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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매일의 혁명을 기념하며,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매일의 혁명을 기념하며, 인디다큐페스티발2020 리뷰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글_장소현 가방 옆구리에 텀블러 하나를 욱여넣고, 영화관으로 가는 직행버스를 잡아탔다. 영화관에 가는 건 대략 5개월 만인 것 같았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걸 보면서 마음이 울적했는데, 그럼에도 무사히(?) 개막한 인디다큐페스티발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시간이 아슬아슬해 계단을 부리나케 뛰었더니 이마에서 땀이 송골송골 돋아났다. 체온을 재고, 문진표를 쓰고, 이전과 달라진 상황들이 묘한 긴장감을 준다. 상영관 안에서는 커다란 화면이 조그만 의자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나는 박경태 감독의 , 지가 베르토프의 , 카이두의 와 , 이화여자대학교 영화패 누에 NOUE의 와 을 관람했다. 크레딧이 올라갈..
2020.07.20 -
[리뷰] 키라라의 그냥하는 단독공연 Final : 거기에 무엇이 있길래
키라라의 그냥하는 단독공연 Final : 거기에 무엇이 있길래 키라라의 그냥하는 단독공연 Final @프리즘홀 글_김민수 딱 1년 전, 전자음악가 키라라가 트위터에 올렸던 글을 기억한다. 음악가가 잘 되기 위해선 공연이 아니라 유튜브의 영상 같은 콘텐츠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시작하는 글이었다. 공연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지금의 관객 수를 모은 것이 아닌 것 같다며, 공연 열심히 한 보상이라 생각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렇게 착각하기 쉬웠다고 고백하는 글이었다. 그녀는 어떤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거기엔 트랜스젠더로서 느끼는 디스포리아에 대한 고민도, 회사 없이 혼자 활동하는 독립음악가로서의 걱정도 섞여있었다. 그러고도 키라라는 이라는 이름의 자체 기획 공연을 20달 째 스..
2020.07.14 -
[리뷰] 나의 자판기에는 영웅이 산다 <무릎을긁었는데겨드랑이가따끔하여>
나의 자판기에는 영웅이 산다 리뷰 @스튜디오SK 글 유혜영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연극은 난세의 영웅들이 힘을 모아 ‘나’에게 자판기 밀크커피 한 모금을 전달하는 이야기다. 자판기 밀크커피는 지금을 사는 힘이자 또 다음을 살아갈 이유이기에, 동전 20원이 부족하다는 보잘 것 없지만, 치명적인 이유로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된 나는 그저 무한한 상념에 빠져든다. 처음에는 가지고 있는 오만 원을 깰까도 생각했었는데, 밀크커피를 마시는 일종의 의례에도 적절한 맥락과 정서라는 것이 있어서 그냥 넣어두기로 했다. 그렇게 무작정 뻗어나간 오만 상념과 밀크커피에 대한 욕망이 장면이 되었다. 공연은 자판기와의 소극적인 사투로 시작한다. 동전을 넣을 때마다 바뀌는 디지털 숫자판을 무대 바닥에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배우들의 ..
2020.06.11 -
[리뷰] 떠나지 않고 미쳐버린 <겉돌며 맴도는 회전으로서>
떠나지 않고 미쳐버린 리뷰 @삼일로창고극장 글_채 민 잠자리에 누웠는데 낮에 본 김은한의 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잊고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이불을 덮고 있어도 소름이 돋았다. 결국 일어나서 노트북을 켤 수밖에 없었다.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서늘한 이미지를 다른 의미로 치환해야 했다. 그래야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잠든 가운데 혼자 책상에 앉았다. 스탠드 대신 방 전체를 밝히는 불을 켰지만 오싹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아. 이게 밝기와는 관계가 없구나.’ 나는 포기하는 심정으로 낮에 들었던 괴담 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빈 무대 위에서, 밝은 조명 하나를 마주하고 선 김은한은 연극을 하는 사람들의 오만함에 대해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오만함은 ‘창작자가 연극으로 사람을 변화..
2020.05.20 -
[리뷰] 실패를 빙자한 모험의 기록 : 구루부 구루마의 집 가는 길
실패를 빙자한 모험의 기록 : 구루부 구루마의 집 가는 길 @ 경의선공유지-만유인력 김민수 퇴근 시간의 아현동,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많이도 지나가고 있다. 국제주의 양식의 묵직한 빌딩들 사이로 교통체증이 막 시작되는 저녁이었다. 어디선가 쿵짝거리는 음악이 나오고, 총천연색의 페인트가 오히려 남루한 느낌을 주는 수레를 발견한다. 수레에는 장국영 배우의 얼굴이 나온 포스터가 바람에 반쯤 접힌 채 붙어있다. 수레에서 나오는 음악에 맞춰 노란 헬멧에 빨간 바지를 입은 남자가 혼자 춤을 춘다. 이내 수레를 끌고 그는 행진을 이어간다. 팔을 들어 앞뒤로 흔든다. 그것은 춤 같기도, 어떤 투쟁 현장에서 구호를 외치며 앞으로 던지는 주먹 같기도 하다. 그의 옆에는 아무도 없다. 익명의 짧은 시선들만이 그를 지나친다...
2020.04.16 -
[리뷰] <Streaming Scenery> 빌린 풍경의 값
빌린 풍경의 값 'Streaming Scenery : 홀로 있는 시간들' 리뷰 글_김세현 나름대로 인상적인 공연은 많다. 세련된 전시도 적지 않다. 하지만 만큼 충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를 따라 한 시간 남짓 머무르는 공간은 어느덧 어떤 공간에서, 나만의 그리고 우리의 ‘그곳’이 되어간다. 때로는 가장 내밀한 침실이기도, 고요한 명상의 방이기도, 하릴없이 거니는 마당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가장 자유롭게 발을 구르며 춤을 추는 무대였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는 덧없이 흐르는 시간의 강물에 비친 내 모습을 불현듯 마주하게 되는 순간. 그리고 그런 순간이 조밀히 쌓여 일구어진 ‘홀로 있는 시간들’이다. 는 네 가지 경景, 차경借景, 장경場景, 자경自景, 취경聚景으로 엮어낸 무엇이다. 풍경을 바라본다는 점..
2020.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