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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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10월 레터] 우연하게 만나는 우연 아닌 것들
우연하게 만나는 우연 아닌 것들 10월 초부터 달 중순경 열릴 축제 생각을 했습니다. 청년예술가창의주라는 이름으로 중국 각지 및 해외의 젊은 예술가의 새 작업을 볼 수 있는 독립예술축제가 개최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즌 열리는 상하이국제예술제가 비교적 상업성이 강한 대규모 공연을 포함하는 축제라면, 청년예술가창의주는 프린지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기간에 수향마을 우전에서 우전연극제도 볼 수 있지만, 티켓 가격대도 더 높고 해외 초청작의 비중이 큰 연극제는 그 뿌리를 공유하는 베이징프린지페스티벌과는 이미 사뭇 다른 규모와 성격의 행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역시 매력적인 축제임은 분명하지만 '독립예술축제'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건 청년예술가창의주라는 것이지요. 축제가 가까워지면서 행사가 열..
2018.10.27 -
[인디언밥 9월 레터] 쌓인 것들, 쌓을 것들
쌓인 것들, 쌓을 것들 9월의 시작은 가오슝에서 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도 계획도 없이 가선 걸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가오슝시립미술관, 가오슝시네마테크, 가오슝문학의집, 보얼예술지구를 들르고 지역의 독립서점 여러 군데에 갔어요. 우리가 서울에 모든 것이 편중되어 있다고 느끼듯 대만 사람들도 타이베이와 다른 지역의 문화적 불균형을 지적하고는 합니다. 그럼에도 가오슝은 지역 문화예술이 활발히 생동하는 곳이어서 이곳만의 값진 것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물론 그것이 타이베이가 가진 문화적 어드밴티지를 완전히 상쇄할 수 있거나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도의 흉내, 재연, 아류거나 원로 예술인들의 헌정무대로서가 아닌 지역예술, 현지에서 활동하는 젊은 기획자, 작가, 관객, ..
2018.10.07 -
[인디언밥 8월 레터] 여기저기에서 본 것들
여기저기에서 본 것들 팔월에는 마음 먹은 대로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에 참여했습니다. 정동진이 올해로 20회, 프린지가 올해로 21회를 맞았으니 둘은 또래인 셈입니다. 독립예술이, 지역축제가 왕성하게 생겨나던 시기 만들어져 스무 번의 여름을 함께한 두 축제가 반갑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합니다. 정동진에서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스크린 너머로 기차가 지나가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 저편에선 바다 냄새가, 이편에선 쑥불 냄새가 나는 정동초등학교 교정에서 보내는 여름밤은 새로워도 익숙해도 좋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와중 정동진에도 열대야가 찾아올까 걱정이 컸지만, 저녁이 되자 기적적으로 날씨가 선선해졌습니다. 에어스크린을 철수해야 하는 월요일 새벽 큰 비가..
2018.09.10 -
[인디언밥 7월 레터] 먼 곳이라는 말
먼 곳이라는 말 8월에는 정동진독립영화제와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이 있어 마음이 미리부터 들떴습니다. 그 전에 중국 시닝에서 열리는 퍼스트국제청년영화제에도 가기로 마음을 먹었던 차여서 긴 동선을 짰습니다. 지내고 있는 상하이에서 서른 시간 넘게 기차를 타야 갈 수 있는 시닝으로, 또 집에 가기 전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홍콩으로 건너 건너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티벳고원을 품고 있는 칭하이성의 성도 시닝에서 열리는 퍼스트국제청년영화제는 젊은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상영합니다. 자연스레 중국 국내와 해외의 독립영화를 다수 접할 수 있는 장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전 정보도 없이 SNS 공식채널을 팔로우해두고 영화제가 언제 열리는지, 티켓팅이 언제 시작되는지 딱 두 가지 정보만 알아둔 채로 기차표를 사고 숙소를 구하고 ..
2018.08.05 -
[인디언밥 6월 레터] 여름에 본 영화
여름에 본 영화 6월 중 열흘가량 열린 상하이국제영화제에 가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상하이 곳곳 수십 군데의 극장에서 여러 국가에서 온, 신인부터 중견 감독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만든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저는 총 네 곳의 극장에서 와 4K 리마스터링 이렇게 여섯 편을 보았어요. 직접 예매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표를 사기도 하고, 친구가 예매했다가 가지 못하게 되어 넘겨준 표를 받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여성 감독의 신작 세 편, 일본 영화 두 편, 기존작 리마스터링 상영 한 편을 보게 되었지요. 는 전통적인 형식의 중매결혼으로 인해 독일로 이주하게 된 이란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영화는 언어의 장벽, 문화의 차이, (가깝고 먼) 관계의 부재로 인해 흔들리고 충돌하는 인물을 가..
2018.07.02 -
[인디언밥 5월 레터] 5월에 축제
오월에 축제 축제가 좋아요. 이 기간만 되면은 새삼스럽게 그래요. 5월의 달력을 보면서 안산국제거리극축제와 춘천마임축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갈 수 없다는 걸 생각하고 아쉬웠어요. 저는 오월의 세 군데 축제에서 모두 자원활동을 했어요. 이미 오래전 일이 된 첫 기억인데도, 이 계절만 되면은 바로 그 기억이 제게 꼭 거기 있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요. 그중에서도 월초에 있는 안산을 맨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었어요. 안산은 축제 기간이 아닐 때의 안산과 여전히 닮은 데가 있어서, 오히려 그것이 매력이 되는 것 같아요. 번화가의 대로답게 아주 친숙한 사람들과 꽤나 낯선 사람들이 뒤섞여 있고, 위성도시답게 가족, 친구, 연인 같은 여러 분류의 사람들이 나란히 축제를 찾고, 그래서 산책 나온 개와 유..
2018.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