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enbob(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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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봄작가 겨울무대> "성감대만 빼고 몸을 만지면서..몸을 알았다고?"
연극을 닮은 공연, 자기를 닮은 공연 ‘봄작가 겨울무대’의 8편 공연 중에 네 편을 보았다. 두 편은 볼 만 했고 두 편은 보기 힘들었다. 볼 만한 두 편은 일종의 '슬픈 코메디‘였고, 나머지 두 편은 내 표현으로 ’순정파 이야기‘였다. 어떤 것이 볼 만 했건, 어떤 것이 시간을 견디기 힘들었건을 떠나 나는 네 편 모두가 실패한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작품이 분명히 감동을 목표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편도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공연은 비교적 감각적이고, 멀티미디어를 쓰고, 묘한 선을 넘어서 관객을 긴장시키거나 웃기거나 한다. 또 어떤 공연은 설명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순정파 이야기에다가 상황연구 안 된 관념어가 줄줄 나열된다. 이 공연들은 각각의 작가와 연출가가, 연극이란 장르를 ..
2009.12.14 -
[리뷰] 온앤오프 무용단의 <바다는 없다>
그 날은 다른 날들보다 더 추웠다. 나는 그곳에서 아는 사람을 둘 만났다. 공연 전, 셋은 밖으로 나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대화를 나누었다. 장갑을 낀 사람은 손이 덜 시렸을 것이고, 장갑을 끼지 않은 사람은 그날이 다른 날들보다 더 추웠다고 기억할 것이다. 셋은 서로 멀지 않은 좌석에 앉았고, 곧 각각의 개인이 되었다. 어두침침한 조명, 앙상한 나뭇가지, 버려진 소파, 여기저기 쌓여있는 텔레비전, 검정 막 뒤로 뿌연 스크린, 쓰레기더미 혹은 그렇게 보이는 뒤엉킨 무언가. 무대 위엔 갖가지 사물들이 강렬하고도 산발적으로 섞여있었다. 무용수가 그 어지러운 공간을 깨고 어떻게 등장할 것인지에 대해 몇 가지 예상을 했지만, 공연이 시작 되었을 때 내 예상은 모두 빗나갔음을 알 수 있었다. 곳곳에 스며있..
2009.12.13 -
[리뷰] <바케레타> "연극(drama)을 연극(performance)하는 연극인(player)의 연극(演劇)"
연극(drama)을 연극(performance)하는 연극인(player)의 연극(演劇) "세상으로 향하는 우리들에게" 세상으로 향하는 너희들에게. 말을 낮춤을 용서해다오. 교복을 입고 객석을 메웠던 너희들의 분주한 생기가 기억에서 가시지 않는구나. 이 연극을 제일 ‘잘’ 보았던 너희들에게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냐만, 극장 문을 나서는 얼굴에 궁금함이 서려있어 뭔가 대답을 해주고 싶어 말을 건넨다. 살짝 엿듣기론 연극을 처음 보는 것이라 했지. 너희들이 본 것은 ‘진짜’가 아닌 ‘연극’, 현실과는 다른 무대 위의 삶이란다. 극 중에서도, 극 바깥에서도, 우리들한테서도 연극의 위기를 말하곤 한단다. 슬픈 얘기지만 연극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 마치 우리가 본 연극에 나오는 그런 모습처럼. 이야기들처럼. 꿈..
2009.12.09 -
[리뷰] 연극 <출구와입구> "너의 연극을 해"
1. 극장 로비에 서서 표를 받는 초라한 휴겐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관객들은 웃고 떠들며 입구로 들어간다. 그리고 공연은 시작된다. 두시간 남짓. 공연이 끝난다. 입구였던 극장 문은 이제 다시 출구가 된다. 관객들은 출구로 나오며 조금씩 달라져 있다. 우울했던 관객들은 즐거워졌고, 즐거웠던 관객들은 진지해졌다. 관객들은 배우들에게 꿈을 허락했고 그들이 보여준 세계에서 진실을 본다. 연극이 끝나면 마치 꿈을 꾼 듯, 극장 문을 나선다. 제목은 어떤 상징일까. 아니 말 그대로 ‘출구’와 ‘입구’ 그대로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2. 작품은 노트에 적어놓은 일련의 ‘사실’ 을 읊조리는 극작가(김은석 역)로부터 시작된다. 남아프리카에 공화국이 탄생하고, 이전의 국가는 소멸한다. 그러나 여전히 독재와 반민주적 ..
2009.11.22 -
[리뷰] 연극 <맥베드> "선과 악이 사라진 욕망"
김낙형 연출의 ‘맥베드’ 리뷰 - 선과 악이 사라진 욕망 전세 5천만원 다세대 주택에 사는 내가 김낙형의 ‘맥베드’를 보러 대학로로 간다. 김낙형의 ‘맥베드’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맥베드가 왕이 되고 싶은 욕망에 빠져 비극을 불러오는 이야기다. 나는 왕이 되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2009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들 중에 왕이 되려는 욕망에 빠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렇다면 ‘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제 욕망만 남았다. 욕망은 나에게는 삶의 원천이다.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그런데 이 삶의 원천이 비극을 불러온다고 한다. 왜 욕망이 비극을 불러오는 걸까? 욕망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만일 욕망이 비극을 불러온다는 것이 옳다면 이 세상에는 온통 비극들..
2009.11.20 -
[2009한국마임] 한국마임, 꾸준히 그리고 새롭게
한국마임, 꾸준히 그리고 새롭게 어느덧 21회다. 매년 대학로에서 마임을 위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시작한 행사를 이제까지 이어온 한국마임협의회의 뚝심이 느껴진다. 작년 춘천마임축제가 20년을 맞았던 해에 특별한 무대가 있었는데, 한국마임의 초창기부터 활동한 다섯 명이 자신의 초기작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그들은 공연이 끝나고 인사를 하면서 인상 깊은 세레모니를 선사했다. 다섯 명이 하나씩 씨를 심어 잎이 나고 꽃이 피는 모습을 소박한 움직임으로 보여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마임이었고, 초창기엔 마임을 하던 그들도 이렇게 마임이 성장하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마임’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잘 알지는 못해도 스쳐지나가며 본 적은 있고, 공연을 본다하는 관객은 ‘판토마임’이든 ‘무언극..
2009.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