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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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 몸, 빛, 망치의 관계
2012 제7회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몸, 빛, 망치의 관계 , 김해진 극장에 들어서면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하얀 빛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관객들을 바라본다. 조명등이다. 보통은 무대를 향해 있는 조명기들이 이번엔 객석을 향해 있다. 안개가 가득한 곳에 우주선이라도 착륙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광원과 마주보았다가 눈이 부시면 고개를 돌렸다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가 하면서 기다린다. 뭘 기다리지? 습관처럼 무대에서 누군가 움직이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곧 움직이는 건 빛의 입자, 빛의 공기이다. 공간을 채우고 있던 스모그가 다른 빛깔로 물든다. 빨갛게 노랗게 또 초록빛으로. 기찻길 앞에서 신호등을 바라보는 심정이 된다. 그런데 그게 아주 느릿한 그림이다. 빛은 천천히 변화한다. 빛이 극장의 왼편 ..
2012.06.22 -
[프리뷰] 야구 연극 : 정의신의 <겨울 선인장>
뜬금프리뷰(freeview) 재일교포극작가 정의신의 야구와 연극 글_정진삼 ▲영화 의 한 장면 1. 야구와 연극이라니, 뜬금없습니다. 뜬금없다는 것은 갑작스럽고 엉뚱하다는 말이지요. 연극을 이야기하는 판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야구’ 라서 그런가요. 급하게 둘의 공통점을 찾아봅니다. ‘ㅇㄱ’ 이라는 자음을 갖고 있다는 거. 프로야구와 대학로 연극, 둘다 월요일 날 쉰다는 거. 그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게 없으니 둘은 그리 친하지 않나 봅니다. 그나마 야구를 소재로 한 연극이 있으니 여기서 시작하면 되겠네요. 뜬금없는 주제로 출발했지만, 뜬금없는 프리뷰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플레이 볼. 2. 야구연극을 이야기한다곤 했지만, 아는 범위 내에서 야구연극은 딱 두 편뿐입니다. 극단 드림플..
2012.06.18 -
[예술가엄마의 육아일기] 유하 (流河, 흐르는 강물처럼)
유하 (流河, 흐르는 강물처럼) 글_김지인 그랬다. 결혼은 서른 넘어서 할 거라고. 그랬다.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고 여행을 다니며 살 거라고. 그러나 내 나이 서른 둘, 벌써 내 앞엔 4개월이 된 아들이 잠을 자고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갖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남편과 함께 평생 여행만 하면서 살 거라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힘주어 말했고, 비슷한 해에 결혼한 친구들이 아이를 낳았을 때도 곧 아이에게 발이 묶일 그들의 인생이 조금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연출가 레프 도진의 작품 배우들과 결혼한 지 3년쯤 되던 어느 날, 친한 언니의 남편이 출연한 공연을 보러 갔다가 공연장에 함께 나온 언니와 그 아들을 보게 되었다. 엄마를 보며 쌩긋쌩긋..
2012.06.18 -
[인디언밥 6월 레터] 야구와 연극
야구와 연극 가령 이런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경기의 흐름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순간, 타자는 심호흡을 가다듬고 어깨 너머 배트로 리듬을 타기 시작하고, 수비수들과 주자들은 두 다리 가득 무게를 실어 다음 순간의 재빠른 동작을 준비하며, 마침내 공기 중에 팽배한 에너지를 끌어올려, 이어지는 투수의 와인드업. 뜨거운 한낮의 태양 아래서나 짙게 드리운 석양 아래서 또는 눈부신 밤의 조명 아래서, 관중들이 일제히 숨을 죽이고, 손에 땀을 쥐며, 또 누군가는 목청껏 소리를 지르는 장면. 그 몸들의 긴장, 숨 막히게 아름다운 한 순간. 그리고 그 순간이 매일 저녁마다 끝없이 되풀이된다는 사실. 그런데 또 여기에 더해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만일 그 순간 갑자기 포수와 타자가 벌떡 일어나 장비들을 던지고 함께 탱고를..
2012.06.10 -
[리뷰] 제6회 서울재즈페스티벌 - 완벽한 주말
완벽한 주말 제 6회 서울재즈페스티벌 글_반디 햇빛도 찬란한 5월 중순, 저는 그간 하던 일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시 백수가 된 것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음악과 자연과 자유가 함께한 주말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찾은 곳은 서울재즈페스티벌이었습니다. 다소 비싼 표 값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라인업과 완벽한 날씨 덕분인지 페스티벌이 열렸던 올림픽공원을 찾은 관중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사전구매로 조금 저렴한 양일권을 사 둔지라 비교적 부담 없이 이틀간의 축제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었습니다. 19일: 이곳이 천국인가? 1. 고상지 & 최고은 19일의 첫 공연은 수변공원에 꾸려진 Spring Garden에서 보았습니다. 호수를 등지고 세팅된 아담한 무대는 제천의 호반무대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적당한 나무그늘..
2012.06.05 -
[공간리뷰] 일상지하(日常地下), 일상지하(日常之下) - 극단 성북동비둘기
일상지하(日常地下), 일상지하(日常之下) 성북동비둘기 연극실험실 일상지하 공간리뷰 글_지혜로운 늑대의 전사 카페 일상의 지하에 위치한 실험극장 일상은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연습장이자 공연장으로 활용되지만 사실은 키 낮은 콘크리트 천장과 기둥, 시멘트 바닥이 그대로 노출된 지하실에 가깝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고 좌석 역시 배치되지 않았으며 천장에는 그 흔한 조명기구 하나 찾을 수 없으니 지하에 위치한 소극장이 아니라 그냥 지하실인 것이다. (김기란, “작은 공연, 힘찬 걸음”, 계간 연극평론 39호 中에서) 2011년 가을 공연된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에서 마담은 위 대목을 인용하며 조소를 금치 못한다. (이 공연에서 ‘하녀’는 ‘연극’으로 치환되었다) ‘지하에 위치한 소극장이 아닌 그냥 지하실.’ 그것..
201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