *본 텍스트는 인디포럼 기획전 의 , , 을 중심으로 작성한 리뷰 기고글입니다. 스스로가 기억하는 하나의 사건을 먼지 한 올까지 묘사해 본다고 가정해 보자. 하나의 장면을 서술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장의 글을 쓸 수 있을까. 묘사는 소설이 되고, 그것은 이미 실체를 잊는다. 기억은 단기기억이 반복적으로 복기 되면서 장기기억화 되는 것을 일컫는다. 기억은 강렬할수록 반복되며, 반복될수록 오류를 범하고, 그렇기에 강렬한 기억일수록 온전하지 못하고 오류투성이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한다.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저장하고자 하는 열망, 강렬한 기억을 양분 삼은 형상을 기록하고 그것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욕구가 우리가 영화를 만드는 저변의..
2021.11.19 -
[리뷰] 맞아요, 축제예요 <우리가 모이면 축제다>
맞아요, 축제예요 리뷰 @신촌극장 김송요 공연을 보기 전 주말, 친구에게 곧 이 작품을 보러 간다고 말했다. “제목이 뭐였지? 뭔가… ‘아니다’였던 것 같은데”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왠지 너무나 합당한 기억의 왜곡 같아서다. “아닌 게 아니라, 인데!” 대답을 하고서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비로소 이 공연을 보러 가는 날에도 그 말이 두고두고 떠올랐다. 아니다, 가 아니라, 맞다, 축제다, 그런 제목이었지, 새삼스레 생각했다. 때로 부정문이 더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정확히는 그 편이 더 강력한 선언처럼 들릴 때가 있다. ‘그렇지 않아. 그거 아닌데? 그건 틀렸어. 그런 줄 알았지?’ 부정문은 왠지 유혹적이다.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항상 그렇진 않더라도) 듣는 쪽을 주춤하게 만들기도..
2021.11.09 -
[리뷰] 15분연극제 단상: 지역에서 지역으로 <제8회 15분연극제>
15분연극제 단상: 지역에서 지역으로 리뷰 김민관(과정 관찰자) 연극제를 기획, 총괄하는 권근영 PD에게서 ‘과정 관찰자’라는 호명을 받고, 결과에 해당하는 공연만을 보고 글을 쓰는 대신, 공연 전 과정을 살피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공연을 취소하고, 내부 촬영을 위한, 공연과 관객 없는 한 번의 공연으로 축제를 갈음하기로 결정되기까지는 예의 팬데믹 상황 속 신중함의 공적 태도가 작용했다. 그럼에도 공연 8팀과 진행팀, 공간 운영자들까지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에서 그 내부 인원은 외부를 고스란히 시뮬레이션했다. 사실 관객이란 존재를 상정하지 않는 연극은 없다. 동시에 공연을 둘러싼 이들―객석을 점유한 이들―은 언제나 관객일 수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1년의 15분 연극제는 해..
2021.09.24 -
[리뷰] ‘콜렉티브-되기’와 ‘계속 말하기’ _콜렉티브 꼼<공간자화 시리즈>
‘콜렉티브-되기’와 ‘계속 말하기’ 콜렉티브 꼼 글_임기택 작업자가 하나의 주제에 깊이 탐구하여 연작을 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공연 예술계에서는 피나 바우쉬의 나 안은미의 과 같이 기록적인 연작이 떠오른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하나의 작업에 매달리는 공연 예술의 특성상 이런 연작의 시도는 시각 예술이나 다른 장르에 비해 드문 것이 사실이다. 시대의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다채롭고 새로운 주제를 찾아 나서는 작업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들을 생산하고 더 많은 시각을 사회에 제공한다면 하나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가닿을 수 있는지 끈질기게 늘어지는 작업자들은 쉽게 완결되었다고 믿거나 합의해버린 이야기의 깊고 좁은 지점을 발굴해 내고야 만다. 이런 작업자와 작업은 드문 만큼 각각의 시도가 귀..
2021.09.06 -
[리뷰]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관람기 (상편)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관람기 (상편) 김민조 (프리랜서 비평가) 페미니즘 연극, 연대에서 연결로 2018년 연극계 미투 해시태그 운동의 해에 시작된 페미니즘 연극제가 어느덧 4회를 맞았다. 4년 동안 페미니즘 연극제를 둘러싼 한국 사회와 연극계의 지형은 숨가쁘게 바뀌어 왔다. 그 변화란 감히 페미니즘의 이름을 걸고 연극을 올리는 것이 점차 당연해져 가는 과정, 페미니즘 연극이 새로운 관극의 모드와 모럴을 갖춘 장르로서 정착되어가는 과정, 나아가 이 플랫폼이 배태시킨 양분이 연극제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이었다. 대학로의 한가운데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며(제1회) 호기롭게 시작했던 연극제는 관객과 연극인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더 많은 연대를 상상하는(제2회) 방향으로 확장해 나간 것이다. 그러나 지난 4..
2021.08.26 -
[리뷰]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 리뷰 : 비/인간의 윤리학을 탐사하기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 리뷰 : 비/인간의 윤리학을 탐사하기 갈피 * 제20회 서울변방연극제 프로그램 중 ‘〈Connections〉(장지아), 〈재주는 곰이 부리고〉(원의 안과 밖), 〈요정의 문제〉(이치하라 사토코 X 김보경), 〈재난일기_어느 연극제작자의 죽음〉(이하 〈재난일기〉)(홍사빈), 〈I'm the church〉(정세영),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거리두기' 효과 창출을 위한 연출과 연기술 연구 - 코로나 바이러스를 中心으로〉(이하 〈베르톨트...〉)(극단 성북동비둘기)’를 관람하고서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좌우로 늘어선 건물들이 오가는 이들을 향해 환하게 열려 있는 걸 볼 수 있다. 거기에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다. 매끈하고 건강한 얼굴들이 혹은 또렷한 글씨가 ..
2021.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