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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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월 레터] n년 전 오늘
▲레이몬드 브릭스의 중 한 페이지 n년 전 오늘 사는 것이 얼마나 불만투성이면서 속시원한 것이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페이스북의 ‘내 추억 보기’의 ‘2년 전 오늘’에서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 칼럼을 보고 또 그랬습니다. 2년 전 2월 이 글이 화제가 되었을 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페미니즘을 두고 찬반과 논란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웃기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무겁고 처지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때보다 지금 더 잘 말할 수 있고 잘 화낼 수 있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상냥해지려고 하지 않고, 언짢음 불쾌함 하나도안웃김을 숨기지 않고, 거절하고, 동의하지 않고. 이 당연한 걸 그동안 하지 못하거나 주저하면서 했다는 것을 신기해하고. ..
2017.02.14 -
[인디언밥 1월 레터] 이렇게 또 새해 편지
▲GUERRILLA GIRLS, 무제(FOR MESSAGES TO THE PUBLIC), 1990 COURTESY: JANE DICKSON (PUBLICARTFUND.ORG(사진캡션) 이렇게 또 새해 편지 1 새해라고 비장해지고 싶지는 않지만, 새해니까 다른 때엔 할 수 없는 다짐만만한 소리를 하고 싶기도 하고, 어영부영 우물쭈물하다가 1월 1일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2016년 하반기는 말 그대로 쏜살처럼 지나가서 결산도 시작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달력을 갈아치우는 것만으로 기념할 수 있었습니다. 12월 31일에 종소리를 들으려 켠 TV에서는 분할화면에 숫자 카운트다운을 띄워준 뒤 열두 시가 넘자마자 쇼를 재개했습니다. 새해란 건 이렇게 얼렁뚱땅 와도 되는 거구나 생각했고, 곧장 이어진 S.E.S. 무..
2017.01.04 -
[인디언밥 12월 레터] 새해를 기다리며
새해를 기다리며 글쓰기의 특성상, 대개 무언가를 수행하는 주체는 인격을 가진 생명체로 파악됩니다. 대체로 이들은 문장에서 주어(主語) 역할을 맡습니다. 그러나 예술적 글쓰기에서는 인격(人格)이 아니라 물격(物格)도 주어가 될 수 있습니다. 주로 예술작품이나, 작품이 구현된 공간이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작품은- " 이나 "극장은(무대는)- " 이라는 문장이 성립되는 것이지요. 최근에는 수행성을 핵심으로 하는 작품들이 늘면서, 목적어에 머물렀던 "관객들"도 주어의 위치에서 자신의 감각행위를 적극적으로 피력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주어역할을 하는 이들(예술가, 작품, 관객)은 예술의 과정에 참여하여 완성시키는 적극적인 주체역할을 해왔던 것이지요. ▲한국공연예술센터에 의해 공연을 방해/검열받은 세명의 젊은 ..
2015.12.24 -
[인디언밥 10월 레터] 책읽는 계절 - 상상하고, 행동하고, 응답하고
상상하고, 행동하고, 응답하고 책읽는 계절입니다. -라고 하지만 주변에서 여유롭게 페이지를 넘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지금은 예술을 남발하는 축제의 계절인 것이고, 메르스(Mers)로 올리지 못한 공연들을 다시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며, 수혜 받았던 지원금을 해결해야 하는 시기인 것이지요. 생존과 잉여를 동시에 외치는 예술가들에게 어느덧 가을은 ‘그나마’ 벌이 혹은 빚갚음을 위한 시간으로 써야 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인디언밥은 여러분과 '함께+모아+다시' 읽을 요량으로 세편의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시' 읽는다는 표현보다는 '이제야' 읽는다는 말이 맞겠네요. 올해 봄과 여름에 각각 세상에 나온 책들입니다. 하나같이 ‘역사화’ 된 순간들을 통해 ‘지금, 여기’ 를 돌아보자는..
2015.10.18 -
[인디언밥8월 레터] 직업윤리와 정직성
직업윤리와 정직성 1. 어떤 축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당황스런(?) 사건 하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의 연기과를 기반으로 하는 연극팀이 라는 작품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팀에서 극작가 오영진 선생님의 이름으로 명찰을 신청했던 것이지요. 아마도 축제 구역에 마음대로 출입할수 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른 작품도 감상할수 있는 증표로써 통용되는 아이디의 갯수가 더 필요했나 봅니다. (혹은 착오?일 수 도 있겠고요) '극작가 오영진' 이라고 적힌 아이디를 매고 축제 구역을 돌아다닐 누군가를 생각하니, 한편으로 웃음도 나고 한편으로 한숨도 나왔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희극작가였던 오영진 선생님도 예상하지 못한 희(비)극적인 상황이지요. '상식과 정보의 평준화' 가 이뤄지지 않은 위계적인 극단에..
2015.08.18 -
[인디언밥6월 레터] 희한한 시대
희한한 시대 어제 만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 눈과 귀를 닫고 입을 막으면 행복할거야 너는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 옥상달빛 중에서 지난달 말에 발표한 ‘옥상달빛’ 의 신곡을 요새 무한-반복으로 듣고 있습니다. 가사에 보면 ‘행복’ 이란 말이 나옵니다만, 실상 역설적인 표현이겠지요. 한편으로 시대적 아픔에 대해 외면했던 우리에게 경고하는 노래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희한한 시대에서 당황하며 또 한편으로 방황하고 있는 ‘우리’ 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이 앨범에는 ‘자기소멸’ 을 노래하는 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앞선 곡과 묘하게 어울리면서, 삶의 방향도 혹은 존재의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지금, 여기’ 를 담담히 ..
201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