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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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3월 레터] 심사에 대한 심사
관-심사에 대한 (관)심사 아마도 당신은 행정가들로부터 심사에 참여해줄 수 있겠냐는 통보를 받았을 것이다. 처음에 당신은 그 요청에 대해 완곡하게 마다하며 거절하는 입장을 취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결국엔 그 자리에서 알고 지내던 또 다른 심사자들과 무수한 지원서들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나마 당신은 유망한 기획이 이견없이 선정되었을 때 안심했고, 무리한 기획이 분분하게 논의 되었을 때 불안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엇비슷한 작품들을 보며 예술계의 지금을 걱정했고, 그럼에도 가려진 옥석을 보며 예술계의 나중에 작은 기대를 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은 그 자리에 가장 늦게 왔거나 혹은 가장 연장자라는 (혹은 가장 어리다는) 이유로 심사 경위서를 작성했을 것이다. 사인도 넣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
2015.03.11 -
[인디언밥 12월 레터] 2014년 다시보기
혁명의 시나리오 ▲2014년 4월 19일 광주에서 공연되었던 리미니 프로토콜 의 출연진들 2014년, 새해가 밝음과 동시에 예술가들이 품게 된 생각은 아마도 ‘혁명’ 에 대한 가능성이었을 것이다. 예술가와 예술계에 큰 도움되지 않는 정치권력, 젊은이들과 다양한 씬의 생성을 막아서는 기성세력, 관객들과 애호가에게 무례한 기업자본. 이러한 막강한 ‘힘’ 들에 대항하고자 젊은 예술가들은 그들의 ‘자력(自力)’ 을 합치려 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앞서 언급했던 것들 중 제일 약한 ‘기성세력’ 이 첫 번째 타도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이른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예술가 연대가 다양한 방식으로 꾸려지고, 기성 예술계의 전복을 실행하려 했을 것이다. 그것은 일단 예술가로서의 생존(生存)에 관한 것이며, 그 ..
2014.12.05 -
[인디언밥 11월 레터] 평행우주
평행우주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봅니다. 한 장의 사진은 2004년 홍대앞 복합예술공연장 “씨어터제로” 폐관과 관련하여 홍대앞 예술가들이 만장을 들고 추모 퍼레이드를 하는 사진입니다. 또 한 장의 사진은 2014년, “당인리선” 이라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벌어진 퍼레이드입니다. 옛날 기차가 달리던 철로를 기억하며 길을 따라 노래하며 행진하는 집단 퍼포먼스라 할 수 있습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두 개의 사진 속에서 보여지는 기시감(旣視感)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두 편의 글을 나란히 읽어 봅니다. 앞선 글은 1993년 봄, 문화과학 3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당시 홍대 앞에 벌어진 변화의 양상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어진 글은 2004년 가을, 문화과학 29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그러니까 두..
2014.11.15 -
[인디언밥 8월 레터] 8월의 어느 날, 100% 축제를 만나러 가는 ‘관객’ 에 대하여
8월의 어느 날, 100% 축제를 만나러 가는 ‘관객’ 에 대하여 더위가 한풀 꺽인 어떤 날. ‘나’ 는 서울역 뒤 서계동으로, 혹은 인천역 앞 해안동으로, 혹은 상암 월드컵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곳에는 ‘나’ 에게 있어 100% 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발짝 한발짝 점점 가까워져 가면서 ‘나’ 의 마음은 떨립니다. 어떤 공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재미있을까? 분명히! 그렇겠지. 그럴거야. 여기저기 곳곳에서 막 피어오르는 꽃들과 같은 아름답고, 이상하고, 특별한 존재들이 분명히 ‘나’ 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분명히! ▲ 2회째를 맞이한, 독립공연예술가들의 축제, “한 여름밤의 작은 극장” (8.22 - 8.24) ▲ 마로니에 여름축제의 '팝업씨어터'로 미리 선을 보인 "15분 연극제" (8.2..
2014.08.19 -
[인디언밥 5월 레터] 가정의 달,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들이 뛰놀아야 할 광장에선 사람들이 조문을 하고, 카네이션을 팔아야할 꽃집에선 국화를 내어줍니다. 성년을 맞은 스무살의 아이들은 어른이 된 걸 후회합니다. 우리의 5월은 앞으로 더욱 더 슬퍼질 것입니다. 일본의 젊은 문학 비평가인 사사키 아타루는 그의 책 『이 치열한 무력을』에서,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설명하며 ‘3.11 이후’ 라는 담론은 '없다' 고 말합니다. 여전히 일본은 ‘3.11’ 을 살고 있는 것이며, 그 한가운데서 치욕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 동료들과 독자들에게 다시 묻습니다. “본디 철학이란, 문학이란, 그리고 예술이란 무엇입니까...” 인디언밥의 5월은 “가정의 달” 특집으로 진행합니다. 세월호..
2014.05.02 -
[인디언밥 3월 레터] 선택받은 예술가, 선택하는 예술가
선택받은 예술가, 선택하는 예술가 러시아의 배우이자 연출가인 스타니슬랍스키가 쓴 『배우수업』(영제 : An Actor Prepares)을 다시 읽어봅니다. 이 책은 연기에 대한 이론서인데, 연기를 지망하는 이들에겐 일종의 기본정석이지요. 특이하게도 이 책은 학술적인 논증대신 연기클래스에서 벌어진 사례들을 이야기로 풀어나갑니다. 마치 소설처럼 말이지요. 1인칭 화자인 열혈학생 바냐는 수업에서 겪게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요. 그리샤가 이의를 제기했다. “죄송합니다만, 저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습니다. 셰익스피어 희곡 자체에서부터 오셀로가 자살할 때 쓰는 종이로 만든 단검에 이르기까지, 극장에서는 모든 것이 허구인데, 새삼스럽게 진실성이 무슨 문제가 됩니다?..
201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