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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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4월 레터] 4월을, 4월에 기억하게 될 것들
4월을, 4월에 기억하게 될 것들 4월이 되자마자 초조함 비슷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매년 4월로 달력을 넘기기만 하면 그렇습니다. 4년 전부터 4월을 나는 것은 항상 그런 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정한 '날짜'의 존재라는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입 밖으로 이야기를 공유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들을 생각하고, 소리 높여 외쳐야 할 것과 직접 발로 뛰고 손을 내밀어야 할 곳을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은 일상의 실천이겠지만, 기억이 모조리 튀어나와 웅성거리는 날이 찾아온다는 건 아주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물며 생일도 사람을 울적하고 심란하게 만들곤 하는 걸요. 4월 중순, 나흘 동안 중국의 무용가 원회가 진행하는 워크샵에 다녀왔습니다. 영상과 신체-동작을 결합하는 퍼포먼스, 구체적인 기억과 관련된 ..
2018.05.02 -
[인디언밥 3월 레터] 시절과 장소
시절과 장소 춘삼월이라더니 달이 바뀌자 정말 날이 풀렸습니다. 영영 풀린 것은 아니고 겨울이 기습하는 틈틈이 있기는 하지만, 또 따뜻한 기운이 햇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미세먼지 이불 아래서 오는 날들도 많기야 하지만, 그래도 얼추 봄이라고 불러줄 정도는 되었습니다. 삼월에는 익숙한 희곡이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중 첫번째는 였습니다. 원작 8막을 그대로 살려 긴 호흡으로 완성한 공연은 특별히 놀랍거나 새롭지는 않을지 몰라도 충실하고 정성스럽게 준비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소극장에서 무대전환을 하지 않고, 인물 세 사람이 가급적 백스테이지로 퇴장하지 않고 무대 위에서 목격자의 시선을 견지하면서 촘촘함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공연을 보고 나와 한참 마음 속을 자갈처럼 굴러다니던 것은 무대 위..
2018.04.01 -
[인디언밥 2월 레터] 같이
늦은 2월 편지_같이 이번 달 편지를 시작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떤 말을 할 것인지는 마음을 정했지만 어떻게 말할 것인지는 쉽사리 정할 수 없었습니다. 몇 문장을 적어보다가 지우고, 차창 밖을 들여다보면서 떠오르는 이야기들에 긴 숨을 내쉬기도 하고, 속에서 천불이 나서 몇 시간이고 찬바람을 맞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화가 난다거나 마음이 아프다고만 할 수가 없는, 훨씬 더 크고 많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체념하지 않았지만 허탈한 순간도 있었고 그럼에도 멈추고 싶지 않아 숨을 고르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2016년 ‘00계 내 성폭력’ 해시태그를 통해 미술계, 영화계와 문단, 오타쿠 커뮤니티 등 여러 분야 내의 성폭력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올해 1월 페이스북을 통한 서지현 검사의 법조계 내 성폭력을..
2018.03.06 -
[인디언밥 1월 레터] 걷다가 머리를 툭
걷다가 머리를 툭 일주일 동안 타이베이에 갔습니다. 타이베이에 가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처음 갔을 때는 학과 답사였기 때문에 시내버스도 지하철도 타본 적이 없고 전세버스에 실려 미술관에서 박물관으로 또 다른 건축물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고 참 좋았지만은 도시의 어디에 무어가 붙었는지, 말하자면 지형도를 그리기란 어려웠습니다. 아는 게 없으니 그저 용감해서 친구들이 가보라고 한 곳에 모조리 가야겠다는 단 하나의 영문 모를 목표를 잡고 전해들은 곳들을 모조리 ‘갈 곳’ 리스트에 적어 넣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가겠다고 마음먹은 곳에 모두 갔고, 뜻밖의 부분들이 기억하고 싶은 일을 만들었습니다. 별다른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식물원에나 가야겠다고 생각한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
2018.02.02 -
[인디언밥 12월 레터] 결산의 달
결산의 달 눈 깜짝할 새 12월이 됐습니다. 쏜살같다, 눈 깜짝할 새, 세월이 유수처럼, 같은 비유가 얼마나 적확한지를 새삼 느낍니다. 하루하루는 긴 것만 같은데 일주일은 금방이고, 그렇게 쌓인 한 주 한 주가 한 달을 채우는 것 또한 순식간인 것만 같습니다. 12월이 되었음을 처음 체감한 것은 '00결산' 글이 속속 올라오는 것을 보고서였습니다. 사람들이 일 년 동안 좋아했던 것이며 기억에 남는 것들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니 휘뚜루마뚜루 찾아오기야 했어도 연말은 연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간 딱히 보고 들은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과연 저 스스로는 무슨 결산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기도 하고요. 월초부터 '결산'의 일환을 학교 안 극장에서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졸업공연이며 기말발표가 속..
2017.12.27 -
[인디언밥 11월 레터] 머리를 맞대고
머리를 맞대고 11월 상하이에서는 기후변화연극제Climate Change Theater Action Festival가 열렸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이 축제는 ‘기후변화연극운동’의 일환으로, 각국 각지에서 제각각의 방식으로 열린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연극운동 허브에 모인 희곡을 지역의 연출 및 배우가 공연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해당 지역의 활동가들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기도 하면서 지역과 지역 사이 교집합과 여집합을 가진, 커다란 합집합으로서의 국제 축제를 완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상하이 기후변화연극제는 관광지로 익숙한 티엔즈팡의 우슈 도장을 활용한 극장 씨어터 인 티엔즈팡Theatre in Tianzifang에서 이틀간 5-6분 남짓의 공연을 릴레이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꾸려졌습니다. ..
201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