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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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7월 레터] 인디언밥 사용법1
인디언밥 사용법1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떠올리게 되나요? 인디언밥의 영어표기는 indianbob이 아니라 indienbob입니다. indie와 bob을 더한 말, 바로 indie & bob의 줄임말입니다. 독립예술을 통해 모두가 밥을 나누어 먹도록 하자는 취지하에 2007년 7월에 만들어 졌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모두는 독립예술과 관련이 있는 예술가, 기획자, 평론가, 넓게는 독자까지를 포함합니다. 주류 매체가 포착해내지 못하는 이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 소통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 밥을 나누어 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지금도 처음 선언은 유효하지만, 약간 문제가 생겼습니다. 인디언밥 구성원들의 시선 문제입니다. 얼마 전에 편집인들끼리 모여,..
2013.07.20 -
[인디언밥 6월 레터] 축제하는 도시
축제하는 도시 지난달부터 도시에는 크고 작은 축제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의정부음악극축제’, ‘안산거리극축제’, ‘성미산축제’처럼 도시나 마을 전체가 축제의 이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달 한 학술대회가 극장 밖 공연을 주제로 열렸던 것을 보면, 극장이 아닌 공간에서 행해지는 공연을 얘기하는 것이 이제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주위의 예술가들도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기 위해서, 또는 예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극장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런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제가 준비하는 공연은 올 가을 철거를 앞둔 어떤 시장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시장이지만 이 건물은 원래 아파트였습니다. 1971년에 완공되었는데, 몇..
2013.06.19 -
[인디언밥 5월 레터] 도시의 기억
도시의 기억 제가 서울을 처음 방문한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입니다. 동생들과 함께 외삼촌을 따라 63빌딩에 갔었지요. 그리고 그 뒤 11년 후 두 번째로 서울에 오게 됩니다. 테헤란로를 걸으며 건물 규모를 보고 충격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높이보다는 넓이를 보고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실감했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했던 말은 “돈 냄새난다!”였습니다. 비꼬는 게 아니라 감탄사였어요. 느낌표 보이시죠!? 지금이라면 어쩌면 비꼬는 투로 내뱉을 말을 그때는 감탄으로 쏟아냈습니다. 정말 어렸네요. 그 뒤로 8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저는 이 도시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TV 속에서만 보던 서울이 아니라, 삶 속에서 서울을 보게 됩니다. 멋진 건물들만이 아니라 그 사이에 숨겨져 있는 초라한 주택과 상가들도 눈..
2013.05.18 -
[인디언밥 4월 레터] 꿈꾸는 당신
꿈꾸는 당신 시_마종기 내가 채워주지 못한 것을 당신은 어디서 구해 빈 터를 채우는가. 내가 덮어주지 못한 곳을 당신은 어떻게 탄탄히 메워 떨리는 오한을 이겨내는가. 헤매며 한정없이 찾고 있는 것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 곳에 있기에 당신은 돌아눕고 돌아눕고 하는가. 어느 날쯤 불안한 당신 속에 들어가 늪 깊이 숨은 것을 찾아주고 싶다. 밤새 조용히 신음하는 어깨여, 시고 매운 세월이 얼마나 길었으면 약 바르지 못한 온몸의 피멍을 이불만 덮은 채로 참아내는가. 쉽게 따뜻해지지 않는 새벽의 침상, 아무리 인연의 끈이 질기다 해도 어차피 서로를 다 채워줄 수 없는 것 아는지, 빈 가슴 감춘 채 멀리 떠나며 수십 년의 밤을 불러 꿈꾸는 당신. 2013년 4월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
2013.04.12 -
[인디언밥 3월 레터] 봄, 그리고 seeing
봄, 그리고 seeing 계절이 하나 지나고, 새로운 계절이 왔습니다.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아직 공기에는 차가운 기운이 남아있지만, 어김없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제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와 새순 돋은 나무의 연두 빛과 신입생들의 들뜬 얼굴 표정인 것 같습니다. 역시 어리고 예쁜 것들이 마음을 흔드나 봅니다. 예전에 읽었던 에드먼드 버크의 가 생각납니다. 버크도 역시 작은 것을 아름다운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거대하고 큰 것은 숭고한 것이라고 했구요. 당시 ‘책이 생각보다 쉽다'는 기쁨과 ‘나의 감식안이 18세기 사람인 버크의 감식안과 별반 차이가 없구나’라는 자괴감이 동시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도대체 아름다움은 무엇일까요? 현대예..
2013.03.20 -
[인디언밥 2월 레터] 동네 이야기
동네 이야기 2월이 지나면 제가 30년 넘게 살던 고향을 떠나 서울에 정착한지 정확히 3년 반이 됩니다. 이 시간 동안 제 주위에는 예전과 다른 부류의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전에는 직장인 아니면 대학원에서 문학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예술인들, 그 중에서도 특히 연극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당시 희곡을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극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미 하고 있는 일의 지평선을 더 넓히는 것 정도로 여겼으니까요. 3년 반의 시간이 흐른 지금, 노는 동네의 판이 더 커질 것이라는 처음 기대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 더 커진 세상이 아닌 완전히 다른 동네, 다른 세상인 대학로에 있을 뿐입니다. 대학로에는 동시에 여러 연극들이 올라갑니다. 혜화동 일번지 5기 ..
2013.02.16