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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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10월 레터] 예술하는 인간
예술하는 인간 제 주위에는 대체로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수대로 나열해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직업이 예술가인 사람, 둘째, 예술작품 관련 글을 쓰는 사람, 셋째, 일반인. 일반인, 어감이 조금 이상하지만, 절대 다수로 가장 상위 범주에 있을 것 같은 이들이 제 주변에는 몇 명 없습니다. 고향에 내려가면 일반인 지인들이 많이 있지만, 지금 저의 활동 반경을 살펴보면 다섯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들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정치권 욕을 하면 어느 정도 이야기를 지속할 수 있는데요. 그것도 하다보면 결국 문화 관련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돌아오곤 해서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지인들은 만났을 때, 예술이 아닌..
2013.10.25 -
[인디언밥 8월 레터] 인디언밥 사용법2
인디언밥 사용법2 - 착한 것과 시니컬한 것, 사이의 모순과 긴장감 지난 달 편지에서 말씀 드렸듯이, 인디언밥 편집인들은 이미 낡은 것이 되어버린 시선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보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 심한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아무래도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였나 봅니다. 스스로가 부과한 것이니 힘들었다고 하소연할 수 도 없지요. 말하기 부끄러운 결론이지만, 우리는 편집인들도, 필진들도 ‘착하다’라는 다른 이들에게 내보이기 민망한 답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정말 부족한 점이 시니컬한 점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인디언밥 관계자들이 오프라인에서도 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온라인상에서 저희는 착해질 수밖에 없는 약점 같은 것이 있습니다. 수많은 독립잡지나 웹진도 마찬가지겠지..
2013.08.21 -
[인디언밥 7월 레터] 인디언밥 사용법1
인디언밥 사용법1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리게 되나요? 인디언밥의 영어표기는 indianbob이 아니라 indienbob입니다. indie와 bob을 더한 말, 바로 indie & bob의 줄임말입니다. 독립예술을 통해 모두가 밥을 나누어 먹도록 하자는 취지하에 2007년 7월에 만들어 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모두는 독립예술과 관련이 있는 예술가, 기획자, 평론가, 넓게는 독자까지를 포함합니다. 주류 매체가 포착해내지 못하는 이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 밥을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지금도 처음 선언은 유효하지만,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디언밥 구성원들의 시선 문제입니다. 얼마 전에 편집인들끼리 모여,..
2013.07.20 -
[인디언밥 6월 레터] 축제하는 도시
축제하는 도시 지난달부터 도시에는 크고 작은 축제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의정부음악극축제’, ‘안산거리극축제’, ‘성미산축제’처럼 도시나 마을 전체가 축제의 이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달 한 학술대회가 극장 밖 공연을 주제로 열렸던 것을 보면,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 행해지는 공연을 얘기하는 것이 이제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주위의 예술가들도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기 위해서, 또는 예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극장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제가 준비하는 공연은 올 가을 철거를 앞둔 어떤 시장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시장이지만 이 건물은 원래 아파트였습니다. 1971년에 완공되었는데, 몇..
2013.06.19 -
[인디언밥 5월 레터] 도시의 기억
도시의 기억 제가 서울을 처음 방문한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입니다. 동생들과 함께 외삼촌을 따라 63빌딩에 갔었지요. 그리고 그 뒤 11년 후 두 번째로 서울에 오게 됩니다. 테헤란로를 걸으며 건물 규모를 보고 충격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높이보다는 넓이를 보고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했던 말은 “돈 냄새난다!”였습니다. 비꼬는 게 아니라 감탄사였어요. 느낌표 보이시죠!? 지금이라면 어쩌면 비꼬는 투로 내뱉을 말을 그때는 감탄으로 쏟아냈습니다. 정말 어렸네요. 그 뒤로 8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저는 이 도시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TV 속에서만 보던 서울이 아니라, 삶 속에서 서울을 보게 됩니다. 멋진 건물들만이 아니라 그 사이에 숨겨져 있는 초라한 주택과 상가들도 눈..
2013.05.18 -
[인디언밥 4월 레터] 꿈꾸는 당신
꿈꾸는 당신 시_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의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2013년 4월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
2013.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