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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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쏘아 올린 시간을 밟다 <올모스트 창천>
쏘아 올린 시간을 밟다 올모스트 창천 @신촌문화발전소 글_권혜린 올모스트, ‘거의’라는 말에 담긴 함의를 생각해 본다. 대부분에 해당하지만 모든 것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 그것은 달리 말하면 언제나 나머지와 여지를 잠재적으로 남겨 둔다는 뜻이기도 하다. 에서 올모스트 옆에 붙은 쉼표조차도 섣불리 마침표를 찍지 않는, 즉 섣불리 ‘모든 것’을 말하지 않는 여백처럼 보였다. 그 빈 곳에 연극에서 다루지 않은 현재와 미래까지 자유롭게 틈입할 수 있었다. 덧붙여 지극히 사적인 기억들까지도. 공동체 연극 프로젝트로서 ‘올모스트’ 시리즈는 석관, 상수, 문원(과천), 단원(안산)을 거쳐 3년 만에 으로 돌아왔다. 신촌을 배경으로 하여 프롤로그, 8개의 에피소드, 미들로그, 인터로그, 에필로그로 다채롭게 구성된 ..
2019.06.29 -
[리뷰] 다음, 공원 <신촌공원>
다음, 공원 쉐어 프로젝트 : 실험실 4호실 @서교예술실험센터 글·사진_이아 *이 글은 1990-2000년대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여성들의 보편적인 시대감성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 주를 일일이 달아놓는 대신 잘 모르는 용어는 독자분들이 직접 검색창을 이용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또한 본 작품 및 리뷰에서 소재로써 다뤄진 특정 팬덤문화에 대하여 필자는 어떠한 동의나 반대도 표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 그 때 그 시절 우리가 열렬히 사랑했던 남자'들'이 있다. 그런 그들을 가장 강렬히 환기시키는 매개체는 무대 위 명가사보다 지면 위 명대사 아니겠는가. 무대 위에서는 빛을 내며 우리를 웃게 한 한 편 지면 위에서 종종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울렸던, 돌덕질史 한 켠 한 쌍의 커플을 한 줄의 문장으로 ..
2019.06.29 -
[리뷰] 문학이라는 실재 <ringringring 반지가락지고리>
문학이라는 실재 @플랫폼 팜파 글_김민관 Intro: 퍼포먼스로부터 수렴되는 전시에 대한 기록 작업은 퍼포먼스에 대한 기록으로, 전시 중에 두 번 열린 퍼포먼스 중 마지막 퍼포먼스를 말한다. 하지만 이는 전시의 예외적 사건으로 의미를 두어 전시와 별도로 기록하고자 함은 아니다. 1층만의 평소 전시가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지 않았다는 것 역시 불충분한 설명인데, 3층까지의 퍼포먼스가 1층 전시장을 흐름상에서 포함하고 활용하되 사실 그 속의 오브제들을 일종의 의미 없는 사물로 의미화시켜 사실상 전시를 불완전하게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곧 퍼포먼스는 전시를 ‘무관심하게’ 수용했다. 그리고 이는 볼 수 없는 전시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이 전시는 사실 퍼포먼스가 시작하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 어떤 배..
2019.06.18 -
[리뷰] 퀴어연극제 <CAPA CITY> 과거와 함께
과거와 함께 춤을 @퀴어연극제 글_권혜린 제4회 퀴어연극제의 4월 작품인 는 SF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의 전쟁 상황에서 초능력자들이 처한 위기를 재기발랄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퀴어연극제는 모든 작품을 매달, 매회 참여자가 직접 창작‧제작‧공연하는 야심 찬 연극제로서 높은 능동성을 전제로 하는 만큼 배우들의 열정과 기대와 긴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한 시간 남짓 하는 짧은 공연이었지만 경쾌한 춤과 밝은 분위기가 어두울 것으로 예상했던 공연의 이미지를 반전시켰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공포의 대상이 현재의 전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과거의 트라우마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장소뿐만 아니라 시간에도 집중하고 있다. 마지막에 과거와 화해하는 듯한 모습은 공연을 보고 난 뒤에 인물들처럼 시간 여행을 하면서..
2019.05.09 -
[리뷰] 《박원순 개인전》"‘박원순’이라는 호명의 효과!?"
‘박원순’이라는 호명의 효과!? 《박원순 개인전》 @상업화랑 글_김민관 명명과 재명명을 통해 은폐 전략 아마 이 전시의 운명은 작가가 없는 전시로 종결될 것이었다. ‘박원순’은 여기서 호명되고 있는 반면, 그는 필시 응답하지 않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여기서 박원순이란 이름은 (그와 거리를 두는) 비판적 재전유(*1)의 이름이며, 그가 이곳에 옴으로써 완성시키는 전시란 자신과의 간극을 그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원순이란 이름은 이전이라면 ‘박근혜’가 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 이전에는 ‘이명박’이. 사실 그런 자리의 이름인 것이다. 어쩌면 그런 자리의 이름이 예술의 영토 안에서 호명될 수 있다는 것이 박원순의 서울시, 그리고 나아가 문재인 정부의 표현의 자율성을 담보하는 현재 상황을 전..
2019.04.07 -
[리뷰] 고 김용균님 추모 앨범 ‘몸의 중심’
스스로 흐르는 노래들고 김용균님 추모 앨범 ‘몸의 중심’ 글_ 예쁜사람 소리가 될 생각이 없는 노래가 있다면 이 음반의 노래들이 그럴 것이다. 이 노래들은 사람들에게로 퍼질 생각이 있나? 아닌 것 같다. 들려주기 위해,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있는 노래들도 아니다. 이 노래들을 다른 노래들처럼 소비하기는 어려웠다. 이 음반 속 노래들은 내가 귀에 계속 넣는 소리들로서는 부적절하다. 원래는 노래가 아닌 것이 노래된 것 같기도 하다. 재생된다는 상태는 이 노래들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죽음 가까이에 모인 노래들, 한 사람의 부재 곁에 모인 노래들이여서일까? 이 노래들이 들려진 뒤를 이야기하는 이 글은 꽤나 횡설수설할 것이다. 이 노래들은 뭐길래, 이 노래들은 어떻게 되기 위해서 나를 둘러 서있나? 아니, ..
2019.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