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9)
-
[리뷰] 정물화, 우리의 기억의 습작 <정물화>
제12언어스튜디오 정물화, 우리의 기억의 습작 유미리 작/ 성기웅 연출 글_김송요 수채화를 그릴 때 제일 좋아하던 것은 붓자국이었다. 물을 많이 타서 배경을 투명하게 비치도록 붓질을 하다 보면, 그 붓질의 종점에 물이 둥글게 맺혀 자국으로 남는다. 그 흔적이 가장 특별해지는 것이 수채 정물화를 그릴 때다. 정물화가 창의성을 요구하는 그림은 아닐지언정 수채물감으로 그것을 칠하고 나면, 원래 정물의 질감과는 별개로 만들어지는 물맛이라고 할까, 무언가 새로운 운치가 풍겨 나오는 것이다. 석고상부터 과자 봉지하며 콜라병까지, 그 무엇을 그려도 물비린내가 정물의 위를 덮고는 했다. 그러고 보니, 누가 그려도 마찬가지였던 그 윤색된 세계와 조우한 것도 고등학생 시절이 마지막이다. 이 연극은 다. 는 암전 상태에서 ..
2012.10.23 -
[인디언밥 10월 레터] 예술가의 육체
예술가의 육체 눈 수술을 했습니다. 저 좋자고, 잘 보이자고 한 다분히 사치스런 수술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눈이 나쁜 것도 몸이 아픈 것이니 얼마만큼은 아픈 소리를 내봐도 되겠는지요. 실제로 각막이 덜 붙었다 벗겨져내려 생고생을 하기도 했고, 시력이 한참 덜 회복된 채로 컴퓨터를 붙들고 작업을 해야 했던 것도 모자라, 매일 밤 극장에 가서 자막 오퍼를 겸해야 했던 날들이었습니다. 덕분에 몸소 체득한 사실이 있었지요. 눈이 아프고, 앞이 잘 안 보이고, 심지어 자막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 관객이 한 명도 없을지라도 매일 밤 예술을 보조하는 지극히 미미한 임무를 제가 기꺼이 감당했던 것처럼,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날마다 자신의 육체를 기꺼이 내어주며 살아가고, 또는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 실제로 극장의 조명 기술..
2012.10.16 -
[청춘의 단상들] 바삭바삭 #3 "예술가의 몸"
그림+글_ 쟝고 소개_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무당벌레. 눈에서 불똥 튀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일을 하고싶다.
2012.10.12 -
[리뷰] 이이언(eAeon) 첫번째 단독 공연 <GUILT-FREE>
MOT의 "이상한 계절" 이후 5년.. 솔로 앨범과 10월에 발표되는 새 앨범(EP) 수록곡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 이이언(eAeon) 첫번째 단독 공연 글_나그네 올해 초 솔로로서는 처음 선보이는 1집 앨범을 내놓은 후 이런저런 공연 활동을 해 오던 이이언(eAeon). 앨범이 나온 후 거의 반 년이 넘게 지난 지금, 드디어 단독콘서트를 세상에 선보였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손에 꼽을 수 없을만큼 많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 누구냐'고 물으면 주저없이 '이이언'과 '김윤아'를 꼽곤 한다.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이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가사는 듣는 이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노래의 선율은 그 가사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비단길 같다...
2012.10.10 -
[리뷰] 2012 서울 똥꼬 비엔날레 - 참 잘했어요!!
참 잘했어요!! - 2012 서울똥꼬비엔날레 글_성지은 한국의 짝수년도 가을은 비엔날레의 계절이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이렇게 비엔날레를 따라가다 보면 여느 트로트 가사에서처럼 전국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서울에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 대구에는 대구 사진비엔날레, 부산 비엔날레, 그리고 대전 대신 광주 비엔날레. 이 적은 땅 덩어리에 무슨 비엔날레가 그리 많은지, 비엔날레를 꼭 봐야 (다른 사람과 대화가) 된다는 미술계 종사자들에게 가을은 비엔날레 때문에 버거운 날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시간을 내야하고 또 돈을 들여야 하니 말이다. 비엔날레 관련 한겨레 기사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553823.html) 이처럼 어느새..
2012.10.08 -
[리뷰] 메타모포시스 <광염소나타>구원 없는 세상, 지루해지지 않기 위하여
메타모포시스 구원 없는 세상, 지루해지지 않기 위하여 글_정진삼 1. 무엇을/누구를 볼 것인가 천재 음악가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김동인의 가 연극으로 변신했다. 1930년대의 소설-시공간이 2010년대의 연극-시공간으로 넘어오면서, 내용과 형식뿐만 아니라 의미까지도 ‘트랜스폼(transform)’ 했다. 음악/소설의 무용/연극화라는 도전적인 ‘컨셉’ 을 제시한 이들은 무늬만 입체가 아닌, 속속들이 입체적인 장면으로 ‘차원 확장’ 을 도모한 것이다. 소극장 예의 반원형 무대는 설치미술을 방불케 하는 세트가 채우고 있다. 육중함이 느껴지는 철제 사각형 공간은 '무대 위 무대' 로 기능한다. 각각의 면은 마치 하나의 건반처럼 바닥에 눕혀져 상하로 움직인다. (건반 무대가 주저앉을 때 '쿵' 하는 굉음은 관객을 ..
201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