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9)
-
[인디언밥 7월 레터] 축제 1
축제 1 - 축제의 축제성 러시아의 문학이론가 바흐친에 따르면, 중세나 르네상스의 카니발은 엄숙한 지배 문화를 유쾌하게 희화화하여 전복적인 파괴 및 창조적인 생성 양자를 풍성하게 발생시켰던 민중들의 축제였습니다. 애초에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제 역시, 풍요로운 수확을 기리며 자유와 도취에 열광하던 농부들의 축제였고요. 생명력, 피, 포도주, 정액 등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는 누구보다 그들 민중에, 땅에 가까운 신이었습니다. 에우리피데스의 에서 여인들은 산 제물을 갈기갈기 잘라 날로 먹는 행위를 통해 신과의 합일을 꾀하고 오랜 억압과 금기로부터 해방됨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비극의 원형인 디티람보스는 희생 제물을 바치는 순간, 집단적인 엑스터시를 강화하기 위해 추는 윤무였고요. 헌데 그랬던 축제는 기..
2012.07.06 -
[공간리뷰] 야구장에서 극장을 생각해보다
잠실야구장 LG vs 롯데 / 롯데 vs LG 야구장에서 극장을 생각해보다 리경 6월 23일 잠실 야구경기장을 찾았습니다. LG와 롯데, 아 아니 롯데 팬들이 있으니 롯데와 LG 아 아니 LG와 롯... 에, 아무튼 이 두 팀 경기가 있는 날이었어요. 나는 몇 번 LG를 응원하며 야구장에서 데이트를 해 본 적이 있었으나 롯데의 응원이 재밌다는 말이 자자하여 이 날은 롯데 쪽에 앉아볼 요량이었습니다. 특정 야구팀에 대한 지지도가 강하지 않기에 가능이나 한 생각이었겠지요. 어쨌든 이 날은 들어간 입구나 발견한 자리가 롯데 쪽이 되어, 나는 그날 롯데 팬이 되었습니다. 그날의 무대, 즉 경기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야구 중계에 맡기기로 하고, 나는 관객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야구장은 원형경기장..
2012.07.05 -
[리뷰]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 몸, 빛, 망치의 관계
2012 제7회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몸, 빛, 망치의 관계 , 김해진 극장에 들어서면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하얀 빛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관객들을 바라본다. 조명등이다. 보통은 무대를 향해 있는 조명기들이 이번엔 객석을 향해 있다. 안개가 가득한 곳에 우주선이라도 착륙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광원과 마주보았다가 눈이 부시면 고개를 돌렸다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가 하면서 기다린다. 뭘 기다리지? 습관처럼 무대에서 누군가 움직이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곧 움직이는 건 빛의 입자, 빛의 공기이다. 공간을 채우고 있던 스모그가 다른 빛깔로 물든다. 빨갛게 노랗게 또 초록빛으로. 기찻길 앞에서 신호등을 바라보는 심정이 된다. 그런데 그게 아주 느릿한 그림이다. 빛은 천천히 변화한다. 빛이 극장의 왼편 ..
2012.06.22 -
[프리뷰] 야구 연극 : 정의신의 <겨울 선인장>
뜬금프리뷰(freeview) 재일교포극작가 정의신의 야구와 연극 글_정진삼 ▲영화 의 한 장면 1. 야구와 연극이라니, 뜬금없습니다. 뜬금없다는 것은 갑작스럽고 엉뚱하다는 말이지요. 연극을 이야기하는 판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야구’ 라서 그런가요. 급하게 둘의 공통점을 찾아봅니다. ‘ㅇㄱ’ 이라는 자음을 갖고 있다는 거. 프로야구와 대학로 연극, 둘다 월요일 날 쉰다는 거. 그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으니 둘은 그리 친하지 않나 봅니다. 그나마 야구를 소재로 한 연극이 있으니 여기서 시작하면 되겠네요. 뜬금없는 주제로 출발했지만, 뜬금없는 프리뷰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플레이 볼. 2. 야구연극을 이야기한다곤 했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야구연극은 딱 두 편뿐입니다. 극단 드림플..
2012.06.18 -
[예술가엄마의 육아일기] 유하 (流河, 흐르는 강물처럼)
유하 (流河, 흐르는 강물처럼) 글_김지인 그랬다. 결혼은 서른 넘어서 할 거라고. 그랬다.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고 여행을 다니며 살 거라고. 그러나 내 나이 서른 둘, 벌써 내 앞엔 4개월이 된 아들이 잠을 자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갖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남편과 함께 평생 여행만 하면서 살 거라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힘주어 말했고, 비슷한 해에 결혼한 친구들이 아이를 낳았을 때도 곧 아이에게 발이 묶일 그들의 인생이 조금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연출가 레프 도진의 작품 배우들과 결혼한 지 3년쯤 되던 어느 날, 친한 언니의 남편이 출연한 공연을 보러 갔다가 공연장에 함께 나온 언니와 그 아들을 보게 되었다. 엄마를 보며 쌩긋쌩긋..
2012.06.18 -
[인디언밥 6월 레터] 야구와 연극
야구와 연극 가령 이런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순간, 타자는 심호흡을 가다듬고 어깨 너머 배트로 리듬을 타기 시작하고, 수비수들과 주자들은 두 다리 가득 무게를 실어 다음 순간의 재빠른 동작을 준비하며, 마침내 공기 중에 팽배한 에너지를 끌어올려, 이어지는 투수의 와인드업. 뜨거운 한낮의 태양 아래서나 짙게 드리운 석양 아래서 또는 눈부신 밤의 조명 아래서, 관중들이 일제히 숨을 죽이고, 손에 땀을 쥐며, 또 누군가는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장면. 그 몸들의 긴장, 숨 막히게 아름다운 한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이 매일 저녁마다 끝없이 되풀이된다는 사실. 그런데 또 여기에 더해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만일 그 순간 갑자기 포수와 타자가 벌떡 일어나 장비들을 던지고 함께 탱고를..
2012.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