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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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범생들>, 그러나 완성될 수 없는 '모범생들'
사진 | 빵과물고기 제공 개인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은 고3시절이다. 평준화가 되지 않은 지역에서의 입시는 이미 고등학교 입학부터 시작되며, 그로 인한 유언비어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는 친구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모르는 척 문제를 풀어달라고 한다더라. 등-에 우리는 꽤 일찍부터 시달려야했다. 선택하는 주체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는 긍정적 변명을 등에 업고, 우리는 가능한 괜찮은 ‘끼리끼리’에 속하기 위해 애쓴 것이었다. 그럼에도 난 그 시절이 그립다. 나는 이해찬1세대이다. (아닌 세대가 어디 있겠냐마는)왈가왈부 속에서 주체성은 잃은 채 시달려야했던 지금의 02학번들은 공교육이 지향하던 자율적 공부의 모델로 특기적성교육을 받았고, 결국 ‘머리 나쁜 애들’로 전락했다. 보다 나은 그룹에 속하고..
2009.04.20 -
딩딩하지 않은 동동한 Ding's Project 전시
홍대 곳곳을 비집고 소규모 동아리들의 연합하여 만든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 개념의 0008회 딩전시회, 「디자인운동 수작」이 얼마 전에 열렸었다. ‘살롱 바다비’, ‘요기가’, ‘소굴’ 등의 십 수 군데의 전시장에서 열렸지만, 웹상에서 미리 정보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 가능성이 다분히 컸다. 단국대학교의 Dankook과 진행형의 ing를 결합한 이름은 디자인 design과 진행형 ing의 의미를 갖고 운동의 개념을 획득한다. 거기에 ‘수작’이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이 전시회가 하나의 개념적인 부분을 가지고 그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실행의 프로세스를 거치는 프로젝트로 읽힐 수 있음을 뜻한다. 디자인을 모토로 영상, 애니메이션 등에 걸쳐 디자인의 여러 분야가 하나의 생..
2009.04.20 -
[가상리뷰] <연극- 개와 인간> "휴머니스트와 도그니스트의 만남"
글_조원석 예술인 연구소에서 연극 한편이 오른다. 예술인 연구소는 종로6가와 종로7가가 만나는 사거리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하얀색 타일의 2층 건물이다. 건물 입구 왼쪽에 신문지 한 장이 붙어 있다. 형광색 동그라미가 군데군데 신문지에 그려져 있고 그 동그라미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다. 나는 모여 있는 사람들 틈에 나를 끼우고 신문을 훑는다. ‘헛간’, ‘불’, ‘개 두 마리’, ‘의리의 견공’, ‘구조’, ‘살신성인’, ‘각박한 사회’, ‘교훈’, ‘시비’, ‘말다툼’, ‘홧김’, ‘살인’, ‘돈’, ‘이웃 간의 정’, ‘두 남자’, ‘오랜 친구 사이’, ‘폭행’, ‘사기’, ‘교훈’, 신문지 밑에 신문지 너비만 한 길이의 띠종이가 연극 제목과 더불어 짧은 언급을 하고 있다. ‘개..
2009.04.19 -
[리뷰] 자주 만나고 싶은 도둑 - 유홍영 고재경의 「두 도둑 이야기」
자주 만나고 싶은 도둑 - 유홍영 고재경의 「두 도둑 이야기」 김해진 조회수 211 / 2009.01.10 유홍영, 고재경의 그러니까 작년이다. ‘2007한국마임’에서 유홍영을 보았을 때, 아르코예술극장 기획공연 ‘몸짓콘서트’에서 고재경을 보았을 때, 그들은 명랑하면서도 슬펐다. 엉거주춤한 뒷모습을 보이고 서서 기다란 휴지를 슬슬 꺼내놓던 유홍영과 가곡 이 들리던 가운데 내리 달리던 고재경의 모습이 퍼뜩 떠오른다. 아, 지워지지 않았구나.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 겨울 관객의 어느 구석으로부터 그 몸들이 떠올랐다. 그런데 몸들은 부스럭부스럭 검은 옷으로 갈아입더니 금고가 있는 집을 털러 나선다. 경기가 너무 안 좋은 이 때, 저런 사람 많겠지. 괜스레 극장 밖 생각에 발동이 걸리려는 찰나, 사람들이 일제..
2009.04.10 -
살아있는 시간과 공간-'난 사랑할 수 없어!'
살아있는 시간과 공간-'난 사랑할 수 없어!' 조원석 조회수 557 / 2008.12.18 “난 사랑할 수 없어!”의 리뷰 - 살아있는 시간과 공간 강화정씨가 연출한 공연을 보고 논리적으로 리뷰를 쓴다는 것이 가능할까? 단순히 공연에 대한 묘사만으로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연의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공연에 대한 이런 묘사를 해보자. (사건은 있는데 줄거리가 없어요. 대사는 있는데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되지는 않아요. 가끔 무전기에다 뭐라고 하는데 그 무전을 받는 사람은 없어요. 일곱 명의 배우들이 나와요. 전설의 무사, 애증의 여인, 괴팍한 우주의 존재, 이상한 얼굴의 여자, 가수. 그리고 연극 바깥에서 또는 안에서 설치미술을 하는 사람. 그리고 팸플릿에도 나오지 않는 여자. 이렇게..
2009.04.10 -
인형이 된 여자-유압진동기
인형이 된 여자-유압진동기 조원석 조회수 402 / 2008.11.26 정금형씨의 연출, ‘유압진동기’는 아리송하다. 연극인지 다큐멘터리인지, 우연인지 의도인지 모호하다. 정금형씨는 과거 자신이 했던 공연들의 영상을 보여준다.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연 영상 사이에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 끼어들어 이야기의 구조를 튼튼히 해준다. 이 일상을 담은 영상에는 의도된 영상도 의도하지 않은 영상도 있다. 해변의 굴삭기와 누워있는 여인의 모래조각과 그 해변에서 모래조각처럼 누드로 눕는 정금형씨의 모습은 의도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굴삭기 운전기능사 자격증을 따내는 과정을 담은 영상과 자신이 했던 공연의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이다. 굴삭기 면허증을 따기 위해 ‘유압진동기’를 계획한 것이..
200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