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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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8월 레터] 직업윤리와 정직성
직업윤리와 정직성 1. 어떤 축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당황스런(?) 사건 하나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의 연기과를 기반으로 하는 연극팀이 라는 작품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팀에서 극작가 오영진 선생님의 이름으로 명찰을 신청했던 것이지요. 아마도 축제 구역에 마음대로 출입할수 있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른 작품도 감상할수 있는 증표로써 통용되는 아이디의 갯수가 더 필요했나 봅니다. (혹은 착오?일 수 도 있겠고요) '극작가 오영진' 이라고 적힌 아이디를 매고 축제 구역을 돌아다닐 누군가를 생각하니, 한편으로 웃음도 나고 한편으로 한숨도 나왔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희극작가였던 오영진 선생님도 예상하지 못한 희(비)극적인 상황이지요. '상식과 정보의 평준화' 가 이뤄지지 않은 위계적인 극단에..
2015.08.18 -
[인디언밥6월 레터] 희한한 시대
희한한 시대 어제 만난 친구가 그런 말을 했어 눈과 귀를 닫고 입을 막으면 행복할거야 너는 톱니바퀴 속 작고 작은 부품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사랑에 정복당할 시간도 없는 희한한 시대에서 열심히 사는구나 - 옥상달빛 중에서 지난달 말에 발표한 ‘옥상달빛’ 의 신곡을 요새 무한-반복으로 듣고 있습니다. 가사에 보면 ‘행복’ 이란 말이 나옵니다만, 실상 역설적인 표현이겠지요. 한편으로 시대적 아픔에 대해 외면했던 우리에게 경고하는 노래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희한한 시대에서 당황하며 또 한편으로 방황하고 있는 ‘우리’ 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이 앨범에는 ‘자기소멸’ 을 노래하는 라는 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앞선 곡과 묘하게 어울리면서, 삶의 방향도 혹은 존재의 희망도 찾을 수 없는 ‘지금, 여기’ 를 담담히 ..
2015.06.22 -
[인디언밥 3월 레터] 심사에 대한 심사
관-심사에 대한 (관)심사 아마도 당신은 행정가들로부터 심사에 참여해줄 수 있겠냐는 통보를 받았을 것이다. 처음에 당신은 그 요청에 대해 완곡하게 마다하며 거절하는 입장을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결국엔 그 자리에서 알고 지내던 또 다른 심사자들과 무수한 지원서들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나마 당신은 유망한 기획이 이견없이 선정되었을 때 안심했고, 무리한 기획이 분분하게 논의 되었을 때 불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엇비슷한 작품들을 보며 예술계의 지금을 걱정했고, 그럼에도 가려진 옥석을 보며 예술계의 나중에 작은 기대를 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은 그 자리에 가장 늦게 왔거나 혹은 가장 연장자라는 (혹은 가장 어리다는) 이유로 심사 경위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사인도 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
2015.03.11 -
[인디언밥 12월 레터] 2014년 다시보기
혁명의 시나리오 ▲2014년 4월 19일 광주에서 공연되었던 리미니 프로토콜 의 출연진들 2014년, 새해가 밝음과 동시에 예술가들이 품게 된 생각은 아마도 ‘혁명’ 에 대한 가능성이었을 것이다. 예술가와 예술계에 큰 도움되지 않는 정치권력, 젊은이들과 다양한 씬의 생성을 막아서는 기성세력, 관객들과 애호가에게 무례한 기업자본. 이러한 막강한 ‘힘’ 들에 대항하고자 젊은 예술가들은 그들의 ‘자력(自力)’ 을 합치려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앞서 언급했던 것들 중 제일 약한 ‘기성세력’ 이 첫 번째 타도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이른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예술가 연대가 다양한 방식으로 꾸려지고, 기성 예술계의 전복을 실행하려 했을 것이다. 그것은 일단 예술가로서의 생존(生存)에 관한 것이며, 그 ..
2014.12.05 -
[인디언밥 11월 레터] 평행우주
평행우주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봅니다. 한 장의 사진은 2004년 홍대앞 복합예술공연장 “씨어터제로” 폐관과 관련하여 홍대앞 예술가들이 만장을 들고 추모 퍼레이드를 하는 사진입니다. 또 한 장의 사진은 2014년, “당인리선” 이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벌어진 퍼레이드입니다. 옛날 기차가 달리던 철로를 기억하며 길을 따라 노래하며 행진하는 집단 퍼포먼스라 할 수 있습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두 개의 사진 속에서 보여지는 기시감(旣視感)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두 편의 글을 나란히 읽어 봅니다. 앞선 글은 1993년 봄, 문화과학 3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당시 홍대 앞에 벌어진 변화의 양상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어진 글은 2004년 가을, 문화과학 29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그러니까 두..
2014.11.15 -
[인디언밥 8월 레터] 8월의 어느 날, 100% 축제를 만나러 가는 ‘관객’ 에 대하여
8월의 어느 날, 100% 축제를 만나러 가는 ‘관객’ 에 대하여 더위가 한풀 꺽인 어떤 날. ‘나’ 는 서울역 뒤 서계동으로, 혹은 인천역 앞 해안동으로, 혹은 상암 월드컵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곳에는 ‘나’ 에게 있어 100%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발짝 한발짝 점점 가까워져 가면서 ‘나’ 의 마음은 떨립니다. 어떤 공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재미있을까? 분명히! 그렇겠지. 그럴거야. 여기저기 곳곳에서 막 피어오르는 꽃들과 같은 아름답고, 이상하고, 특별한 존재들이 분명히 ‘나’ 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분명히! ▲ 2회째를 맞이한, 독립공연예술가들의 축제, “한 여름밤의 작은 극장” (8.22 - 8.24) ▲ 마로니에 여름축제의 '팝업씨어터'로 미리 선을 보인 "15분 연극제" (8.2..
201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